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F리테일은 작년 하반기 도입한 AI 면접을 올 상반기 확대할 계획이다. 사진은 AI 면접 시연. 안면인식 등록을 하는 모습이다. BGF리테일 제공

“길에서 무거운 짐을 들고 힘들어하는 할머니를 봤다. 당신도 중요한 약속이 있어 시간이 빠듯하다. 어떻게 할 것인가?”

신입사원 공개 채용에서 지원자에게 던져진 질문이다. 그런데 질문한 건 사람이 아니라 인공지능(AI)이다. 지원자가 PC나 노트북에 설치된 웹캠을 통해 대답하면 AI는 표정과 음성, 문장에 사용하는 단어 등의 정보를 분석한 뒤 기업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와 역량에 얼마나 부합하는 지 적합도를 산출한다.

BGF리테일이 작년 하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 때 처음 도입한 AI 면접을 통한 인적성 검사는 이렇게 진행된다. 11일부터 올해 상반기 신입사원 공채를 시작한 BGF리테일은 AI 면접을 올해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BGF리테일의 채용 절차는 서류심사→인적성 검사→1차면접→2차면접→현장실습이다. 작년 하반기에는 서류 합격자 800여 명을 대상으로 AI가 인적성 검사를 진행했는데 올해는 1,600여 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서류전형 합격자는 먼저 웹캠이 설치된 개인 노트북이나 PC 앞에 앉아 안면인식 등록을 한다. 이후 일반 인성 검사와 비슷한 사지선다형 문제를 60여개 풀고 나면 AI가 질문을 던진다. 지원자마다 답변이 다른 만큼 그에 따른 추가 질문도 모두 다르다. 보통 5~8개의 질문이 주어진다. AI는 영상을 통해 지원자의 표정과 위치, 움직임, 전체적인 자세 정보를 파악하고 음성을 통해 목소리의 크기와 높낮이, 빠르기, 자주 사용하는 단어 등의 정보를 추출한다. 다음은 논리력과 추리력이 필요한 온라인 게임 방식의 적성 검사로 넘어간다. ‘제한시간 내에 무거운 순서대로 공을 나열하라’와 같은 문제가 10개 안팎 나온다. 이렇게 인적성 검사에 걸리는 시간은 약 70분이다.

마이다스아이티가 개발한 AI 면접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화면. 자기소개를 하는 사람의 움직임과 목소리 등 외형 정보를 분석한다. 마이다스아이티 제공

BGF리테일 인사담당 변대식 과장은 “AI가 산출한 적합도가 높다고 무조건 다음 단계(1차 면접)로 가는 건 아니지만 인적성 검사를 통과할 확률이 높아지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AI 면접 기술을 개발한 정보기술(IT) 업체 마이다스아이티에 따르면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유니클로, 일동제약, 한미약품,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등이 현재 AI 면접을 실시 중이다.

AI를 통해 지원자들의 자기소개서를 분석하는 기업도 있다. 작년 상반기 공채 때 국내 최초로 AI를 도입한 롯데그룹이 대표적이다. 롯데그룹의 IT 계열사인 롯데정보통신은 최근 3년 안에 입사한 직원 가운데 높은 성과를 올린 사람들의 자기소개서와 업무평가 등을 분석해 인공지능에게 딥러닝(심층 학습)을 시켰다. AI는 학습한 내용과 자기소개서를 비교해 지원자가 해당 직무에 적합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을 부각해 인사담당자에게 제시한다. 롯데정보통신 관계자는 “지원자가 자기소개서에 쓴 특이한 약력, 특별한 경험 등을 AI가 표시하면 면접관들은 손쉽게 핵심 질문을 추려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사담당자들은 이를 서류전형 합격 여부를 판단하는데 참고자료로 활용한다.

AI는 다른 글을 베껴 쓴 자기소개서도 걸러낸다. 똑같은 단어가 겹친 문장의 경우 AI는 온라인이나 SNS에 올라와 있는 각종 자기소개서, 관련 연구 논문, 지원자가 졸업한 학교 선배들의 자기소개서와 비교 분석해 표절도가 몇 퍼센트인지 산출한다. 표절도가 높다고 무조건 탈락하는 건 아니지만 면접 때 주요 참고 자료가 된다. CJ그룹도 작년 하반기에 이어 올 상반기 공채 때 자기소개서 분석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면접이든 자기소개서 분석이든 아직까지 AI의 심사 결과가 지원자의 당락을 결정할 정도는 아니다. 인사담당자가 참고하도록 정보를 제공할 뿐이다. 도입 초기인 만큼 AI가 잘못 판단할 가능성이 있는데다 기업 입장에서는 탈락한 지원자들의 거부감도 무시할 수 없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한국경제연구원은 작년 9월 대기업 채용 전망 조사를 하며 ‘신규 채용에 인공지능을 활용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을 처음 포함시켰는데 아직은 ‘없다’고 답한 기업이 86.1%로, ‘있다’(8.2%)는 응답을 압도했다. 그러나 AI의 효율성이 입증된 만큼 많은 기업들이 AI를 활용하게 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작년 하반기 공채 때 AI 면접을 실시한 오리온 관계자는 “시간, 공간적 제약으로 많은 지원자들에게 면접 기회를 제공하기 힘들었던 문제를 해결했고 면접 결과를 빅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하니 객관성과 공정성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작년 상반기 공채 때 6개 계열사에 도입했던 AI 채용 절차를 올 상반기 40개 계열사로 확대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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