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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의 균형] 무심코 버린 봉지 한 조각

입력
2019.03.20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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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서울 것이라는 기상예보와는 다르게 지난겨울은 포근했었지요. 집에 심어둔 목서나무들과 치자가 죽지는 않을까 걱정했었지만 덕분에 한 겨울은 넘어선 듯합니다. 지난겨울 내내 우리 주변에 맴돌던 단어는 아마 미세먼지였던 것 같습니다. 오죽하면 삼한사미(3일 춥고 4일 미세먼지)라는 말까지 생겨났을까요. 우리 주변에 방치한 조그만 행동들이 차츰 많아지고, 커지면서 우리도 모르게 스멀스멀 목 밑까지 차고 오른 문제일 것입니다. 대개의 환경문제는 이러합니다. 교통사고처럼 한순간에 모든 문제를 보여주지 않죠. 쌓이고 쌓이다가 막상 그 문제에 닥치게 되면 그 규모도 규모려니와 해결방법이 참으로 어렵습니다.

지난 주말 모처럼 날이 좋아 아이와 서울 나들이에 나섰습니다. 마침 서울 성곡미술관에서 열리는 크리스 조던: 아름다움 너머 Chris Jordan: Intolerable Beauty 전시회를 다녀왔죠. 그동안 크리스 조던은 현대의 아름다움을 그 너머에 있는 불편함을 통해 그려온 바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매 10초마다 소비된다는 24만 장의 비닐봉투로 그린 비너스라는 작품이 한 예입니다. 해양쓰레기 오염을 들은 조던은 2009년 북태평양의 외딴 미드웨이 섬에서 레이산 알바트로스(Laysan albatross) 수천 마리의 어린 사체들을 발견합니다. 바로 이것이 누구나 한번쯤은 보았음직한 플라스틱 문제를 보여주는 충격적인 사진들이지요. 죽은 새 뱃속에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한가득 들어 있고, 배고픔을 기다리던 새끼에게 먹여주는 먹이에는 플라스틱 덩어리가 가득입니다. 하와이에서도 2,500㎞ 이상 떨어진 이곳에 대체 누가 쓰레기를 버렸을까요? 매년 단 하나 낳은 알에서 깨어난 어린 새가 50년 넘게 살 수 있으면서 단 3개월도 살지 못하고 죽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모두가 알다시피 해양쓰레기는 인간 활동의 부산물로 생겨납니다. 육상 쓰레기가 태풍이나 폭우로 인해 생겨난 급한 물살을 타고 하천과 강을 통해 바다로 이동하게 되죠. 물론 피서철 해수욕장 등에서 발생하는 해변쓰레기나 어업활동 관련 스티로폼 부표나 그물도 문제가 심합니다. 일단 바다로 들어온 쓰레기들은 해류를 통해 전 세계를 떠돌며 쓰레기 섬을 만들기도 합니다. 태평양에는 한반도 면적의 무려 7배인 155만㎢에 달하는 쓰레기 섬이 존재한다는 결과가 나왔죠. 대한민국 면적으로만 따져도 15배에 달하는 면적입니다. 2018년 호주 연구팀에 따르면 호주 해안에서 발견된 바다거북 1,000여 마리 중 적어도 절반이 해양플라스틱 쓰레기를 삼켰다고 합니다. 이러한 해양쓰레기 오염에 의해 외국 동물만 죽어갈까요? 제가 일하는 국립생태원에서는 국립해양생물자원관과 함께 폐사 바다거북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연안에서도 바다거북이 심심찮게 발견되고 있으나 아직은 그 원인을 파악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20마리가 넘는 바다거북에서 거의 100%에 해당할 만큼 비닐과 플라스틱, 그물이 소화기관에서 발견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장이 막히거나 터져서 죽은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으니 먼 나리 이야기가 아닌 것입니다.

미세플라스틱이 우리 삶을 어떻게 위협하는지 아는 것도 중요합니다. 허나 슬기로운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이 발 딛고 살아가는 이 지구 안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고 살아가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잘 살펴봐야 할 노릇입니다.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병원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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