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속도는 중요치 않다” 김정은 “1분도 귀중하다” 이상 징후
두 번째 북미정상회담의 합의 결렬 징후는 회담 중간중간마다 포착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카메라 앞에 설 때마다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고 합의안에 대한 기대를 낮춘 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분도 귀중하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빠른 합의를 원하는 속내를 드러냈다.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아무런 합의 없이 종료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존경한다’고까지 언급하는 등 본격적으로 회담에 돌입하기 전 분위기를 띄우면서도 회담 성과에 대해서는 “서두르지 않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 있었던 김 위원장과의 단독회담 이전 모두발언에서 일관되게 ‘속도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조금 더 장기적으로, 일정 기간에 걸쳐서 우리가 김 위원장과 북한과 관련해 환상적인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서두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이어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올바른 합의를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노이 ‘합의’에 대한 양 정상의 입장 차는 이 장면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트럼프의 이 말을 들은 김 위원장은 “우리한테는 시간이 중요한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김 위원장은 확대 정상회담 중간에도 기자들에게 “충분한 이야기를 좀 더 할 시간을 줬으면 좋겠다. 우리는 1분이라도 귀중하니까”라고 말하며 시간에 쫓기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결렬을 공식 발표한 뒤 개최된 기자회견에서도 “오늘도 합의는 가능했지만 제대로 하고 싶다”, “서두르는 것보다는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등 단독회담을 하기 전 모두발언과 같은 취지의 발언을 반복했다. 이번 협상 결렬이 돌발적인 상황이 아니라, 미국 측이 애초 오전 단독회담 때부터 ‘협상 결렬’에 대한 선택지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외신에서는 전날 저녁,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8개월 만에 다시 만날 때부터 양 정상의 표정이 지나치게 어색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로이터는 이날 호주의 보디랭귀지 전문가 앨런 피즈의 말을 인용해 “두 정상은 그렇게 하리라고 예상될 때만 웃었고, 사전에 연습한 방식으로만 웃었다”라며 “그들은 연기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피즈는 또 이 때 김 위원장의 자세를 언급하며 “깍지를 낀 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은 모습은 실망감과 스스로를 자제하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는 27일 만찬장에서도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코언의 증언과 관련해 질문하는 백악관 기자 4명을 ‘고성을 질렀다’는 이유로 만찬장 취재에서 배제시켰다.
이틀 내내 회담장을 맴돌던 불안한 조짐은 머지 않아 결국 현실이 됐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확대정상회담이 30분 정도 지연된 시점 “업무 오찬이 취소됐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2시간 앞당겨 기자회견을 한다”며 하노이 선언 서명식이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암시했다. 양 정상이 회담장인 메트로폴 호텔을 떠난 직후에는 “북미가 어떠한 합의도 이루지 못했다”는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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