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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북’ 10주년… 유희열 “나는 음악인들 총무 같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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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북’ 10주년… 유희열 “나는 음악인들 총무 같은 사람”

입력
2019.04.24 18:00
수정
2019.04.24 19:1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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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 진행자 유희열. KBS 제공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 진행자 유희열. KBS 제공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스케치북)은 대중음악계에서 주목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2009년 4월 첫 방송을 시작으로 지금껏 별 다른 부침 없이 장수했다. 무엇보다 다양한 가수를 매주 소개한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 받는다. 그간 ‘스케치북’을 거쳐간 가수는 950여팀(24일 기준 440회). 볼빨간사춘기와 헤이즈, 멜로망스 등 신예 가수의 노래가 이 프로그램에서 재조명되며 음원 차트에서 ‘역주행’하기도 했다. 여러 인디 가수가 소속된 한 기획사 관계자는 “K팝 등 한 장르에만 편중되지 않고, 10년 간 여러 음악을 선보였다는 ‘스케치북’만의 정체성이 있다”며 “음악부터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가수의 매력을 다양하게 보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스케치북’이 10주년을 맞이했다. 지난해 11월 종방한 KBS1 ‘콘서트 7080’ 이후 유일하게 남은 지상파 방송의 심야 음악 토크쇼다. 시청률은 2%를 넘지 못할 정도로 저조하지만, 출연한 가수는 매주 조명을 받는 독특한 프로그램이다.

‘돈 안 되는’ 프로그램의 장수 비결은 PD와 음악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다. 제작비 증가와 경쟁력 하락 등으로 존폐 위기에 놓일 때마다 버팀목 역할을 해줬다. 1992년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를 시작으로 27년 간 명맥을 이은 음악프로그램이라는 점도 한몫을 했다.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와 ‘이소라의 프로포즈’(1996~2002), ‘윤도현의 러브레터’(2002~2008)가 바통을 주고 받으며 토크쇼를 겸한 음악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이어왔지만 10년을 채우기는 ‘스케치북’이 처음이다. ‘스케치북’의 진행자 유희열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KBS에서 열린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KBS 예능국에 있던 PD들이 이 프로그램만은 지켜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며 “음악계에서도 이 프로그램을 중요한 존재로 바라봐줘서 10년이 흐른 지금까지 지켜졌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한 멜로망스(왼쪽)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유희열. KBS 제공
지난해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한 멜로망스(왼쪽)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유희열. KBS 제공

유희열은 10년 간 대중과 가수 사이 가교 역할을 했다. TV에 첫 출연하는 가수의 입길을 열어주고, 돋보이게 하는 것이 ‘스케치북’에서 그의 역할이다. 유희열은 프로그램 출연 가수에게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는다고 해 ‘매희열(매의 눈을 가진 유희열)’이라는 별명을 가지기도 했다. 유희열은 자신이 기성 음악인과 젊은 가수 사이에서 총무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상이 바뀌고 음악도 변하는 데 ‘스케치북’에도 젊은 진행자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다”며 “다행히 선후배 가수들이 ‘저 사람과 수다를 떠는 게 힘들지 않겠구나’라고 편안하게 생각해줘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화제성과 별개로 시청률이 답보 상태이니 ‘스케치북’에 대한 걱정도 커지고 있다.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프로그램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KBS1은 지난해 11월 음악프로그램 ‘콘서트 7080’을 갑작스레 종방해, 시청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공영방송은 다양한 세대의 음악을 들려줘야 한다”며 “아이돌 중심으로 음악프로그램이 포진돼 있는 상황에서 ‘스케치북’은 시청률이 안 나와도 유지가 돼야 할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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