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효진의 동물과 떠나는 세계여행] 
영국 런던동물원의 '사자들의 땅'은 멸종위기종인 아시아 사자 유일의 서식지인 인도 기어국립공원을 본따 영국이 아닌 인도의 한 마을처럼 만들었다.

런던 동물원에 다녀왔다. 영국 런던 동물원은 동물원 역사상 중요한 곳 중 하나다. 이전의 동물원들이 왕족 등 특정 계층의 오락을 위한 동물원이었다면, 런던 동물원은 런던 동물학회가 1828년에 동물들을 과학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설립한 곳이다.

학회는 학회 회원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점차 동물원을 공개했다. 사람들은 다른 나라에서 온 다양한 동물들을 보며 호기심과 문명에 대한 자부심을 충족시켰다. 과학의 발전을 목적으로 했지만, 산업화한 도시 속 부르주아들의 휴식과 즐거움을 위한 장소였다고 할 수 있다.

런던 동물원에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건물들이 있다. 문화유산 1급인 펭귄풀(Lubetkin Penguin Pool), 2급인 스노든 새장(Snowdon Aviary) 등이다. 미적인 가치는 있었으나 인간 중심적인 건축 방식은 동물들에게 적합하지 않았다. 펭귄풀의 콘크리트 때문에 펭귄들의 관절과 발에는 문제가 생겼다. 결국, 펭귄풀은 어떤 동물도 없이 비워두었다. 펭귄들은 다른 곳으로 옮겼다. 스노든 새장은 새들이 날기에 거리가 짧았다. 현재는 일반인들의 출입을 막았고, 나중에는 새 대신 원숭이가 들어올 예정이다. 문화유산인데다 동물원 땅이 여왕의 소유이기 때문에 건물들을 확장하거나 바꾸기에 제한이 많았다. 낡고 동물에게 맞지 않는 건물들을 그대로 안고 가야 하는 동물원이 안타까웠다. 하지만 이러한 시행착오 끝에 최근 다시 지은 건물들은 확연히 달랐다.

영국 런던동물원에 있는 문화유산 지정 건축물 '펭귄풀'. 콘크리트 때문에 펭귄들의 관절과 발에 문제가 생기자 펭귄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지금은 비워둔 상태다.

그중 가장 최근에 다시 만든 ‘사자들의 땅’(Land of the Lions)에 갔다. 동물원 직원에게 리모델링 과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아시아 사자의 유일한 서식지인 인도의 기어 국립공원을 본 따 2016년에 완성했다. 아시아 사자는 사자의 한 아종(종을 다시 세분한 생물 분류 단위 종의 바로 아래 단위)으로 아프리카 사자보다 크기가 작고, 갈기가 덜 빽빽하며 색이 짙다. 기어 국립공원에만 약 600마리가 남아있는 멸종위기종이다. 런던 동물원은 인도 정부와 사자 모니터링 및 보전 활동을 해왔다. 리모델링 예산에는 보전을 위한 비용도 포함했다. 해설자, 교육자, 사육사 등 직원들은 인도 현지에서 마을 사람들, 지역 동물원과 교류하고 도왔다. 동물원 전시 공간에도 인도 문화를 편견 없이 윤리적으로 소개하도록 신경 썼다. 방사장 면적은 2,500㎡로, 예전보다 6배 커지고 나무도 해당 지역의 식생을 조사해 심었다. 사자들은 영국이 아닌 인도의 한 마을에 나타난 것처럼 보인다.

직원들의 목표는 사자들이 이 공간을 100% 좋아하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동물훈련 담당자는 “아무리 넓은 방사장이라도 동물들이 쓰지 않는 공간이 있으면 좁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새로운 방사장이라면 사람들에게 공개하기 전에 동물들이 적응할 시간을 주고, 먹이를 곳곳에 뿌려주는 방법 등을 통해 공간 활용도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런던 동물원은 동물들의 상태를 정확히 알기 위해 2년에 걸쳐 동물복지 평가 기준을 만들었다. 방사장을 어떻게 사용하고 이동하는지, 관람객 영향은 없는지, 소음 정도는 어떤지 등을 파악한다. 문제를 발견하면 해결책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영국 런던동물원의 '사자들의 땅' 입구

동물원을 나서며, 과거 런던 동물원에 방문한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했다. 문명의 발전에 힘입어 ‘대단한’ 인간이 만든 건물 속 동물을 익숙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동물원이 세월을 거쳐오며 인간 중심에서 동물 중심으로 방향을 돌린 것은 분명하다. 동물의 복지를 생각하는 지금은 동물을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동물을 가뒀다는 사실을 잊고 싶은 것처럼 더 진짜 같은 가짜 환경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과거와 현재, 동물원의 동물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어떠한가.

글ㆍ사진=양효진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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