중국 노동자의 1주당 초과근로 시간. 그래픽=박구원 기자

억만장자를 꿈꿨던 중국의 청년 벤처 도전자들이 분노하고 있다. 중국 경제의 고도성장 기류가 꺾이면서 벤처기업 1세대들이 이뤘던 부와 명성을 얻을 수 없게 됐는데도, 작업현장의 노동강도가 가히 살인적이기 때문이다.

1일 외신에 따르면 중국의 젊은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이 모여 정보를 공유하는 사이트 ‘깃허브’(GitHub)에 최근 노동시간이 긴 기업들을 정리하는 프로젝트가 생겼다. 리스트에 오른 기업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와 징둥, 통신장비 공룡 화웨이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들이다.

1가구 1자녀 운동으로 개인주의에 익숙해져 있는 중국 청년들을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은 것은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의 발언이 한 몫 했다. 마윈 회장은 최근 “알리바바에 합류하고 싶다면 하루에 12시간 일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9시에 퇴근하는 생활을 주 6일 해야 한다는 ‘996’ 발언이다. IT분야 종사하는 중국 청년들로서는 분개할 수밖에는 없는 상황이다.

중국 IT업계 노동자들의 평균 월급은 9,070위안(약 156만원)이다. 다른 직종 평균(8,050위안)과 비교하면 나아 보이지만 그만큼 초과 노동이 일상화 되어 있다. 실제로 팟캐스트 분야 노동자인 바오유한은 “하루 11, 12시간씩 일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그는 “개인적 시간을 가지고 싶다”며 “퇴사해 프리랜서로 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996이 필요하지 않은 직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덧붙였다.

일부 IT기업들은 직원들에게 휴일과 휴가 반납도 요구하고 있다. 화웨이와 징둥이 대표적이다. 최근 외부에 유출된 징둥의 내부 이메일에는 “건강이 안 좋거나 가족의 일이 있는 상황일지라도 노력하지 않는 직원은 필요 없다”고 쓰여 있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직업 안정성도 예전 같지 않다. 구조조정과 해고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 나온다. 중국의 ‘우버’ 디디추싱은 직원의 15%에 해당하는 2,000명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징둥 역시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다.

반면 1세대 벤처 창업자들은 호의호식을 누리고 있다. 마윈 회장이 대표적이다. 마 회장은 중국 최대의 부자로 꼽히고 있다. 재산만 390억달러(약 45조3,382억원)에 달한다. 게임 업체 텐센트의 마화텅(馬化騰) 회장이 380억달러(약 44조1,757억원)로 두 번째다.

‘벤처 대박’의 꿈이 없어진 좌절감을 이해하는 듯 중국 정부는 IT분야 청년들이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여도 아직은 온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깃허브에서 진행 중인 연장근로 관련 프로젝트가 아직 중국 내부에서 접속이 가능하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도 최근 “많은 회사들이 노동법을 준수하고 있지 않다”고 꼬집고 나섰다. ‘996’ 문화가 지배했던 후진적 노동 조건이 개선될 가능성이 보이는 것이다. 사회주의를 상징했던 ‘낫과 망치’ 대신 키보드와 마우스가 중국 사회를 노동친화적으로 바꾸고 있는 셈이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na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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