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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소식]“게임계의 넷플릭스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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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소식]“게임계의 넷플릭스가 되겠다”

입력
2019.03.10 07:59
수정
2019.03.1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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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게임의 명문 ‘자라나는 씨앗’ 김효택 대표

‘자라나는 씨앗’의 김효택 대표.
‘자라나는 씨앗’의 김효택 대표.

판교 제2테크노밸리 글로벌게임허브센터 8층에 자리한 ‘자라나는 씨앗’의 사무실 한쪽 벽은 책들로 가득 차있다. 실제로 김효택 대표이사는 1년에 책을 120권 이상 읽는 책벌레로 통한다. 게임 때문에 밤을 지새우는 게임광일 뿐만 아니라 DVD를 400장 이상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여러 콘텐츠를 두루 섭렵하고 있다.

이 회사에는 김 대표를 비롯해 총 9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자라나는 씨앗’은 모든 작업에서 분업이 아닌 협업을 중시한다. 스토리, 아트, 개발 등을 모든 부서가 유기적으로 수행한다. 분명 시간은 더 오래 걸리지만, ‘내가 만든 게임’이라는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동력이 된다.

2013년 회사 설립 이후 처음 만든 것은 ‘생각이 자라나는 수학’이라는 초등학생을 위한 수학 교육 게임이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탕진하면서 3년 정도를 허송세월 했다. 뼈아픈 학습 비용이었다.

’자라나는 씨앗’이 수상한 각종 상장과 상패가 전시돼 있다.
’자라나는 씨앗’이 수상한 각종 상장과 상패가 전시돼 있다.

그러던 중 김 대표는 고전 명작을 소재로 스토리게임을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주변의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책으로도 안 읽는 걸 누가 게임으로 하겠어?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나 하지.” 하지만 김 대표에게는 게임이 단지 흥미로만 소비돼야 할 것이 아니라는 나름의 미션과 철학이 있었다. 재미있어서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학습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2016년 ‘자라나는 씨앗’은 게임을 통해 한 권의 책을 읽는 듯한 경험을 선사해주고 싶다는 바람을 담은 ‘MazM(맺음)’이라는 프로젝트 아래 첫 게임을 출시했다. <오즈의 마법사>를 원작으로 한 <옐로 브릭스>였다. 1년 반의 개발과정을 거쳐 시장에 내놓았으나, 역시 결과는 좋지 않았다. 가장 큰 패착은 유료 게임으로 출시한 데 있었다.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유료 게임의 진입장벽은 매우 높았다.

이후 <옐로 브릭스>의 외전 격인 <하틀리스>라는 게임을 무료로 출시했다. 플레이 시간이 채 30분도 되지 않는 짧은 게임이었다. 확실히 다운로드 수가 늘었다. 그보다 더 눈에 띄는 점은 초등학생을 타깃으로 만든 게임이었으나 정작 리뷰창에는 10대, 20대 여성들의 ’감동적이어서 눈물이 났다’는 글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타깃 플레이어를 초등학생이 아닌 10대, 20대 여성으로 잡았다. 더불어 스토리텔링에 있어서도 명확한 목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슬픔이면 슬픔, 무서움이면 무서움 같은 확실한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했다.

<옐로 브릭스>는 수익성 측면에서는 실패한 게임이지만,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이 달의 우수 게임: 착한 게임’으로 선정되며 회사에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또 1년이 넘는 개발 과정에서 기본적인 스토리 게임의 틀을 형성할 수 있었다. 이른바 ‘맺음’ 프로젝트의 ‘코어 시스템’이 탄생한 것이다. 이 코어 시스템을 근간으로 후속작에서는 시스템적인 측면보다 콘텐츠 자체의 깊이와 내용에 더 공들일 수 있게 됐다.

2017년 ‘맺음’의 두 번째 작품 <지킬 앤 하이드>가 세상에 나왔다. <지킬 앤 하이드>는 ‘2018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인디게임상을 수상하는 등 다수의 상을 받으며 회사의 이름을 널리 알린 작품이다. 사실 당시 <지킬 앤 하이드>에는 회사의 사활이 걸려 있었다. 그야말로 모든 걸 쏟아 부어 만들었기 때문에 게임이 잘 안 되면 회사가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게임이 공개된 후 플레이어들은 기존에 알고 있던 것과 다른 하이드의 모습에 열광했고, 직접 원작을 찾아 읽으면서 “원작을 잘 반영했다”는 반응을 쏟아내기도 했다.

2018년에는 <지킬 앤 하이드>의 글로벌 버전을 출시했다.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등 10개국어로 서비스하고 있으며, 18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현재 회사 매출의 80%가 외국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모든 국가에서 골고루 반응이 좋은 것이 특징이다.

