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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같은 쌍둥이, 친부 가릴 수 없으니 양육비 같이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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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같은 쌍둥이, 친부 가릴 수 없으니 양육비 같이 내라”

입력
2019.04.03 11:29
수정
2019.04.03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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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법원, 양육 책임 회피 형제에 '괘씸죄' 판결

비열한 형제와 관련된 브라질 법원의 판결을 보도한 BBC 온라인 기사. BBC 홈페이지 캡처.
비열한 형제와 관련된 브라질 법원의 판결을 보도한 BBC 온라인 기사. BBC 홈페이지 캡처.

브라질 법원이 한 사람인 것처럼 속이며 여성과 교제하다가 여아를 낳게 만든 쌍둥이 남자 형제에게 똑같이 양육비를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형제 중 한 명이 태어난 아이의 친부인 게 확실하지만, 현재의 유전자 검사 기술로는 쌍둥이 형제 중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확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2일(현지 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브라질 중부 고이아스 주(州) 카초에이라 알타 법원의 필리페 루이스 페루카 판사가 신분을 속이며 동시에 사귄 여자 친구가 낳은 여자 아이의 친권을 부정하는 일란성 쌍둥이 형제에게 “두 명 모두 친부”라는 판결을 내렸다.

페루카 판사의 고심에 찬 판결은 유전자 검사의 한계와 쌍둥이 형제의 비양심적 태도가 결합된 결과다. 법원은 당초 아이의 친부를 가려내기 위해 가장 확실한 방법인 유전자 확인 검사를 시행했지만 ‘형제 모두 아버지가 될 수 있다’는 애매한 결과만 받아 들었다. 일란성 쌍둥이는 유전자가 사실상 완벽하게 일치 하기 때문인데, 얼굴까지 똑 같은 이들 쌍둥이 형제는 피해 여성과도 자신들이 한 사람인 것처럼 행세하며 만남을 이어갔다.

유전자 검사로 친부를 정확히 밝힐 수 없게 되자, 판사가 형제에게 누가 친부인지 고백할 것을 호소했지만 먹히지 않았다. 형제 모두 양육비를 부담하기 싫은 나머지 “내가 책임지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고, 분노한 판사는 공동 책임 판결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던 형제에게 ‘괘씸죄’가 크게 작용한 셈이다.

페루카 판사는 판결문에서 “형제 중 한 명은 본인이 친부라는 걸 숨기려 나쁜 양심을 가지고 행동하고 있다. 이런 나쁜 행동을 법이 용인해서는 안 된다”라며 형제의 기만을 꾸짖었다. 또 “아이에게는 누가 자신의 친부인 지 알 권리가 있다”라고도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형제가 서로의 비슷한 외모를 악용해 많은 여성과 번갈아 가며 데이트를 즐긴 뒤, 여성들을 속인 게 아니냐는 혐의에 발뺌을 했다”고 분노했다.

한편 판결에 따라 형제는 아이에게 각각 한 달에 230레알(6만8,000원)씩, 또는 브라질 최저임금(월 1,006헤알)의 30%를 지급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아이가 비슷한 경제적 환경에서 양육비를 받는 또래들보다 두 배 더 높은 양육비를 받게 됐다고 BBC는 전했다.

홍윤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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