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비 54억, 2022년 준공 목표

경기 포천시가 표지판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산정호수 김일성 별장 복원에 나선다. 남북 평화 무드 속에 접경 지역 지자체가 김정은 위원장의 조부인 김일성 전 주석의 흔적 찾기에 뛰어든 점에서 주목을 끈다.
11일 포천시에 따르면 시는 2022년 준공을 목표로 김일성 별장 복원사업을 추진 중이다. 남북 평화 협력 시대를 여는 데 앞장서고 지역 관광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사업비는 우선 54억원을 책정했다. 이 돈으로 부지 매입과 함께 별장 1채(330㎡)를 복원하고, 김일성 관련 유물 등도 구입하거나 제작해 전시할 계획이다. 시는 이를 위해 올해 경기도에 도비 지원사업으로 사업비를 신청할 예정이며, 이르면 내년 초에 기본계획의 연구용역에도 착수할 계획이다. 역사적 고증작업도 함께 진행한다.
시가 복원을 추진 중인 별장터는 영북면 산정리 산정호수 전망대 부지 1,700㎡다. 이미 1,000㎡는 매입을 완료했다. 호수에서 불과 직선거리로 10여m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이곳은 김일성 전 주석이 1945년 광복 이후 별장 개념으로 이용하며 농업경영을 관장하고, 빼어난 풍광을 즐긴 곳으로 유명하다.

당시 김일성이 사용한 건물은 일제가 1935년 산미증산 계획에 따라 결성한 영북수리조합(현 농지조합) 사무실인 것으로 구전돼 내려오고 있다. 수리조합은 경기북부지역 대표 곡창지대인 한탄강 평야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던 산정호수의 용수를 관장하던 곳이다.
광복 이후 농업경영이 중요했던 만큼 김일성은 이곳에 자주 기거하며 산정호수 용수 등을 감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는 이런 내용의 유래를 잘 아는 지역 주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2016년 이곳에 별장터 표지판을 세웠다.
포천 산정호수 일대는 1950년 한국전쟁 이전까지 북한 땅이었다. 전쟁 이후 38선이 그어지면서 현재의 포천 지역으로 수복됐다. 그러나 이후 별장은 철거돼 자취를 감췄으며, 지금은 표지판만 하나 남아 있다.
시 관계자는 “수려한 경치의 산정호수는 매년 160만명의 관광객이 찾을 만큼 관광 명소”라며 “김일성 별장이 전설처럼 표지판만 남겨져 있어 관광객들이 많이 아쉬워해 남북 평화 화해 시대를 맞아 복원을 추진, 관광객 유치와 함께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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