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지난해 참가했던 3개팀, 최대 기전인 올해 ‘KB리그’(총 규모 34억원) 불참
KB리그는 프로바둑 선수들의 수입과 실전 감각 유지 등을 위한 필수 성장판
최종 참가팀 미정…한국기원 주 수입원(KB 팀당 참가비 3억원)도 사라질 위기
지난해 6월 서울 중구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8 KB국민은행 바둑리그’ 개막식에서 선수단과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산 넘어 산이다. 한 고비를 넘기면 또 다른 장애물이 나오는 꼴이다. 지난해 말 터졌던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논란 이후 꼬여버린 바둑계 행마다. 한국기원 전임 총재의 중도 사태까지 불러왔던 미투 사태 연장선에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올해 여자바둑리그 후원사 유치에 실패했다. 궁여지책으로 정부에 손을 내밀면서 여자바둑리그의 파행은 막았지만 족보엔 없는 형태다. 중심을 잡아야 할 비대위원장마저 지난달 말 신임 총재가 공석인 와중에 무책임하게 물러났다.

진짜 폭탄은 아직도 불투명한 ‘2019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출범 여부에 있다. 예년 같으면 이미 윤곽이 나왔어야 할 KB리그는 현재까지 최종 참가 팀을 확정하지 못했다.

6일 한국기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KB리그(총 규모 34억원)에 참가했던 8개팀 가운데 현재까지 불참의사를 통보한 팀은 3개(신안천일염과 BGF리테일, SK엔크린)팀이다. 2009년부터 참가해 온 신안천일염은 별도 시니어 기전 유치를 명목으로 10년 만에 KB리그와 결별했다. 2년전부터 미온적이었던 SK엔크린도 올해부터 불참을 선언했다. 미투 여파로 불명예스럽게 중도 사퇴한 전임 한국기원 총재와 특수 관계인 BGF리테일 또한 올해 KB리그에서 빠졌다. 현재까지 올해 KB리그 참가가 점쳐진 곳은 4~5개팀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서도 1~2개 팀은 올해 KB리그의 최종 참가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 상태에선 KB리그의 정상 출범은 어려운 셈이다.

사실, KB리그는 국내 바둑계의 젖줄이다. 2004년에 시작된 한국 바둑리그에 이어 2006년부터 7~10개팀으로 운영돼 왔다. 4~5월에서 개막해 연말 포스트시즌을 거쳐 최종 우승팀을 선정하는 방식의 KB리그는 프로바둑 기사들에겐 주요 수입원이다. 1,2부(퓨처스)리그 경기에 출전한 프로바둑 기사들은 매판 수당을 지급받는다. 지난해 총 280대국으로 치러진 1부리그(팀당 5명) 가운데 장고 경기 승자에겐 400만원(패자 80만원), 속기 경기 승자에겐 360만원(패자 70만원)씩 대국료가 주어졌다. 총 168대국을 벌인 2부리그(팀장 3명)의 경우 장고 경기 승자에겐 65만원(패자 20만원), 속기 경기 승자에겐 50만원(패자 15만원)의 대국료가 책정됐다. 가뜩이나 축소된 국내 기전 상황을 감안할 때 기사들에게 KB리그는 존재감은 크다. 한국기원 소속의 한 프로바둑 기사는 “만약 KB리그가 운영되지 못한다면 중국 바둑리그에 진출한 몇몇 선수들을 제외하고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할 기사들이 태반이다”고 토로했다.

무엇보다 실전 감각 유지가 필수적인 프로바둑 기사들에게 KB리그 비중은 절대적이다. 프로바둑 기사들은 약 7개월 넘게 진행되는 KB리그에 참가하면서 경기력 향상을 극대화 시킬 수 있다. 적지 않은 프로바둑 기사들이 “KB리그에 선수로 뽑히는 게 목표다”고 입을 모으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또 다른 프로바둑 기사는 “아무리 인공지능(AI)으로 공부하고 연습대국을 한다고 해도 실전 대국과 비교할 순 없다”며 “프로바둑 기사들에게 KB리그는 그만큼 중요하다”고 전했다. 프로바둑 기사들에게 KB리그 파행은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한국야구위원회(KBO)리그가 중단된 것과 다를 게 없다.

KB리그의 파행은 한국기원에도 치명적이다. 지난해 KB리그 팀들은 참가비 명목으로 기원측에 각각 3억원을 냈다. 지난해 8개팀 참여로 챙겼던 24억원의 짭짤한 수익까지 현재 상태에선 포기해야 할 판이다. 기원 소유의 바둑TV가 입게 될 내상 또한 만만치 않다. 바둑TV는 매주 4일(목~일요일) 저녁 주요 시간대에 KB리그를 생중계 해왔다. 만약 KB리그가 중단될 경우, 바둑TV 프로그램 편성 지장은 물론이고 광고 수입도 기대하긴 어려운 형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원측의 KB리그 준비도 지연되고 있다. 이로 인해 불참을 선언하지 않은 다른 팀들까지 술렁이고 있다. 지난해 KB리그에 참가했던 한 팀의 관계자는 “아직까지 기원에서 요청서를 받지 못했다”며 “내용을 받아보고 검토를 하겠지만 올해 KB리그 참가가 100% 확정된 건 아니다”고 말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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