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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야? 유럽이야? 1.7조 들인 화웨이 ‘새 심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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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야? 유럽이야? 1.7조 들인 화웨이 ‘새 심장’ 가보니

입력
2019.04.16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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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둥성 둥관시에 있는 화웨이 새 연구개발 캠퍼스 '옥스 혼' 전경. 화웨이 제공
중국 광둥성 둥관시에 있는 화웨이 새 연구개발 캠퍼스 '옥스 혼' 전경. 화웨이 제공

중세 유럽의 성문을 떠올리게 하는 대형 철문이 열린다. 나무와 들판이 펼쳐지고 곳곳에 솟은 건물들은 고풍스러움을 내뿜는다. “땡땡땡!” 종소리가 세 번 울리면 입구로 오렌지빛 전차가 들어서고 있다는 뜻이다. 우르르 올라 탄 사람들을 싣고 달리는 전차의 머리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웰컴 투 화웨이’.

둔탁한 공장들이 많이 들어서 공업 도시로 유명한 광둥(廣東)성 둥관(東莞)시에서 홀로 중세풍 건축물과 나무, 호수에 둘러싸여 신선놀음이나 어울릴 법한 이곳은 화웨이 직원 외에는 출입이 철저히 제한된 곳이다. 화웨이는 이곳에 미래를 걸었다. 규모 180만㎡(54만5,000평)로 여의도의 62% 크기를 자랑하는 화웨이의 새 연구개발(R&D) 기지 ‘옥스 혼’(Ox horn) 캠퍼스다. 캠퍼스가 위치한 지역에 있는 송산 호수가 황소 뿔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붙은 명칭이다.

옥스 혼 캠퍼스 안에 있는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을 모티브로 지어진 건물. 둥관(중국)=맹하경 기자
옥스 혼 캠퍼스 안에 있는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을 모티브로 지어진 건물. 둥관(중국)=맹하경 기자

총 4개 구역 12개 블록으로 구성된 옥스 혼 캠퍼스의 각 블록은 프랑스 파리, 영국 옥스포드, 스페인 그라나다 등 유럽 명소 이름을 따 붙였다. 블록들 사이를 스위스 산악 열차를 본떠 만든 전동 트램이 7.8㎞ 트랙을 따라 5~7분 간격으로 운행하며 직원을 실어 나른다.

15일(현지시간) 화웨이 새 연구개발 거점 '옥스 혼' 캠퍼스 입구에 직원들을 태워주는 전동 트램이 들어오고 있다. 중국(둥관)=맹하경 기자
15일(현지시간) 화웨이 새 연구개발 거점 '옥스 혼' 캠퍼스 입구에 직원들을 태워주는 전동 트램이 들어오고 있다. 중국(둥관)=맹하경 기자

15일(현지시간) 방문한 옥스 혼은 막바지 준공 작업이 한창이었다. 2014년 착공해 올해 말이면 완성된다. 공사비만 100억위안(약 1조7,000억원)이 들었다. 화웨이 본사가 있는 선전 캠퍼스가 통신, 장비 등 화웨이 전반적인 사업을 지원하는 종합 캠퍼스라면 옥스 혼은 오로지 R&D 역량을 키우기 위해 조성됐다. 지난해 7월부터 직원들이 이주를 시작해 지금은 1만3,000여명이 근무 중인데, 완공되면 R&D 연구원 2만5,000명을 포함해 총 3만여명이 이곳에서 일하게 된다. 화웨이 글로벌 R&D 인력이 8만여명으로 중국 개발자 대부분은 옥스 혼 캠퍼스로 모이는 셈이다.

옥스 혼은 ‘화웨이가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가’에 대한 답이다. 네트워크 장비, 스마트폰 등을 값싼 가격에 대량으로 납품하는 방식이 초기 화웨이를 이끌었다면 R&D를 통한 ‘기술 주도 혁신’이 필요하다는 런정페이(任正非) 창업자 겸 회장의 뜻이 담겼다는 게 화웨이의 설명이다. 유럽 건축물을 좋아하는 건축학과 출신의 런정페이 회장이 넓은 녹지공간에 연구원들이 영감을 받을 수 있도록 저밀도로 건물들을 지으라고 주문했다.

옥스 혼 캠퍼스 내부에 있는 인공호수에는 호주에서 120만호주달러(약 9억7,500만원)를 주고 들여온 블랙 스완(검은 백조)이 유유하게 수영을 즐기고 있다. 둥관(중국)=맹하경 기자
옥스 혼 캠퍼스 내부에 있는 인공호수에는 호주에서 120만호주달러(약 9억7,500만원)를 주고 들여온 블랙 스완(검은 백조)이 유유하게 수영을 즐기고 있다. 둥관(중국)=맹하경 기자

1987년 설립돼 30여년 만에 글로벌 통신 장비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게 된 배경도 “거침없는 R&D 투자”라고 화웨이는 강조했다. 지난해 화웨이 R&D 투자 규모는 2017년(897억위안)보다 13.2% 증가한 1,015억위안(약 17조1,000억원)으로 매출(7,212억위안)의 14%를 차지했다. 화웨이 관계자는 “순수하게 R&D만 담당하는 대규모 거점을 만들어 주력사업인 통신장비와 스마트폰에서 추격자를 넘어선 선도자로 도약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중국 둥관시에 있는 화웨이 스마트폰 생산라인. 화웨이 제공
중국 둥관시에 있는 화웨이 스마트폰 생산라인. 화웨이 제공

옥스 혼 캠퍼스에서 차량으로 15분 거리에는 통신장비와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화웨이 공장이 있다. 이날 공개된 스마트폰 공장에는 120m 라인 35개가 들어차 P 시리즈, 메이트 시리즈 등 화웨이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28.5초마다 1대씩 찍어내고 있었다. 화웨이 전체 프리미엄 스마트폰 생산량 중 40~50%를 책임지는 이 공장의 지난해 총 생산량은 2,000만대다. 옥스 혼 캠퍼스가 본격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하면 생산량이 훨씬 늘어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화웨이 관계자는 “옥스 혼 캠퍼스와 생산기지가 가깝게 위치해 있기 때문에 폴더블폰, 5세대(G) 통신 스마트폰 등 R&D 역량이 중요한 제품군에 대한 개발 작업과 양산 작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게 된다”며 “5G가 본격 상용화한 올해는 화웨이 기술력과 신뢰를 높이는 것이 주요 과제”라고 덧붙였다.

둥관(중국)=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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