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관절염에 시달리던 건축업자 장모(61)씨는 “세계 최초로 개발된 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를 써보지 않겠냐”는 병원 측 권유에 지난달 5일 600여 만원을 들여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 처방을 받았다. 2,3일이면 멀쩡하게 걸을 수 있을 것이라던 병원 설명과 달리 장씨는 한 달 넘게 꼼짝도 못하고 있다. 다리를 펴거나 구부리면 무릎 뒤 힘줄이 터져나갈 것 같은 통증이 느껴져 제대로 걸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장씨는 “계속되는 통증과 다리를 다시 쓸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잔다”면서 “당장 일을 몇 달간 쉬어야 해 굶어 죽게 생겼다”고 호소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당국의 허가와 다른 성분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 판매가 중지된 인보사를 투약한 환자들이 개발사인 코오롱생명과학을 상대로 대규모 소송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17년 7월 허가승인 이후 지난달까지 인보사를 투약한 환자 수가 3,707명에 이르러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비화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당장 법무법인 오킴스는 다음달 초 코오롱생명과학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나설 예정이다. 집단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에서 지난 16일부터 원고 모집에 들어갔는데 이미 50여명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오킴스의 엄태섭 변호사는 “인당 600~700여 만원에 이르는 약값에다 종양 유발 성분 투약으로 인한 추가 피해, 발암 공포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의 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정으로 가게 되면 구체적 피해 입증이 관건으로 꼽힌다. 개발사 측 과실, 그로 인한 투약 환자들의 정신적 피해를 입증하기는 비교적 쉽다. 하지만 투약으로 인한 부작용은 명확하게 입증하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많다. 실제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발생한 뒤 2016년 피해자 400여명이 국가와 살균제 제조사들을 상대로 잇따라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환경부의 판정기준 미확립 등을 이유로 재판이 지연되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을 상대로 민사뿐 아니라 형사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점쳐 진다. 허가 받지 않은 성분이 포함된 의약품을 판매한 행위 자체가 약사법 위반이라서다. 약사법 62조 및 94조는 허가된 내용과 다른 의약품을 판매한 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앞서 지난 15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유통된 제품의 주성분이 허가 당시 기재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인보사의 제조ㆍ판매를 중지시켰다. 이어 인보사를 특별관리 대상으로 지정, 모든 투약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상반응이 나타나는지 15년 동안 추적조사키로 했다. 인보사에 포함된 신장세포가 악성종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어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사용이 금지됐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인보사 투약 환자 사이에선 ‘암이 몸에 들어왔다’는 말이 돌고 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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