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노동자 300여명이 지난 14일 자카르타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 앞에 모였다. 이들은 사장이 잠적해 반년 가까이 받지 못하고 있는 ㈜에스카베(SKB) 노동자들의 체불 임금을 돌려달라고 호소했다. 체감온도 36도, 서있기만 해도 땀으로 범벅이 되는 날씨도 아랑곳하지 않고 노동자들은 목이 터져라 절규했고 목놓아 울었다. 대사관 정문을 빙 두르고 연설이 끝날 때마다 덩실덩실 춤을 추기도 했다. 대부분 여성 노동자였다.
특히 이날 집회에선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가 낭독됐다. 인도네시아 정부와의 공조 및 유사 사례 조사를 지시한 문 대통령에게 거듭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도 여전히 달라진 게 없다고 주장했다. 편지에 담긴 요구는 명징했다. “빼앗긴 임금과 사회보험료를 돌려달라”는 것이다. 최소 5억원 이상으로 추정될 뿐 아직 정확한 체불 금액조차 산정되지 않은 상태다.
노동자들은 편지 말미에 “끔찍한 노동조건과 어려운 상황이 하루아침에 확 바뀌지 않음도 잘 알고 있지만 SKB 노동자들에 대한 대통령님의 관심이 인도네시아 봉제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점진적으로 개선할 뿐 아니라, 양국 국민들의 우호 증진에도 전환점이 되리라 확신한다”고 기대했다. 편지는 낭독 후 대사관에 전달됐다.
SKB 사태는 자카르타 시내에서 동쪽으로 20여㎞ 떨어진 브카시 소재 봉제업체 SKB의 대표 김모(68)씨가 지난해 10월 5일 직원 4,000명에게 월급을 주지 않고 잠적하면서 불거졌다. 노동자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씨가 900억루피아(약 72억원)를 횡령했고, 한국으로 달아났다’고 고발하면서 파문이 커졌다. 횡령은 몇 년에 걸쳐 진행된 것이다. 이번 사태가 한국일보를 통해 국내에 알려진 7일 문 대통령은 즉각적인 상황 파악과 적극 대응에 나설 것을 정부기관에 지시했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인도네시아 현지 한인 기업들은 자정노력을 강조하면서도 전체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김씨는 보도 이후 “몸이 아파 귀국한 것”이라며 “체불 임금에 준하는 돈을 모았고, 현재 송금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한국일보에 알려왔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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