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 카톡방담] 4.3 보궐선거 정치권 후폭풍

0.5승으로 체면치레한 민주당
“선전” 지도부 성토 안 나왔지만
‘총선 앞둔 마지막 경고’ 인식도
황교안, 정치신인 꼬리표 떼고
내년 총선까진 무난히 갈 듯
막판 축구장 유세가 ‘화사첨족’
정의당, 1승 거두며 최대 승자로
권영길의 공단 순회 호소도 효과
4ㆍ3 국회의원 보궐선거 경남 창원성산에 출마한 여영국 정의당 후보가 창원시 성산구 선거사무소에서 막판 역전에 성공하자 꽃목걸이를 목에 걸고 환호하고 있다.(왼쪽사진) 4ㆍ3 국회의원 보궐선거 경남 통영ㆍ고성에 출마한 정점식 자유한국당 후보가 통영시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정되자 환호하고 있다. 창원=전혜원 기자 통영=연합뉴스

4·3 보궐선거 결과 범여권과 자유한국당이 ‘1대1’ 무승부를 기록하며 국회의석 1석씩을 나눠가졌다. 양측 공히 체면치레를 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여당에 대한 영남민심의 경고등이란 성격을 외면하기 힘들다. 진보정치 1번지로 불리는 창원성산에서 더불어민주·정의당 단일후보가 504표차로 신승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통영·고성에서도 큰 표차로 져 작년 6월 지방선거 이후 현지 민심이 싸늘해졌음을 확인해야 했다. 반면 시험대에 올랐던 한국당 황교안 체제는 안착한 것으로 해석돼 내년 총선까지 여야가 한치의 양보없는 전면대결로 치닫게 됐다는 분석이다. 여의도 분위기를 놓고 본보 국회팀이 카톡방에 모였다.

광화문 불나방(불나방)=창원성산에선 개표율 99.98%에서 역전드라마가 나왔죠. 애국당 후보가 없었다면 한국당이 승리하는 이변이 속출할 뻔 했어요.

꺼진불도 다시보자(꺼진불도)=선거기간 한국당 의원들에게 “정의당ㆍ민주당 등 진보진영 단일화에 민중당이 빠졌으니 한국당이 유리해지는 것 아니냐”고 물었는데요, 돌아오는 답은 “대한애국당이 걸린다”는 거였어요. 실제 애국당 진순정 후보가 838표를 얻었는데, 강기윤 한국당 후보가 여영국 정의당(단일화) 후보에 504표차로 석패한 점을 감안하면 뼈아플 수밖에 없죠. 그동안 창원성산지역에서 진보진영 단일화 후보에 매번 패했던 한국당으로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통합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거예요.

여의도 치맥 맛 좀 볼래(치맥)=손석형 민중당 후보와의 단일화는 애초부터 불가능하다고 봤습니다. 여 후보 측에선 이를 어떻게 만회할지가 고민이었죠. 민주노총 표가 분산되는 게 치명적이었죠. 마지막 주말 권영길 전 의원이 공단 중심을 돌며 여 후보를 밀어달라고 한 게 노동자표 흡수에 큰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창원성산 투표율이 오후 5시 이후 급상승했는데, 퇴근한 노동자 유권자들이 투표소로 대거 나왔다는 분석이죠. 반면 강기윤 후보 측에선 단일화를 '야합'이라고 규정하고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는데, 보수결집을 끌어내기 위해 PK지역에 버스 수십대가 오가는 등 한국당 조직이 총동원됐다고 해요.

불나방=선거가 끝난 지금 각 당 분위기가 어떤가요. 민주당 계열에선 선거만 끝나면 당대표가 중도하차하곤 했는데 이번엔 여당내 그런 움직임이 없나요.

[저작권 한국일보]4ㆍ3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선자_김경진기자

여의도 탐구생활(탐구생활)=일단 1대1이라는 힘의 균형을 맞췄고 여영국 후보의 승리로 ‘체면치레’는 했다는 평가가 나와요. 지도부는 2016년 총선에서 후보조차 내지 못했던 곳에서 2배 이상의 지지율을 받았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며 ‘나름 선전했다’고 자평했죠. 다만 공식석상의 분위기와 달리 개별 의원들의 경우 ‘총선을 앞둔 마지막 경고’라는 인식하고 있더군요. 그 동안 정부여당의 국정운영이 국민의 눈높이에 부족했고 민심을 살피는 데도 안일했다는 자성도 쏟아졌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도부 책임론이 안 나오는 이유는 워낙 ‘험지’인데다 득표율로만 봐도 지역 민심이 정부여당에 등을 돌렸다고 보긴 어렵기 때문이죠. 실제 선거 유세에 참여했던 의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상황이 어려워진 건 분명하지만 아직까지 탄핵 이후의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앞으로 잘하면 총선 전망이 아주 나쁘진 않다”는 게 중론입니다. 선거 후 민주당 의원 카톡방에도 “PK의 상승세는 꺾였지만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다”는 분위기가 주로 공유됐을 뿐 지도부에 대한 성토는 전무했다고 합니다.

