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청문회 무용론’주장에 1시간도 안돼 정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9일 문형배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했지만, 의사진행발언 시간 동안 ‘청문회 무용론’을 주장하는 야당 의원들과 여당 의원들 간 공방만 이어지다 한 시간도 안돼 정회했다.
이날 오전 10시 법사위가 개의하자마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김연철 통일부ㆍ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의 임명을 강행한 것을 문제 삼으며 청문회 무용론을 주장했다. 가장 먼저 발언권을 얻은 정갑윤 의원은 “야당이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 채택 합의도 안 해주고, 임명하면 안 된다고 강력히 주장해 왔는데 그런 분을 장관으로 임명하는 건 국회 수치 중 이런 수치가 없다”며 “오늘 내일 인사청문회가 잡혀있는데, 청문회를 하나 안 하나 임명하는 건 똑같으니 이런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자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야당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주장”이라면서도 “이 문제가 국회 운영을 중단시키거나 변경시킬만한 사안은 아니다. 헌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우리는 대통령 책임제인데, 대통령 책임제의 핵심은 대통령이 내각 구성을 책임지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맞섰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연이어 발언권을 얻어 청문 보고서 채택 없는 장관급 후보자들의 임명 강행을 강하게 규탄했다. 이은재 한국당 의원은 “문재인 정권 들어서 지금까지 청문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급이 총 8명이다. 그런데 청와대는 이들 후보자에 대해 ‘인사검증 과정에서 7대 배제기준을 위배한 경우는 없었다’고 뻔뻔한 자평까지 한다”며 “이제 그 숫자가 10명으로 늘었는데 국민을 정말 바보로 아는 것 아니냐”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 오늘 법사위에서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를 한들 무슨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느냐”며 “청문회를 시작하기 앞서 청와대와 여당의 유감 표명과 재발 방지 약속이 없으면 청문회를 진행하지 않아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도 “청문회를 하면 뭐하나. 여기서 어떤 의혹이 제기되더라도 대통령은 임명할 것”이라고 거들며 “문형배 후보자는 이미 후보자가 아니라 헌법재판관이다. 축하하고 끝내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대한민국은 인사무능, 인사검증 실패, 인사 무정부 상황에 와 있다”며 “인사청문 보고서가 채택이 안 되더라도 대통령이 임명을 한다면, 책임이라도 져야 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받아야만 인사청문회가 효용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 뒤에도 야당 의원들의 발언이 이어지자 여당 의원들은 “청문회 진행을 방해하지 말라” “너무하다”라고 소리치며 거칠게 항의했다. 이에 대해 야당 의원들이 다시 큰 소리로 맞받고, 보다 못한 여상규 법사위원장이 “나서지 말라, 회의 진행은 제가 한다”고 언성을 높이면서 청문회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급기야 금태섭 민주당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이 이어지면 정작 본질의가 지연돼 다른 의원들이 발언을 못 할 수 있다. 그것은 동료 의원의 발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각 교섭단체 간사를 불러서 회의 진행방식을 논의하고 의사진행발언은 각 당에서 두 명씩 제한하길 제안한다”고 했고, 여 위원장이 이를 받아들여 오전 10시 58분쯤 정회를 선포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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