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열차로 도착… 정상회담장 유력한 극동연방대학, 외부인ㆍ학생 출입통제
취임 후 첫 북러 정상회담에 나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입성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회담 개최지인 블라디보스토크는 경계 태세를 강화하는 등 막바지 ‘손님 맞이’에 박차를 가했다. 북측도 김 위원장 전용 차량 등 회담을 위한 물자를 속속 들여오며 실무 준비를 마무리하는 모습이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23일(현지시간)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처음 만나 정상회담을 갖는다고 공식 발표했다. 유리 우사코프 외교담당 보좌관은 “(이번 정상회담은) 한반도 핵문제의 정치ㆍ외교적 해법에 집중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상회담 개최 장소로 알려진 블라디보스토크 남단 루스키섬의 극동연방대학교와 섬에 진입하는 길목에는 이날 일제히 러시아ㆍ북한 국기가 걸렸다. 회담장으로 유력한 대학 내 S동(스포츠 센터) 건물에 전날 무대가 설치된 데 이어 거리에 양국 국기마저 배치되면서 회담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S동 건물은 전날까지만 해도 일부 출입이 가능했으나 이날 건물 관계자는 “외부인은 물론이고 학생도 들어갈 수 없다”며 취재진을 막아 섰다. S동 건물 외에 캠퍼스 주요 건물의 출입도 점차 통제되고 있다. 김 위원장 및 북측 대표단의 숙소로 알려진 대학 내 호텔도 이날 사복 차림의 경호 인력을 입구마다 배치해 외부인의 출입을 전면 금지했다. S동 건물과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한 호텔은 최고급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을 갖추고 있어 동방경제포럼 때에도 각국 정상 숙소로 활용됐던 곳이다. 김 위원장의 집사 격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이끄는 선발대가 이미 이곳에 머물며 회담 관련 시설을 최종 점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전용차량인 마이바흐도 전면에 꽂힌 북한 인공기의 모습을 가린 채 극동연방대 캠퍼스에 들어섰다. 이날 오전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에 도착한 평양발 특별 수송기로 이송된 것으로 추정된다. 수송기에 앞서 고려항공 여객기도 1대 도착했지만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 30여명의 모습만 포착됐다. 외교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특별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역에 도착한 후 이틀간 전용차량으로 시내 시찰 등 일정을 소화하지 않겠냐”고 전했다. 현지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김 위원장을 태운 열차는 24일 오전 러시아 국경도시인 하산스키를 지나 우수리스크를 경유한 다음 오후에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할 예정이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 매체는 김 위원장의 방러 및 북러 정상회담 사실을 이날 공식 발표했다. 다만 정상회담 외 김 위원장의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외교가에선 25일 회담 직후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상포럼 참석을 위해 중국 베이징으로 떠나는 푸틴 대통령과 달리, 김 위원장은 26일까지 현지에 머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푸틴 대통령 부재 기간엔 시내 또는 근교 주요 시설에 대한 시찰이 이뤄질 전망이다.
시찰 후보지로는 러시아 태평양함대 군사ㆍ역사 박물관, 마린스키 극장 연해주 분관, 프리모르스키 오케아나리움(연해주 해양관) 등이 거론된다. 북측 인사들이 방문한 모습이 포착됐던 연해주 해양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시찰과 관련해 휴관하느냐’는 질문에 “26일에 휴관한다”고 밝혔다. 또한 2002년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방문했던 ‘가반’ 호텔, 부친이 찾았던 빵 공장 ‘블라드흘렙’ 등도 둘러볼 예정이라고 코메르산트는 전했다.
블라디보스토크=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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