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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난 성범죄법... 코치ㆍ교사의 13세 이상 미성년 제자에 범행 처벌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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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난 성범죄법... 코치ㆍ교사의 13세 이상 미성년 제자에 범행 처벌 못해

입력
2019.03.02 04:40
수정
2019.03.02 10:5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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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코치 혹은 교사가 자신의 제자인 13세 이상인 미성년자(19세 미만)와 합의해 성관계를 맺으면 과연 범죄가 될까.

현행 형법에는 13세 이상 미성년자의 성적 자기판단능력 등을 인정하는 취지에서 이에 대한 처벌 조항은 없다. 하지만 최근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코치로부터 고교시절부터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이런 경우 합의여부와 관계 없이, 일종의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성범죄로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일 전윤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이 낸 ‘교육ㆍ보호ㆍ감독자의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 관련 법ㆍ제도 현황 및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장애인을 제외한 13세 이상 미성년자와 합의해 이루어진 교육ㆍ감독자와의 성관계에 대해서는 성범죄로 처벌할 수 없다. 형법은 동의능력이 없는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하거나 성추행했을 때만 피해자의 동의여부에 관계없이 성범죄(미성년자의제강간죄)로 규정한다. 13세 이상 미성년자와의 합의된 성관계는 사안에 따라 아동학대 혐의(아동복지법)로 처벌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 경우 통상 징역형의 상한선이 없는 성범죄에 비해 처벌이 가볍다.

전윤정 조사관은 “교육ㆍ보호ㆍ감독 등의 우월적 지위나 신뢰관계 있는 자가 그 지위를 이용해 간음 또는 추행하는 경우 구체적으로 성범죄로 명시하고 규제할 수 있도록 입법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은 다르다. 영국의 경우 성범죄 관련법에서 ‘신뢰관계에서의 성적 남용’이라는 장을 별도로 두고 미성년자와 신뢰관계에 있는 성인(18세 이상)이 18세 미만의 자에게 성적행위나 접촉을 하면 처벌토록 한다. 구체적으로 아동복지시설이나 거주ㆍ숙박시설, 병원, 교육, 보호, 양육, 감독의 지위에 있는 교원 등이 신뢰관계 범위에 포함된다.

우리나라는 19세 이상인 자가 13세 이상 16세 미만 아동ㆍ청소년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해 해당 아동ㆍ청소년을 간음ㆍ추행하면 처벌토록 한‘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7월부터 시행되지만 허점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궁박한 상태’라는 규정이 모호해 신뢰관계를 이용한 사건들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부족하다는 것이다. 아동ㆍ청소년인권단체 탁틴내일의 이현숙 대표는 “이 법은 ‘궁박한 상태를 이용했다’는 사실을 피해자가 입증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신뢰관계에서의 성적남용을 별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형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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