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수술 못하는 전공의들

입원환자 관리 집중하느라… 긴 근무시간 비해 수련기회 부족
시술ㆍ수술 배우고 싶다 하니 지도교수 “유튜브서 동영상 보라”

※‘메디 스토리’는 의사, 간호사 등 의료계 종사자들이 겪는 애환과 사연, 의료계 이면의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한국일보>의 김치중 의학전문기자가 격주 월요일 의료계 종사자들의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의료진들이 환자를 살피기 위해 통로를 오가고 있다. 김주성 기자

수도권 한 대학병원 성형외과 레지던트 4년차 A(32)씨는 요즘 마음이 편하지 않다. 내년 1월 시험에 합격하면 전문의가 되지만,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는 레지던트 4년간 직접 시술이나 수술을 한 경험이 없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어 지난해 가을 성형외과 회식 때 용기를 내 시술이나 수술을 배우고 싶다고 부탁했지만 지도 교수는 “유튜브에서 수술 관련 동영상을 보고 연습해 잘할 수 있다고 생각되면 찾아오라”고 했다. 그는 “차라리 솔직하게 ‘너를 가르칠 시간이 없다’고 하지 유튜브를 보면서 수술기술(술기)을 터득하라는 말에 속에서 화가 치밀었다”면서“요즘 전공의들의 지도 교수는 ‘인간 의사’가 아닌‘유튜브’라는 말이 돈다”며 씁쓸해했다.

전공의들 “수련 받을 시간, 기력 없다”

수련병원에서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 총 5년간 수련교육을 받고도 시술이나 수술을 하지 못하는 전문의들이 의료현장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전공의들은 “5년간 배운 게 없어 전문의 자격을 따도 환자를 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시술이나 수술에 필요한 기술을 배우려면 펠로(전임의ㆍ약 2,3년)를 할 수밖에 없어 수련기간만 늘어나고 있다”고 털어놨다.

실력 없는 전문의들이 배출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이 수련기간 중 직접 시술이나 수술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되기 때문이다. 전공의들은 과도한 업무 때문에 절대적인 수련 시간이 부족하다고 호소한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내과 레지던트 4년차인 B(32)씨는 소화기내과 전문의가 되는 게 꿈. 그는 교수가 소화기 내시경 시술을 하는 모습을 여러 번 참관해 내시경을 어떻게 하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이론만 알고 있을 뿐이다. 교수에게 수련을 받을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새벽6시에 출근해 병동환자 상태를 파악한 뒤 오전8시에 교수와 회진을 함께 돌고, 컨퍼런스에 참가한다. 이러면 오전이 지나간다. 오후에는 교수의 오더에 따라 환자별로 수액을 달아주고, 약을 더 주고, CT(컴퓨터단층)촬영 등을 관장하다 보면 반나절이 지나간다. 여기에 신규 입원환자가 들어오면 개별 상담을 해야 한다. 한 사람마다 30,40분이 소요된다. 그러다 보면 벌써 퇴근시간. 하지만 칼 퇴근은 꿈도 못꾼다. B씨는 “워낙 봐야 할 환자가 많아 근무가 끝난 후 교수를 찾아가 배울 기력이 없다”며 “이름만 전문의가 되고 싶지 않지만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씁쓸해했다.

2년 전 지방의 모 대학병원에서 정형외과 레지던트로 근무하다 과도한 업무를 견디지 못해 레지던트 생활 1년 만에 병원을 그만두고 서울의 한 의원에서 일반의로 일하고 있는 C(35)씨는 지금도 레지던트 시절을 생각하면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어진다. 말이 좋아 ‘수련’이지 병원에서 노예처럼 일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선배 레지던트 대신 허구한 날 야간당직을 서고, 낮에는 수술날짜가 잡힌 환자들 검사예약 전화를 돌렸다”며 “수술실에서는 방사선사를 대신해 C-ARM(이동식 엑스레이)촬영을 했고, 수술이 끝난 환자를 병실로 내리는 일만 반복했을 뿐 레지던트로 수련을 받은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교수들의 갑질도 전공의들의 시간을 빼았는다. 그는 “자기가 수술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릴 수 있게 편집을 하라는 교수, 영어공부를 한다고 방송사 라디오 영어 프로그램을 다운 받아 파워포인트(PPT)로 만들라는 교수, 심지어는 자신이 미국 출장을 가는데 맛집을 조사해서 엑셀로 정리해 달라는 교수도 있었다”며 “이들에게 있어 전공의들은 자기 마음대로 부려먹는 노예에 불과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여기에 의료법에 규정돼 있지 않은 직군이지만 임상 현장의 한 축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는 PA(Physician Assistant)가 전공의들의 자리를 대체하는 영향도 크다. 이들은 전공의처럼 병원에서 전문의를 도와 수술실에서 시술을 하거나, 병동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일을 한다. 병원들은 일반외과나 흉부외과, 비뇨기과 등 전공의 채용이 여의치 않은 진료과의 부족한 일손을 채우기 위해 PA를 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종합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PA들은 수술실에서 수술부위 절개, 봉합 등을 반복적으로 훈련 받아 손이 서툰 전공의들보다 실력이 뛰어나다”며 “수술이 밀려있는 대형병원에서 전공의 대신 PA를 쓰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전공의들은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서 PA 없이는 병원이 돌아가지 않는다”며 “수술과 관련된 기술은 지도 교수에게 배워야 하지만, 만나기 힘든 교수보다 수술방에서 늘 만나는 PA에게 수술부위 절개나 봉합을 배우는 전공의들이 많다”고 말했다.

