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가 편향을 강화하고 사회 극단화를 초래한다는 이야기는 이제 비밀도 아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 서비스가 다 그런 경향이 있지만 유튜브는 유독 심하다. 자체알고리즘에 따라 다음 동영상을 자동 재생하는데, 별생각 없이 켜 놓다 보면 어느새 처음 의도와 백만 광년쯤 떨어진 극단적인 동영상이 나와 식겁하는 경우가 적잖다. 실제 월스트리트저널은 유튜브가 평범한 뉴스를 소비한 사용자에게 보혁을 막론하고 더 극단적인 동영상을 추천했다는 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독감 백신 정보를 시청했더니 백신 접종 반대 운동 영상을 추천하는 식이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일까? 아주 간단한 실험을 해 봤다. 초기화시킨 스마트폰을 갖고 장관 청문회를 다룬 뉴스 영상 하나를 시청했다. 결과가 나오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는데, 고작 대여섯 개의 뉴스 꼭지를 거쳤을 뿐인데 극단적으로 정파적인 보수 논객의 시사 채널이 다음 동영상으로 등장했다. 경로가 한 번 이쪽으로 빠지니 그 이후로는 주야장천 그런 영상만 반복 재생되었다.

우연이었을까? 몇 번 더 실험을 해 봤지만 결과는 대동소이했다. 흥미로운 점은 극단성이 유독 보수로 치우쳐져 있다는 것이었다. 진보적인 유튜브 채널이 등장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보수 채널보다 빈도도 떨어졌고 극단적 경향도 덜했다. 그래서 이번엔 아예 처음부터 여성혐오 문제 등 진보적 의제를 다룬 영상을 시청해 보았는데, 이상하게도 유튜브는 더 페미니즘에 치우친 영상 대신 오히려 페미니즘을 비난하는 영상을 추천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영향을 다룬 영상을 틀자, 이번에는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보수 유튜브를 거쳐 군(軍) 가산점 반대 등 다른 보수적 의제로 추천 영상이 넘어갔다.

이건 개인적 체험일 뿐이지만, 사실 이미 미국에서 이뤄진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 우선, 유튜브는 더 극단적인 동영상을 추천하는 경향이 있다. 둘째, 그 극단성, 편향성은 진보보다 주로 보수 쪽으로 기울어진다. 이는 아마 가짜 뉴스가 주로 보수, 친 트럼프 쪽에 기우는 경우가 많다는 점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럼 한국은 이런 문제에서 자유로울까? 구글에 여야 유력 정치인의 이름을 검색하면 대부분 보수 성향 유튜브의 가짜 뉴스가 페이지를 거의 점령하다시피 하고 있다. 한국의 정치 지형은 탄핵 이전까지만 해도 상당히 기울어져 있었고, 탄핵이 지진처럼 찾아오긴 했지만 그 기반 자체는 여전히 남아 있다.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이 일부러 극단적 편향, 특히 보수 편향을 의도하고 있다 볼 순 없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정치적 목적을 갖고 만들어진 게 아니라, 다만 사용자의 체류시간을 늘려 더 많은 수익을 얻는 데 목적이 있을 것이다. 다만 이를 위해 사람의 심리를 이용할 뿐. 사건의 더 깊은 맥락을 알고자 하지만 심심한 진실보단 그럴듯한 거짓에 더 자주 매혹되는 심리를 말이다. 사람의 욕망을 직격해 만들어진 알고리즘이 사람을 수렁에 빠뜨리는, 실로 디스토피아적인 풍경이다.

미국에서는 유년층의 유튜브 소비에 주로 우려를 보내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장∙노년층 사이에서도 불붙은 섶처럼 극단적 영상이 유통되고 있는 형국이다. 규제가 필요할까? 당장은 시원할지 몰라도, 감시자를 누가 감시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결국 알고리즘의 중심인 수익이라는 고리를 끊는 수밖에 없다. 그건 정부 개입뿐 아니라 사용자 스스로의 자성이 필요한 일이다. 유튜브가 자동 재생하는 극단적인 영상을 멈추고, 때론 답답하기까지 한 진실을 탐구하는 자성. 그러나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공론장의 작동 방식을 파괴하고 있는 지금 그 자성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우리는 지금 공론장에 대한 기존의 믿음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현장에 있는 것이다.

임예인 슬로우뉴스, ㅍㅍㅅㅅ 편집진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