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돌출발언으로 야기된 경색 정국이 악화일로로 치달아 우리 사회의 국회 불신, 정치 혐오가 깊어지고 있다. 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의 선거법 개혁 패스트트랙이 논란이지만, 이 문제로 향후 정치일정의 앞날이 불투명해 더 걱정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 2기 내각에 기용될 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당면 현안이 됐다. 대치 상황에서도 여야가 25~27일로 청문회 일정을 잡아 예정대로 진행키로 한 것은 다행이지만 후보자들을 둘러싼 의혹은 결코 가볍지 않다. 집권 여당으로선 ‘닥치고 인준’ 관행을 벗어나 책임 있게 청문회에 임해 정국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야 하는 책무가 막중하다.
7명의 장관 후보자들이 내정된 이후 제기된 의혹은 낯뜨겁다. 청와대는 투기ㆍ탈세ㆍ병역ㆍ음주ㆍ위장전입 등의 기준을 마련한 7대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주장하겠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후보자들의 일탈ㆍ편법적 행태와 태도는 청와대가 키워온 국민 눈높이와 전혀 맞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을 책임진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꼼수 증여’ 논란은 납득하기 힘들다. 청와대가 관료 전문가라고 지칭한 인물이 여러 채의 집을 갖고 있다가 개각 직전 거주 아파트를 딸 부부에게 증여한 뒤 자신이 다시 고액의 월세로 그 집에 계속 사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다니 어이가 없다. 학계에 종사하는 것을 방패 삼아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사회 지도층을 향해 ‘군복입고 하는 쇼’ ’감염된 좀비’ ‘씹다 버린 껌’ 등의 막말을 일삼아온 통일부장관 후보자가 과연 공직자로서의 품성을 갖췄다고 볼 수 있는지 납득할 수 없다. 탈세와 위장전입이 무슨 장관 후보자의 자격 요건인 것처럼 뒤늦게 허겁지겁 밀린 세금을 내고 안쓰러운 해명을 반복하는 풍경은 또 뭔가.
한국당은 어제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들이 참석한 비상 연석회의를 열어 여야 4당의 선거제 개혁 합의를 비난하며 ‘좌파정권 장기집권 플랜’ 저지를 결의했다.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쟁점화하겠다는 의도도 비쳤다. 여당은 이런 의도를 꺾고 관행처럼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함정이다. 코드를 앞세운 청와대의 검증 소홀을 먼저 꼬집고 부적격자를 과감히 가려내야 민주당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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