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국정 운영 표류, 민주당 책임도 커
총선 1년 남은 지금이 견제 목소리 낼 적기
“어디서 뭐가 잘못됐나” 치열하게 논쟁해야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12일 밤 서울공항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이 ‘적극 두둔’으로 선회했다. 당초 민주당 내에서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아 어렵겠다”는 분위기가 적지 않았으나 하루 만에 “불법은 없지 않으냐”며 자세가 달라졌다. 민주당의 태도 변화는 당 지도부와 청와대 정무라인 간의 회동 후부터라고 한다. 이 후보자를 사퇴시킬 경우 검증을 맡은 ‘조-조 라인’(조국-조현옥 수석)까지 책임론이 제기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다른 것을 떠나 “사회적 소수와 약자 권리 보호에 최선을 다해야 할 헌법재판관이 과도한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국민의 정서와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성명은 일반 시민의 인식을 대변한다.

직전의 장관 인사 때도 그랬다. 청와대가 흠결투성이의 장관 후보자들을 내정했는데도 민주당은 제동을 걸기는커녕 “검증 과정에서 다 나왔던 것”이라며 감싸다 뒤늦게 청와대에 민심을 전했다. 그때는 이미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 뒤였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이 표류하는 데는 1차적으로 청와대의 책임이 크지만 민주당이 ‘청와대의 거수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도 크다. 집권 초기야 그렇다 쳐도 이젠 견제의 목소리를 낼 만도 한데 좀처럼 달라지지 않고 있다. 현장의 민심을 적극적으로 전달해야 할 창구인 집권여당의 책임 방기라고밖에 볼 수 없다. 이는 여당뿐 아니라 청와대 등 집권세력 전체의 패배로 귀착될지 모른다.

탁현민 전 청와대 행정관의 민주당 홍보소통위원장 기용설만 해도 그렇다. 아직 확정된 건 아니라지만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모양새가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양정철 전 청와대 비서관과 ‘문재인 1기 청와대 참모’들의 복귀와 맞물려 민주당의 ‘친문 체제’ 구축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총선 공천 과정에서 청와대 입김이 작용할 가능성이 클뿐더러 당내 다양한 의견이 사라질 게 뻔하다. 청와대를 향한 맹목적인 충성심만 강화시킬 공산이 크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쳐내고 친박의 철옹성을 구축하려다 제1당을 야당인 민주당에 내준 일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대통령과 여당의 권력관계를 가르는 일정한 공식이 있다. 대통령 지지율이 50%를 넘을 때는 청와대에 힘의 우위가 실리고, 40%대는 청와대와 여당 간에 힘겨루기가 진행되다 30%로 내려가면 무게 추가 여당으로 기울기 마련이다. 이때가 되면 여당이 청와대 말을 잘 듣지 않고 당 내부에서 주류와 비주류 간 자중지란이 빚어진다. 하지만 이미 민심은 등을 돌린 뒤여서 손쓸 길이 별로 없다. 총선을 정확히 1년 앞두고 대통령 지지율이 40%대에 머물고 있는 지금이 민주당이 청와대를 견제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할 적기다.

참여정부 때인 2004년 당시 김근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노무현 대통령 면전에서 “계급장 떼고 치열하게 논쟁하자”고 말했다. 난리가 날 법도 한데 노 전 대통령은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하자는 것”이라며 흔쾌히 수용했다. 그리고 얼마 후에는 그를 보건복지부 장관에 임명했다. 대통령에게 “계급장을 떼자”는 여당 원내대표나 이런 사람을 장관으로 쓴 대통령이나, 국정의 동반자라는 무거운 책임감이 자존심보다 앞섰기에 가능했다.

청와대도 ‘만기청람(萬機靑覽)’이란 말이 나올 정도의 독선적인 국정 운영 방식을 바꿔야 한다. 청와대의 장악력이 워낙 세다 보니 내각도, 여당도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새삼스럽지 않다. 내년 총선을 치르는 것도, 대선을 치르는 것도 결국은 여당이다. 지난달 민주당 토론회에서는 “현 상황이 계속되면 총선 승리를 기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재집권에도 실패해 현재 집권세력이 제2의 폐족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도대체 어디서 무엇이 잘못됐는지”부터 치열하게 논쟁해야 한다. 물론 계급장을 떼고 말이다.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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