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문현식 "시 내용은 저희 외할머니 얘기"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초등학생이 지은 것으로 화제가 됐던 시 '비밀번호'의 작가가 시를 쓰게 된 계기를 밝혔다. '비밀번호'는 SNS에서 초등학생이 지은 시로 알려졌지만 실제 작가는 마흔 여섯 살 장학사였다.
작가 문현식씨는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 시를 쓴 어린이가 아니고, 어른 문현식”이라며 “제 시를 접한 독자나 학교에서 수업하시는 선생님들이 우연히 인터넷에 올린 게 계기가 돼서 어린이 시로 소개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문씨는 “시의 내용은 저희 외할머니 얘기”라며 “예전에 할머니가 집에 반찬도 가져다 주시고 용돈 주러 오시기도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몸이 불편하셔서 오시지 못한다. 그 그리움의 정서가 할머니가 스스로 열고 들어오지 못하는 그 대문으로 모아지면서 그리움의 소리를 담은 이 시를 쓰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할머니가 아빠, 엄마보다 다소 느린 패턴으로 도어록 비밀번호를 누르는 것에 착안한 시 '비밀번호'는 2015년 창비에서 출간한 시집 '팝콘교실'에 수록됐다. 이 시를 냈을 당시 초등학교 교사였던 문씨는 현재 경기도교육청 산하 광주하남교육지원청에서 장학사로 근무 중이다.
문씨는 “'할머니 생각에 눈물이 난다' 이렇게 댓글 올려주시는 분들도 계시다”며 “어쨌건 시를 쓰는 사람으로서 되게 감동을 주었다면 기쁘고 감사한 일인 것 같다. 이 자리를 빌어서 독자분들께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 시를 지은 작가가 아이가 아닌 어른이라는 걸 알게 된 독자들에게도 문씨는 당부를 전했다. 그는 “저도 저를 드러내고 싶지 않은 것도 사실 있는데 그런데 어린이 시든 성인 시든 발표된 이후에는 온전히 시는 독자의 것이지 않나”라며 “실망하지 마시고 어른과 어린이의 맞닿은 마음의 지점에서 얻은 감동은 그대로 간직해 주시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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