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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날 때마다 이 사람 저 사람의 이야기를 옮겨 주는 친구가 있다. 아는 사람도 많고 듣는 것도 많은 만큼 여기저기 신경 쓸 일도 많은 것 같다. 많은 사람을 챙기다보면 그만큼 본인이 힘든 때도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 친구에게 위로랍시고 “네가 오지랖이 넓으니까 그렇지. 남들 일에 그만 좀 신경 써.”라고 말해 주게 된다. 그래도 그만큼 사람에 대한 정이 많은 친구다.

그런데 이 ‘오지랖’이란 무엇일까? 오지랖은 원래 ‘웃옷이나 윗도리에 입는 겉옷의 앞자락’을 말한다. 여기저기 참견하고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을 옷의 앞자락이 넓은 것에 빗대어 ‘오지랖이 넓다’는 표현이 생겼다. 재미있는 것은 관용구의 형태가 워낙 익숙해지다 보니 막상 ‘오지랖’ 자체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분명 예전에는 ‘오지랖’의 뜻을 바탕으로 하여 만들어졌을 관용 표현이지만, 지금은 개별 단어가 관용 표현 이외에서는 잘 쓰이지 않아 관용구 안에서만 익숙한 경우라 할 수 있다. ‘관용구’라는 것이 그렇다. 이제는 구 표현이 굳어져 그 자체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각 단어의 뜻과 그것을 합한 전체의 의미를 비교하며 살펴보다보면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재미가 있다.

요새는 같은 의미로 ‘오지랖 부리다’, ‘오지랖 피우다’라는 표현을 쓰는 경우도 보인다. ‘옷의 앞자락’이라는 오지랖 본연의 의미에 대한 인식은 상대적으로 약해지고, ‘오지랖이 넓다’라는 관용구 전체가 하나의 의미로 굳어져 인식되다 보니 ‘오지랖’ 뒤에 ‘피우다’, ‘부리다’와 같은 동사를 붙여 쓰는 것으로 보인다. 오지랖이 넓으면 좀 귀찮아질 수는 있지만, 평소에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우리말을 들여다보는 재미는 생긴 셈이다.

이유원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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