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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블랙리스트 ‘윗선’ 개입 규명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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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블랙리스트 ‘윗선’ 개입 규명 실패

입력
2019.04.25 18:51
수정
2019.04.25 22:4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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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경 전 장관·신미숙 전 비서관, 직권남용 등 혐의 불구속 기소 

 민간인 사찰 의혹은 모두 무혐의… “청와대 눈치보기 수사” 논란 

[문 대통령, 청와대 여성비서관들과 오찬] 지난해 8월 청와대 여성비서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취임 1주년을 맞아 발간된 영문 연설집에 서명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맨 왼쪽이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불구속 기소된 신미숙 균형인사비서관. /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 청와대 여성비서관들과 오찬] 지난해 8월 청와대 여성비서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취임 1주년을 맞아 발간된 영문 연설집에 서명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맨 왼쪽이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불구속 기소된 신미숙 균형인사비서관. / 청와대 제공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결국 ‘윗선’ 개입 규명에 실패했다. 검찰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그러면서 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원의 폭로로 촉발됐던 민간인사찰 의혹에 대해서는 모두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청와대 눈치보기 수사’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동부지검은 25일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을 직권남용 및 업무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함께 고발된 박천규 환경부 차관 등 4명은 공모관계가 성립되지 않아 무혐의 처분했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이 2017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이전 정권에서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15명에게 사표제출을 요구, 환경공단 이사장 등 13명에게 사표를 받아낸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일부 임원이 사표 제출을 거부하자 환경부 감사반장 등이 찾아가 “밑에 직원들이 다칠 수 있다” “사표 내기가 그렇게 어렵냐” 등의 말로 압박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저작권 한국일보]환경부 블랙리스트_신동준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환경부 블랙리스트_신동준 기자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은 이후 청와대 내정 인사를 앉히기 위해 내부 문건을 제공하는 등 채용 비리에 개입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은 특히 환경공단 상임감사 김모씨에게 사표를 제출하라고 종용하고, 김씨가 거부하자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에 대한 ‘표적감사’를 벌여 지난해 2월 물러나게 한 뒤 언론사 출신 박모 씨를 후임자로 임명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의 최초 의도와 달리 박씨가 서류 심사에서 탈락하자 신 비서관은 환경부 운영지원과장에게 ‘깊이 사죄하며 어떠한 책임과 처벌도 감수하겠다’는 취지의 소명서를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 신 비서관은 두 차례 검찰 조사에서 “통상 업무의 일환이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며 대체로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박씨를 ‘청와대가 내정한 인사’로 규정했지만 ‘누가 어떤 과정을 거쳐 내정자를 선정했으며 청와대는 어떤 역할을 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내정 인사는 청와대 내부 문제라서 환경부 압수수색 자료만 가지고는 규명이 안 됐다”라면서 “그 부분을 밝히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는데 규명하지 못 했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의 기소로 검찰 수사는 4개월만에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 검찰의 기소 결정을 앞두고 신 전 비서관은 최근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했으며, 수리 절차가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윗선’으로 지목돼 수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던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에 대한 조사도 없이 수사가 마무리되면서 ‘부실 수사’ 논란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영장이 기각돼 관련 문건 확보를 못 했고 관련자 진술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라 지금으로서는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해명했다. 앞서 검찰은 청와대 인사수석실이 환경부 산하기관 인사에 개입한 정황을 파악하기 위해 인사수석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기각하는 바람에 ‘윗선’ 앞에서 수사를 멈춰야 했다.

검찰은 그러면서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이 제기한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과 관련해서는 모조리 무혐의 처리했다. 우윤근 전 주러대사 내정자에 대한 비위 첩보는 물론, 외교부와 기재부 공무원 휴대폰 불법 감찰, 드루킹이 제출한 USB 내용 파악 지시 등 청와대 특감반에서 진행됐다는 각종 사찰 의혹에 대해 ‘근거 없음’ 결론을 내린 것이다. 검찰은 “이인걸 전 특감반장을 비공개 소환조사하고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에 대해서는 3차례 서면 조사를 벌인 뒤 의혹 대부분에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상급자인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조사도 불필요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김 전 수사관이 지난해 1월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동향 문건을 받아서 청와대에 보고했다”라고 폭로하면서 시작된 모든 의혹 수사는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청와대 윗선의 역할을 규명하지 못하고 김 전 수사관이 제기한 다른 의혹에 대해서는 무더기로 무혐의 결론을 내리면서 청와대를 의식한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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