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쿠라다 요시타카 올림픽 담당 장관
금메달 후보 백혈병 소식에 “실망” 등 막말 일삼아
2020년 도쿄올림픽 준비를 주관하는 사쿠라다 요시타카(櫻田義孝) 올림픽 담당장관이 ‘막말’ 논란을 일으킨 뒤 사임했다. 다케다 스네카즈(竹田恒和) 일본 올림픽위원회(JOC) 회장이 올림픽 유치 당시 뇌물 공여 의혹으로 프랑스 사법당국의 수사를 받게 되자 올 6월까지인 현 임기만 채우고 물러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일본은 또 다른 악재를 만나게 됐다.
10일 교도(共同)통신 등에 따르면 사쿠라다 장관은 이날 오후 7시쯤 도쿄도(東京都) 내에서 열린 자민당 다카하시 히나코(高橋比奈子) 중의원 후원모임에서 “부흥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다카하시 의원”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부흥’이란 동일본 대지진 피해지역 복구를 의미한다. 막대한 피해를 안긴 국가적 재난의 해결보다 정치인 한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 셈이다.
이 같은 발언이 전해지자 야당인 공산당에선 “곧바로 경질해야 한다” “폭언과 실언을 반복하는 각료를 임명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등 거센 비난이 일었다. 자민당 내에서조차 사임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사쿠라다 장관은 논란 직후 기자들이 발언의 진의를 묻자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그렇게 말한) 기억이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결국 이날 오후 8시 30분쯤 총리관저를 방문,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준 책임을 지고 싶다”며 아베 총리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아베 총리는 이후 기자들에게 사표 수리 사실을 밝히며 “총리로서 피해지역 분들께 사쿠라다 올림픽 담당상의 발언에 대해 깊이 사과 드린다”고 했다. 이어 “임명 책임은 내게 있다"면서도 "앞으로도 도호쿠(東北)지역 부흥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의 이 같은 빠른 대처는 사쿠라다 장관의 발언이 갖는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2011년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으로 1만 5,897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피해 복구작업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사쿠라다 장관 그 동안 ‘망언 제조기’로 유명했다. 그는 지난 2월 수영선수 이케에 리카코(池江璃花子)의 백혈병 진단 소식이 알려지자 “2020년 도쿄올림픽 금메달 후보로 일본이 기대하고 있는 선수였는데 (백혈병 소식에) 실망했다”고 말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지난해 11월에는 중의원 내각위원회에서 ‘컴퓨터를 사용할 줄 아느냐’는 질문에 “25살 때부터 사업을 해왔고 직원들과 비서들에게 지시를 내려왔기 때문에 내가 직접 컴퓨터를 칠 일이 없다”고 답했다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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