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6조7000억 추경안 확정] 
 미세먼지ㆍ민생 추경인데 관광인프라 등 급조된 사업 수두룩 
 3조6000억 적자 국채로 조달… “미래 세대에 부담 떠넘겨” 
홍남기(오른쪽 세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룸에서 6조7,000억원 규모로 편성된 2019 미세먼지 민생 추가경정예산안을 설명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가 24일 국무회의에서 6조7,000억원 규모의 올해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확정했다. 이른바 ‘미세먼지ㆍ민생’ 추경으로 이름 붙여진 이번 추경은 문재인 정부 들어 3번째이자, 박근혜 정부 시절까지 합치면 최근 7년간 6번째 추경이다.

매번 “시급한 현안에 추가 예산이 절실하다”는 명분이 붙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추경을 위한 추경’이란 비판이 적지 않다. 다음해 경제 상황을 예측해 꾸린 본예산이 무색하게 매년 반복되는 ‘습관성 추경’은 올해도 되풀이됐다. 경기가 어렵다며 뭉칫돈을 꺼내 드는 효과를 내려다보니 꼭 필요한지 의문이 드는 사업항목도 상당수 눈에 띈다. 정부는 당장 재정건전성엔 큰 영향이 없다지만 추경을 위해 내는 3조6,000억원의 빚(적자 국채)은 미래세대의 부담이기도 하다.

 ◇7년간 6번… 습관성 추경 

정부 추경안에 따르면, 미세먼지 저감 등 국민안전 분야에 2조2,000억원, 나머지 4조5,000억원은 선제적 경기대응에 쓰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세먼지는 단순한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삶과 국가경제에 위험요인이 됐고, 경기 하방 위험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면 자칫 우리 경제가 위축되고 서민경제 어려움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추경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추경으로 올해 미세먼지가 7,000톤 추가 감축되고 경제성장률도 0.1%포인트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덧 연례행사가 되어버린 추경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우선 정부의 안이한 경기 진단이다. 지난해 11월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시정연설에서 “(2019년 예산안은)2009년 이후 가장 큰 폭인 9.5%나 규모가 증가했다”며 경기 하강에 대비한 확장 예산임을 한껏 강조했다. 이를 통해 올해 2.6~2.7% 성장을 약속한 것이다. 그러나 불과 3개월여만에 미세먼지를 이유로 추경 편성이 공식화됐다. “예비비부터 쓰겠다”던 홍 부총리의 추경 신중론은 세계 경기 둔화 가속화라는 이유로 돌변했다.

수출 전망도 들쑥날쑥이다.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수출이 지난해(전년대비 5.5% 증가)보다 둔화될 것이라면서도 3.1% 정도 증가할 걸로 예상했다. 하지만 작년 12월부터 수출이 5개월 연속 감소할 조짐이 짙어지자, 결국 “작년 수준(증가율 0%)의 수출 달성을 기대한다”고 전망을 낮추고 추경 편성 요인으로 꼽았다.

작년 청년 일자리 추경도 세수 예측 실패로 ‘필요할 때 돈을 쓰지 못한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라는 평가가 적잖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대내외 경제 여건이 하루 아침에 나빠진 것이 아닌데 그간 엉뚱한 진단만 내리다가 갑자기 추경을 한다고 하니 정치적 배경이 의심된다”며 “내년 선거를 의식한 세금 풀기라고 밖엔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추경 재원은 지난해 결산 잉여금 4,000억원과 기금의 여유자금 2조7,000억원 외에 3조6,000억원 규모의 적자 국채 발행으로 조달한다. 국민 부담이 그만큼 늘어나는 셈으로 이에 따른 국가채무비율(39.5%)은 당초보다 0.1%포인트 높아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추경 편성현황. 그래픽= 강준구 기자
 ◇급조성 사업도 수두룩 

추경은 예기치 못한 정부지출이 필요해졌을 때 제한적으로 편성하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이번 추경 사업들을 보면, 미세먼지ㆍ민생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사업이 적지 않다.

관광 활성화 사업(예산 458억원)이 대표적이다. △아세안ㆍ중화권 관광객 유치 위한 마케팅 △관광객 편의서비스 확충 등과 함께 관련 예산 대부분이 △관광산업 투ㆍ융자지원 확대(370억원) △콘텐츠 보강(45억원) 등 관광 인프라 개선 사업에 투입된다. 호텔 에너지 절감, 숙박 업소 리모델링, K-POP 페스티벌 등에 세금을 투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사업이 긴급하게 추경으로 지원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인데다, 정부조차 투자 효과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 2일 “관광산업은 경제 발전의 핵심 동력”이라고 강조하면서 ‘어쩔 수 없이 넣게 된 사업’이라는 말이 나온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결제 시스템인 제로페이 인프라(QR키트) 보급을 25만개(25만개→50만개) 확대하는 사업도 ‘끼워넣기 사업’으로 꼽힌다. 구윤철 기재부 제2차관은 “제로페이를 빨리 시행하게 되면 영세소상공인들의 부담이 준다”고 설명했지만, 지난해 12월 도입 이후 하루 평균 결제액이 1억원 안팎에 불과한 상황에서 추경에 편성할 정도로 중요한 사업인지는 의문이다. 노후 철도, 도로 개보수 등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사업도 향후 진행할 투자를 1~2년 앞당긴 것이라는 점에서 경기부양보다 내년 총선을 의식한 ‘지역 민원성 사업’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정부는 이번 추경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0.1%포인트 높일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실제 국내외 경제 연구기관들은 올해 성장 전망치를 다투어 낮추고 있다. 한국은행은 전망치를 2.5%로 0.1%포인트 내렸고, LG경제연구원도 2.3%를 제시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2.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4%를 전망하고 있다.

이런 전망 속에 추경 효과를 감안해도 정부 목표치(2.6∼2.7%)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을 거란 관측이 많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이 9조원 수준 추경을 권고한 것도 최소 그 정도는 돼야 한다는 의미인데, 6조원대 규모로는 어림없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추경만으로 2.6% 성장률을 달성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추경과 함께 올해 초 경제정책방향에서 정부가 발표한 정책, 지방자치단체 등에 교부금으로 정산한 10조5,000억원 등이 시너지 효과를 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