<지킬 앤 하이드>가 원작을 거의 그대로 반영했다면, 2018년에 출시된 후속작 <오페라의 유령>에는 스토리를 첨가했다. 원작에는 없는 캐릭터가 등장하고 원작 스토리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지만 세세한 내용이 조금 다르다. <오페라의 유령> 역시 구글플레이에서 주최하는 ‘2018 올해를 빛낸 게임’에 선정되는 등 저력을 보여줬다. 현재는 <오페라의 유령> 글로벌 버전 출시에 막바지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르면 오는 4월, 늦으면 5월 중에 출시될 예정이다.

오는 4월부터는 차기작 개발을 시작한다. <드라큘라> <프랑켄슈타인>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중 한 작품이 될 것이라는 후문이다. 게임 관련 행사에서 컨셉 아트와 함께 공개될 예정이다.

게임 <오페라의 유령> 표지. 이상 ‘자라나는 씨앗’ 제공
게임 <오페라의 유령> 표지. 이상 ‘자라나는 씨앗’ 제공

“남한산성 같은 역사작품도 게임으로 만들고 싶어”

“국내 게임 대기업들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 있어야”

다음은 김효택 대표와의 일문일답

-스토리게임, 그 중에서도 고전 명작에 초점을 맞춘 이유가 무엇인가?

“스토리게임 시장은 크게 추리, 공포 쪽이다. 우리는 정통 스토리로 승부를 보고 싶었다. 그렇다고 IP 계약을 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고, 저자 사후 70년이 지나면 저작권에서 자유로워진다는 것을 알고 고전 명작 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 중에서도 2차 창작이 2개 이상 이뤄진, 대중에게 친숙한 작품을 선정했다. IP 계약만 할 수 있다면 앞으로 하고 싶은 장르는 많다. 김훈 작가의 남한산성 같은 역사 관련 작품이라든지. 의미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

-회사의 분위기나 문화는 어떤가?

“여러 세대가 함께하는데 90년대생들이 주도하는 분위기다. 전체 직원 9명 중 6명이 90년대생이다. 우리 게임의 주 플레이어들은 18~25세이다. 그 연령대를 공감할 수 있는 90년대생들이 주도적으로 의견을 개진해나가는 편이다. 80년대생들만 해도 나에게 많이 맞추는 편인데, 확실히 90년대생들은 누군가에게 맞추려는 의지가 별로 없다. 처음에는 ‘내가 대표인데. 날 뭐로 알고!’ 같은 생각을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이런 문화에 익숙해지고 편해졌다. 솔직한 피드백이 잘 오간다.”

-글로벌게임허브센터는 만족스러운 편인가.

“글로벌게임허브센터는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중소게임기업 전문 인큐베이팅 시설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지원해주는 것도 많고, 무엇보다 같은 업종에서 근무하는 분들과 교류하고 협력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스토리 게임의 매력이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상호작용에서 오는 몰입감을 가장 극대화할 수 있는 콘텐츠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라는 인터랙티브 필름을 제작했다. 시청자가 선택하는 대로 스토리가 이어지는 작품인데, 사실 이런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는 것이 스토리 게임이다. 굉장히 색다른 경험을 하게 한다.”

- 우리나라의 스토리 게임 시장은 어떤 편인가?

“우리의 문화 콘텐츠는 쏠림 현상이 심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행에 민감하고 대세에 따르는 경향이 있어 눈에 띄지 않으면 바로 시장에서 도태돼버린다. RPG 아니면 콘솔게임만 살아남는 우리나라와 달리 외국은 장르 시장이 발달해 있다. 스토리게임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작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지리멸렬 수준인 반면 외국에서는 스토리게임만을 찾아서 하는 마니아층이 형성돼 있다. 외국에서 매출이 훨씬 잘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 우리나라의 게임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구글에서 매년 인디게임 페스티벌을 열고 있다. 이런 행사가 많아지면 된다. 외국계 기업인 구글도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게임 업계의 형님 격인 3N사(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는 ‘우리도 먹고 살기 힘들다’면서 외면하고 있다. 전체 게임 산업의 생태계가 건강해지려면 대기업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필요하다고 본다.”

- 대표님에게 게임이란 어떤 의미인가?

“굉장히 훌륭하고 미래지향적인, 발전 가능성이 농후한 콘텐츠다. 우리나라에서 게임의 역사가 짧다 보니 아직 게임이 대중적인 콘텐츠로서 인정받는 분위기는 아닌데, 앞으로 게임이 드라마나 영화처럼 모두에게 친숙한 콘텐츠가 됐으면 좋겠다. 외국에서 열리는 게임 페스티벌의 경우 가족 단위로 오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머지않아 그런 날이 오길 바라고 있다.”

-회사의 목표는 무엇인가?

“게임업계의 넷플릭스가 되는 것이다. 아직 멀었지만 천천히 노력해나가겠다.”

김아람(단국대) 인턴기자 pangy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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