치맥=민주당은 보궐선거 한달 전부터 '이번 선거는 우리당과 상관 없는 선거'라고 일관해 왔어요. 여 후보로 단일화될 가능성이 높았고, 통영·고성은 보수의 텃밭 중 텃밭이라 가능성이 낮다고 봤죠. 초반부터 선거와 거리를 뒀던 만큼 책임론이 나올 상황은 아닌 듯 합니다.

한때 황교안 대표 출마설이 돌았는데, 이게 현실화했을 경우 민주당에서도 긴장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분위기가 있었죠. 하지만 황 대표 출마설이 '설'로 끝이 나면서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더욱 멀어지게 됐죠. 결과적으론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게 된 것이죠.

불나방=황교안 대표는 총선과 대선까지 지휘할 보수의 간판주자로 입지를 굳힌 건가요.

꺼진불도=창원에 ‘원룸 사령부’를 차리고 선거에 올인했어요. 그 결과 ‘진보정치 1번지’ 창원성산에서 강기윤 후보가 범여권 단일화 후보와 예상 밖으로 박빙 승부를 벌였고 지난 지방선거에서 통영시장과 고성군수를 민주당에 빼앗겼던 통영ㆍ고성에서 ‘황교안 키즈’인 정점식 후보가 당선됐으니 적어도 내년 총선까진 무난히 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많아요. 다만 막판 ‘축구장 유세’가 화사첨족(畫蛇添足)이었죠. 잘나가다가 쓸데없는 일을 해버려서 일을 그르쳤어요. 물론 경남FC팬들이 황 대표의 축구장 유세 때문에 화가 나서 정의당 후보에 몰표를 줬다고 확신할 수 없지만 축구경기장이 있는 사파동에서 정의당 후보 표가 많이 나왔다는 것만으로 뼈가 아플 거예요.

[저작권 한국일보]4ㆍ3 보궐선거 선거운동 기간 논란ㆍ쟁점 일지_김경진기자

벚꽃피는 윤중로=견제할 만한 대항마가 없는 상황인데다 보궐선거에서 꽤 괜찮은 성적표를 받았죠. 정치신인 꼬리표를 떼고 '선거까지 잘한다'는 평가를 얻게 돼 창원에 상주하며 올인한 보람이 있게 됐어요. 선거 다음날 기자간담회에서 보니 얼굴에 여유와 미소가 가득하던데요.

불나방=바른미래당은 내홍국면에 들어갔죠. 손학규 대표의 거취는 어떻게 될가요. 또 민주평화당은 어떤가요.

광화문 찍고 여의도=손 대표 말대로 바른미래당이 이번 보선에서 지는 게 두려워 아예 후보를 내지 않았다면 존재감조차 없었을 겁니다. 당에서 후보를 냈다면 대표가 최선을 다해 지원하는 것도 맞는 거고요. 하지만 아무리 손 대표의 명분이 아무리 옳아도, 이제는 총선 국면입니다. 의원들이 자기 목숨부터 걱정하는 시기가 됐죠. 손 대표가 이번 위기를 넘어가더라도 글쎄요, 한자릿수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오래가지 못할 것 같네요.

불나방=정의당은 고(故) 노회찬 의원 유지를 지킨 셈이죠. 범여권이나 개혁진영에서 정의당의 입지가 더 강화된 것인가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이번 보선의 최대 승자는 정의당이란 평가가 적지 않습니다. 신승이긴 하지만 노회찬 심상정과 같은 스타플레이어가 아니더라도 이길 수 있다는 경험을 쌓았다는 게 커보입니다.

탐구생활=당의 승패만 놓고 보면 1승을 거둔 정의당이 확실한 ‘위너’죠. 한국당은 1승1패, 민주당은 0.5승(단일화) 1패를 했으니까요. 그렇지만 단일화하고도 겨우 이겨 여전한 한계를 보여줬다는 평가도 있어요. 내년 총선때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아요. 여기에 연동형 비례대표를 골자로 한 정치개혁 법안의 좌초될 가능성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위상변화를 논하기엔 섣부르다고 봅니다.

불나방=이번 선거결과를 놓고 주목해야 하는 부분이 뭔가요.

탐구생활=민심이 누구의 손도 확실하게 들어주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러면서도 거대 양당 체제와 지역주의, 촛불 이후의 민심 기조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시켰어요. 국민에게는 가장 중요한 것이 ‘먹고사니즘’이란 메시지도 각인시켰죠. ‘승자도 패자도 없는 승패’를 통해 정치권에 개별 과제를 준겁니다. 각 당이 처한 현실과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분명한 건 보수도 진보도 아닌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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