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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등에 업은 브라질, 남미 우파 맹주 자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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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등에 업은 브라질, 남미 우파 맹주 자처

입력
2019.03.21 15:34
수정
2019.03.21 19:58
16면
0 0

미국 지지 받은 뒤 새 남미연합체 창설 주도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의 백악관에서 열린 미국ㆍ브라질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과 축구 유니폼을 선물로 주고 받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의 백악관에서 열린 미국ㆍ브라질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과 축구 유니폼을 선물로 주고 받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후광 아래 남미의 맹주 자리를 노리기 시작했다. 남미권 우파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칠레를 방문하는 걸 계기로 좌파 성향의 기존 남미국가연합(UNASUR)을 대체할 프로수르(PROSUR) 창설을 주도하고 나섰다.

20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21일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 도착한 뒤 22일 열리는 우파 정상회의에 참석하게 된다. 회의에는 보우소나루 대통령 이외에도 아르헨티나와 칠레, 콜롬비아, 에콰도르, 파라과이, 페루 정상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굵직한 남미 국가 정상들의 이번 회동은 베네수엘라 사태가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열린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한때 남미권 반미(反美)의 선봉장이었던 베네수엘라는 자체적인 경제난에다 미국의 압박을 겪으며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그사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칠레 등 중남미 정치경제 흐름을 쥔 굵직한 국가들에서 우파가 집권했고, 중남미 정치 지형은 급격히 우파로 기울었다. 반미 깃발을 올리고 2008년 출범한 남미국가연합은 2017년 이후 회의도 거의 열리지 않고 있는 등 사실상 와해 직전이다.

이번 칠레 정상회의를 통해 창설되는 프로수르는 남미 질서가 좌파에서 우파로 재편되는 하나의 교차점인 셈인데, 이 과정에서 맏형 자리를 가장 탐내고 있는 곳이 브라질이다. ‘남미의 트럼프’를 자처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칠레 방문에 앞서 19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브라질을 ‘주요 비(非)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으로 지정하려고 생각 중”이라고 밝히는가 하면 브라질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이는 실현 여부를 떠나 남미 질서 재편 과정에서 미국이 브라질을 후원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미국은 브라질을 통해 남미 영향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브라질도 트럼프의 힘을 빌려 남미 패권을 가져오겠다는 ‘윈윈 전략’이다.

물론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는 위험 요소도 도사리고 있다. 당장 노골적인 친미(親美)외교로 브라질 국민들의 정치적 반감을 사며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대선에서 보우소나루의 득표율은 65%였다. 그러나 현지 여론조사 기관인 이보페가 20일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 그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3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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