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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트렌드, NOW] 인도네시아 지진 피해 수험생, 파격 대우 두 가지

입력
2019.03.27 04:40
수정
2019.03.30 01:4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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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중부자바주의 직업학교 학생들이 컴퓨터로 국가시험을 치르고 있다. 자카르타 포스트 캡처
인도네시아 중부자바주의 직업학교 학생들이 컴퓨터로 국가시험을 치르고 있다. 자카르타 포스트 캡처

2017년 11월 발생한 규모 5.4의 경북 포항 지진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연기라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다. 연 1만건, 규모 5.0 이상 지진만 해마다 300건 가까이 발생하는 인도네시아는 비슷한 상황에서 훨씬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한다. 지진 피해로 일상이 망가진 학생들을 실질적으로 배려해 주는 방식이지만 한국에선 형평성 논란을 부를 수도 있겠다.

인도네시아 직업학교 고학년 830만명은 이달부터 지역마다 국가 시험을 치르고 있다. 점수에 따라 갈 수 있는 공대 또는 전문대가 정해지기 때문에 ‘기술계 수능’이라 불릴 만큼 중요하다. 재난 지역 학생들에게도 예외일 수 없다.

26일 현지 ‘자카르타 포스트(The Jakarta Post)’에 따르면, 작년에 지진 피해가 극심했던 롬복 지역 직업학교 학생들은 25일부터 3일간 국가 시험을 치르고 있다. 롬복 학생들은 지난 9개월간 두 번의 쓰나미와 수천 번의 지진 및 홍수에 시달렸다. 최소 500여명이 숨지고, 수십만 명이 삶터를 잃고, 학교를 비롯해 건물 수백 채가 무너진 잇따른 비극이 학생들에겐 일상이었다.

다행히 시험 스트레스만큼은 조금 덜게 됐다. 롬복이 속한 서(西)누사텡가라(NTB)주의 무함마드 수루지 교육청장은 “지진 영향을 많이 받는 북(北)롬복과 동(東)롬복은 특별 고려 대상”이라며 “피해 지역 학생들은 타 지역 학생들과 다른 시험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험 문제는 교육문화부가 정했지만 난도는 다른 지역보다 낮다”고 덧붙였다. 원래 시험보다 쉬운 문제를 출제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쉬운 시험문제 특별 정책’은 특정 지역에 발생한 재난이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을 오랫동안 방해할 때 적용되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표준 관행이라는 게 ‘자카르타 포스트’의 설명이다. 실제 다둔 이슬람아사피야대((UIAㆍ우이아) 교무처장은 이날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04년 쓰나미가 뒤덮은 수마트라 아체 지역에서도 학생들을 배려해 시험이 쉽게 출제됐고 시험 기간도 연기됐다”고 말했다. 2004년 12월 발생한 아체 쓰나미는 인도네시아에서만 13만여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8년 자연재해 피해는 10여년 이래 최악”이라고 밝힌 바 있다.

쉬운 문제에 더해 인도네시아 특유의 ‘고통 로용(gotong royong)’ 정신도 발휘된다. 상부상조하고 고통을 나눈다는 뜻으로 우리의 품앗이와 닮았다. 컴퓨터를 기반으로 진행되는 직업학교 국가시험(UNBK)을 지진으로 학교가 파괴된 학생들도 치를 수 있도록 컴퓨터와 교실을 다른 학교들과 공유하는 식이다. 시험이라는 ‘경쟁의 장’에 연대와 협력이 샘솟는 셈이다. UNBK는 시험 결과의 정확도를 높이고 부정 행위를 줄이기 위해 2014년 도입됐다. 여전히 종이 시험을 보는 지역도 일부 있는데, 인도네시아 교육당국은 올해 UNBK 적용 100%를 목표로 하고 있다.

헤루 푸르노모 인도네시아교원노조연맹(FSGI) 사무총장은 “UNBK 정착 과정에서 학교, 학부모, 지역사회의 ‘고통 로용’ 정신이 중추 역할을 했다”고 평했다. “컴퓨터를 공유하는 것”뿐 아니라 거기에는 “도난을 당하지 않도록 컴퓨터를 함께 보호하는 일”도 포함된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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