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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성장률 -0.3% ‘역성장 쇼크’… 수출-투자-소비 모두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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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성장률 -0.3% ‘역성장 쇼크’… 수출-투자-소비 모두 악화

입력
2019.04.26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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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악… 반도체 등 수출 부진 등 영향 

 정부 “예상보다 하회” 당혹감 속, 올 성장률 목표 2.6% 사수 선언 

분기별 성장률 추이. 그래픽= 신동준 기자
분기별 성장률 추이. 그래픽= 신동준 기자

올해 1분기 우리나라 경제가 전기 대비 -0.3%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분기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이던 2008년 4분기(-3.3%) 이후 10년 만에 최저이자, 2017년 4분기(-0.2%) 이후 5개 분기 만에 반복된 마이너스 성장이다. 시장은 물론, 통계를 작성한 한국은행이나 정부도 예상치 못한 ‘쇼크’ 수준의 경기 부진에 경제 비관론이 더 커지고 있다. 특히 수출-소비-투자 모두 뚜렷한 반등 계기를 잡지 못한 채 동반 부진을 겪고 있어, 정부의 올해 성장목표(2.6~2.7%) 달성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금융위기 이후 최악 실적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올해 1~3월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3% 감소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총체적 난국이다. 수출(-2.6%), 설비투자(-10.8%), 건설투자(-0.1%)가 뒷걸음질쳤고, 정부소비(+0.3%)와 민간소비(+0.1%)는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특히 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장비와 운송장비(항공기ㆍ자동차)를 중심으로 크게 줄어 외환위기 당시였던 1998년 1분기(-24.8%) 이래 21년 만에 최대 감소폭을 보였다.

이는 수출 부진에서 비롯됐다. 전체 수출의 20% 가량을 책임지고 있는 반도체 수요 부진 탓에 수출은 이달까지 5개월 연속, 분기 기준으론 지난해 4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가파른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올해 초 국내 반도체 제조사들이 수출 부진에 대응해 장비 증설 계획을 대폭 축소하면서 설비투자도 직격탄을 맞았다. 1분기 수출과 설비투자는 분기 성장률을 각각 1.1%포인트, 0.9%포인트 끌어내린 것으로 집계됐다.

부문별 1분기 성장기여도. 그래픽=송정근 기자
부문별 1분기 성장기여도. 그래픽=송정근 기자

 ◇재정 효과 사라지니 성장세도 추락 

정부와 한은은 예상을 뛰어넘은 마이너스 성장 수준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대내외 여건이 더 악화하고 하방리스크도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 19일)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2.6→2.5%)할 때 1분기 GDP 감소를 상정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 떨어질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재정 집행 상황이 ‘복병’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4분기 1.2%포인트에 달했던 정부 부문의 성장기여도는 지난 분기 -0.7%포인트로 급감했다. 올해 1~2월 재정집행률을 전년보다 2%포인트 이상 높은 20.7%로 끌어올리며 역대 최고 속도로 재정을 풀고 있다는 정부 입장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한은 관계자는 “재정집행률은 정부가 신규 SOC 등 재정사업에 예산을 내주는 시점에 반영되지만, 실제 사업 현장에선 예산을 1분기 내 집행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 정부 지출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재정 집행 지체가 성장률 쇼크로 이어진 것은 우리 경제의 민간 내수 기반이 그만큼 허약하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지난해 모처럼 연간 성장률(2.7%)을 웃돌아 2.8% 성장한 민간소비는 1분기 0.1% 증가에 그쳤다. △현대차 노사합상 지연에 따른 주문차량 출고 지연 △배출가스 규제 강화에 따른 차량 수입 감소 △따뜻한 겨울로 인한 의류판매 부진 등이 요인으로 꼽힌다. 고용창출 효과가 큰 건설투자(-0.1%) 역시 주택시장 부진까지 겹치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반기 전망도 불투명 

전방위 경기 부진이 심화하면서 당국이 기대하는 하반기 경기 회복 전망에 회의론도 확산되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1분기 역성장은 2017년의 투자, 2018년의 수출과 같은 성장 동력이 사라진 현실을 보여준다"며 "올해 2.3% 성장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해외 시각도 냉정하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와 바클레이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한국 수출은 하반기에도 ‘V자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하반기 경기 반등의 필수 조건인 반도체 시장 회복을 두고도 “반도체 가격 하락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디램익스체인지) 등의 비관적 전망이 늘어나고 있다.

반면 정부는 기존 성장목표 사수를 선언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성장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국회에 제출된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안을 언급하며 “추경을 통해 투자, 수출 활성화 등 선제적 경기대응 과제를 적극 뒷받침할 것”이라며 “추경이 조속히 통과돼 경기 하방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국회의 적극적 협조를 부탁 드린다”고 당부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세종=박준석 기자 p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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