예전보다 늘어난 의료분쟁이 전공의들의 수련 기회를 줄어들게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레지던트는 지도교수의 감독 하에 시술이나 수술을 하는데 사고가 발생할 경우 모든 책임은 지도교수가 진다. 요즘 의료 분쟁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라 손이 서툰 전공의에게 집도를 맡기는 교수는 거의 없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대학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의료사고가 나면 그동안 쌓았던 경력과 명성이 무너지는데 전공의들을 가르친다고 그런 위험을 감수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환자나 보호자들이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의료사고에 대처하고 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따르면 2014년 4만5,091건이었던 의료분쟁 상담은 2018년 6만5,176건으로 44.5% 증가했고, 조정신청도 2014년 1,895건에서 2018년 2,926건으로 54.4% 증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최근 의사 출신 변호사들이 운영하는 의료전문 법무법인이 늘면서 의료소송이 증가하고 있다”며 “의학적 지식이 있고, 병원 내부를 잘 아는 의료전문 변호사들이 사건을 맡으면 빠져 나갈 방법이 없어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련 시간 부족에 대한 전공의들의 불만은 조사로도 증명된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의‘전공의 수련 및 근무환경 실태조사(2017년)’에 따르면 전공의 10명 중 3명 이상(35.6%)이 수련과정에서 적절한 교육지도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20.8%는 현재 수련 수준으로는 향후 전문의로 활동하기에 충분치 않다고 답했다. 현재 수련기준이 향후 전문의로 활동하기 충분치 않은 이유를 조사한 결과(복수응답), 수련 가이드라인 없이 특정 환자만 계속 봐야 하는 수련과정(60.2%)과 직접 시술이나 수술을 할 기회 부족(40.3%)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전공의들은 수련 기술이 떨어져 일반의와 다를 바 없는, 이름만 전문의인 의사들이 배출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한다. 올해 산부인과 전문의가 된 D(34)씨는 레지던트 시절 자연분만은 물론이고 제왕절개를 해 본 적이 없다. 태아 상태를 확인하는 정밀 초음파도 배우지 못했다. 정밀 초음파는 임신 20~24주에 하는데 이 때 초음파를 보면 태아의 손가락, 발가락, 생식기 분화, 뇌 이상 여부 등을 살필 수 있어 산부인과 전문의라면 반드시 익혀야 한다. 그는 시술과 수술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병원에 남아 펠로를 해볼까 생각도 했지만, 결국 레지던트 때처럼 교수들 눈치 보면서 기술을 익히느니, 소음순 수술, 질(膣) 필러 등 여성 질 관리와 보톡스·필러 등 피부미용 등을 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 요즘 강남에서 여성의원을 개원한 선배에게 이를 배우고 있다. 정선화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이사는“낮은 수가, 의료사고 위험 등으로 분만을 하고자 하는 산부인과 전문의가 줄고 있는데 더해 아예 분만을 할 줄 모르는 산부인과 전문의가 배출되고 있다”며 “그 피해는 결국 환자들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대한전공의협의회 주최로 열린 '전국 전공의 집담회'에 참가한 전공의들이 안전한 의료환경 조성을 촉구하는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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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특별법 때문에 무한 트레이닝 못해”

이렇게 수련교육의 양과 질 모두 문제가 많다고 전공의들은 주장하고 있지만 전공의들을 교육시키고 있는 교수들의 입장은 다르다. 교수들은 “주당 근로시간을 80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는 전공의특별법이 전공의들의 수련시간을 제한해 결과적으로 전공의들의 실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법을 안 지킬 수도 없고 퇴근하는 전공의를 붙잡아 교육을 할 수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과거에는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전공의들을 무한 트레이닝을 시킬 수 있었지만 전공의특별법 시행으로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권성택 서울대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산부인과 진료 때 수련을 위해 전공의가 교수 옆에 서 있는 것도 불만인 것이 우리나라 환자들”이라며 “병원에서도 전공의들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환자들도 전공의 수련과 관련한 이해와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대학병원 레지던트는 “교수들이 전공의특별법 문제를 지적하고 있지만 전공의특별법이 없을 때도 교수들은 승진이나 보직을 달기 위해 외래, 수술, 논문에 매달렸지 전공의들을 제대로 교육시켰는지 되묻고 싶다”며 “허구한 날 우리보고 자신들이 전공의를 했을 때보다 열정이 없다고 말하지만 열정이 없는 것이 아니라 열정을 받아줄 사람과 시간이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겉으로는 보다 많은 것을 배우기 위해 펠로를 하라고 권유하지만 결국 자신의 논문을 써주고, 수술을 돕고, 자기 대신 당직을 서는 말 잘 듣는 부하가 필요한 것”이라며 “교수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전공의 문제는 개선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은 “외래, 입원, 수술환자를 많이 봐서 실적을 올리지 않으면 살아 남을 수 없는 병원환경에서 교수들에게 전공의 수련에 열과 성을 다하라고 하는 것은 무리”라며“감기환자 등 경증환자까지 봐야 하는 종합·상급종합병원의 쏠림 현상이 사라지지 않는 한 전공의 수련의 내실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 사무처장은“정부, 병원, 의사, 환자 모두 이름만 전문의일 뿐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전문의를 배출한 책임을 져야 할 때가 왔다”고 덧붙였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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