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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이온가속기, 또 ‘브레이크’… 기초과학의 미래가 캄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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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이온가속기, 또 ‘브레이크’… 기초과학의 미래가 캄캄하다

입력
2019.04.02 04:40
수정
2019.04.02 09:2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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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설비 계약 파기로 2021년 완공 차질… 사업은 이미 두 차례 연기

자연계 존재않는 희귀동위원소 만들어 새로운 원소 발견ㆍ암 치료법 등 연구

한국형 중이온가속기 전경
한국형 중이온가속기 전경

1조4,300억원을 투자해 2021년까지 완료하기로 한 한국형 중이온가속기(라온ㆍRAON) 구축 사업이 또 다시 지연될 위기에 처했다. 중이온가속기는 입자를 표적과 충돌시켜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희귀동위원소를 만드는 장비다. 기초과학의 ‘만병통치약’, ‘꿈의 암 치료기’ 등으로 불리며 주목받았다. 앞서 정부는 2011년 사업에 착수하면서 2017년을 완공 목표로 내걸었다가 연구개발(R&D) 미비 등을 이유로 중이온가속기 완공 시기를 두 차례나 연기한 바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핵심설비인 한국형 중이온가속기는 사이클로트론에서 가속한 양성자로 표적을 때려 자연계에 없는 희귀동위원소를 생성(ISOL)하고 이를 다시 선형가속기로 가속한 다음 표적과 충돌시켜 새로운 동위원소를 얻는 방식(IF)으로 설계됐다. 이렇게 얻은 희귀동위원소는 우주탄생의 비밀과 새로운 원소 발견, 암 치료법 개발 등을 연구하는 데 사용된다.

하지만 최근 희귀동위원소 생성에 필수적인 사이클로트론의 공급계약이 파기돼 2021년 완공 목표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입자를 가속하는 가속관 연구개발(R&D) 역시 지지부진한 상태다.

1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초과학연구원(IBS)의 내부 문건에 따르면 캐나다 베스트사(社)로부터 오는 6월까지 받기로 한 사이클로트론 공급계약이 지난달 5일 해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IBS와 조달청은 네 차례나 입찰공고를 낸 끝에 2017년 4월 베스트와 사이클로트론 공급계약(사업비 약 151억원ㆍ소요기간 26개월)을 맺었다. 사이클로트론은 지름 10m의 원통 모양 가속기로 양성자를 가속시키는 역할을 한다. 한국형 중이온가속기의 핵심인 희귀동위원소를 만들기 위해 거쳐야 하는 첫 번째 관문인 셈이다. 하지만 공급 계약을 맺은 베스트가 당초 계약 내용과 달리 선수금을 달라고 요구하는 등 IBS와 갈등을 겪으면서 결국 사이클로트론 공급 계약이 틀어졌다.

한국형 중이온가속기 구축 사업. 그래픽=송정근 기자
한국형 중이온가속기 구축 사업. 그래픽=송정근 기자

권영관 IBS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이하 사업단) 부단장은 “이달 안에 사이클로트론 입찰 공고를 다시 낼 계획”이라며 “지연 요인이 생겼지만 2021년 말까지 사이클로트론을 납품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업단 내부 관계자는 “시운전 등 여러 과정이 남아 있어 사업 일정이 늦춰질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지적했다.

중이온가속기의 또 다른 핵심 장치인 가속관의 R&D 역시 계획한 일정을 훌쩍 넘겼다. 사업단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9년 사업계획안에서 4월부터 초전도선형가속기(SCL)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업단의 3월 월간업무보고 문건을 보면 세 종류의 SCL 중 하나인 SCL3 구축에 필요한 초전도가속모듈 중 현재까지 제작을 마친 건 초전도가속관(QWR)이 들어간 모듈 1개가 전부다. 다른 초전도가속관(HWR)이 장착된 모듈은 아직 성능시험도 끝내지 못했다. SCL3 구축에는 QWR모듈 22개, HWR모듈 34개가 들어간다. IBS가 SCL2를 만들기 위해 캐나다 국립입자핵물리연구소(TRIUMF)에 2014년 용역을 맡겨 시제품 2개를 받기로 한 또 다른 초전도가속관(SSR1) 역시 아직까지 1개만 건네받았다. 그마저도 최근 IBS 자체 성능 평가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권 부단장은 “SSR 가속관은 아직 성능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중이온가속기 국제자문위원회에 참석했던 한 위원은 “자문위원 중 상당수가 한국형 중이온가속기의 2021년 완공이 어려울 거란 걸 이미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가속기를 연구하는 한 국내 대학 교수는 “지금이라도 냉정히 평가해 일정을 조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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