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한국일보]㈜에스카베(SKB) 노동자들이 ‘인도네시아와 한국 정부는 언제 내 월급을 돌려줄 것인가’라는 문구를 들고 14일 주인도네시아한국대사관 앞에서 집회하는 모습.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야반도주, 직장 폐쇄, 임금 체불 등의 문제를 일으킨 한국 기업이 20개(본보 15일자 2면)라고 주장한 인도네시아 노동단체가 추가 폭로 및 법적 고발을 예고했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도움도 구할 예정이다. 본보 보도 이후 인도네시아 정부는 전수조사 등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17일 인도네시아 시민단체 스다네노동정보센터(LIPS)와 섬유연맹노조(SPN)에 따르면 최근 2년간 현지 법을 위반한 한국 기업 20곳에서 고통받은 노동자는 파악된 숫자만 적어도 2만2,132명이다. 대표의 잠적으로 인한 피해는 ㈜에스카베(SKB) 4,000명을 더해 최소 5,600명이다. 조코 SPN 위원장은 “SKB 사태 이후 피해 사례를 계속 수집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보고서를 곧 발표하고 사안이 심각한 경우 고발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ILO 자카르타 사무소에 SKB 사태를 알리고 기술 지원(technical assistance)을 정식 요청할 계획이다. 현지 노사정과 한국대사관, 한인경제단체 및 관련 협회 등이 참여하는 일종의 사회적 대화 창구를 제안하겠다는 것이다. 마침 ILO는 인도네시아에서 봉제공장을 대상으로 노사 협의를 통해 더 나은 노동조건을 만들어가는 베터 워크(Better Work)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세계 최대 국제 노동조합 인더스트리올 글로벌노조의 윤효원(49) 컨설턴트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조 및 조사) 지시로 문제 해결의 단초가 마련된 만큼 SKB 노동자들의 보상을 넘어 재발 방지 등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노동부는 LIPS 등이 밝힌 한인 업체 20곳의 노동법 위반 여부를 조만간 살펴볼 계획이다. 무하마드 하니프 다키리 노동부 장관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봉제산업 정책을 고민해온데다 다음달 대선을 앞둔 인도네시아 정부는 “문 대통령의 지시가 좋은 신호”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피력했다.

한인 업체들은 사태가 커지면서 한국 기업 전체가 매도되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 재인도네시아한인상공회의소(KOCHAM) 관계자는 “2~3년 전부터 자카르타 인근 서부자바 지역은 최저임금이 너무 올라 노사가 협의하면 덜 줘도 용인해주고 있다”면서 “최저임금 위반이라고 무조건 나쁜 기업으로 몰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 봉제업체 관계자는 “채산성이 악화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한 걸 앙심을 품은 직원이 고발한 사례도 있다”며 “현지 노조 주장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코 SPN 위원장은 “회사가 어렵다면서도 정작 그걸 증명할 재무제표를 노조나 노동자 대표에게 공개하는 한국 업체는 한 곳도 없다”고 꼬집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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