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비핵화의 진전이 예상됐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충격적 결렬로 끝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 오찬도 취소하며 세기의 핵 담판을 벌였지만 비핵화와 제재 해제 요구의 간극을 좁히지 못한 채 협상장을 떠났다. 다음 회담에 대한 기약도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완전한 비핵화’ 요구를 넘지 못한 김 위원장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지도 알 수 없다. 북한 비핵화 협상의 불확실성 증폭이 평화의 기운이 움트던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가 앞선다.
회담 파국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제재 해제 또는 완화라는 핵심 사안에서 북미의 입장차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결렬 후 기자회견에서 이를 상세히 공개했다. 김 위원장이 대북 제재의 전면 해제를 요구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뿐 아니라 북한 내 모든 핵 시설과 핵 무기에 대한 목록 신고 요구로 되받았다. 미국은 영변 핵 시설 폐기 등과 일부 제재 완화를 맞바꾸는 ‘스몰딜’이 아닌, 완전하고 돌이킬 수 없는 ‘빅딜’로 압박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껏 공개된 적 없는 ‘우라늄 농축시설’까지 거론하며 압박하자 김 위원장이 깜짝 놀랐다는 사실을 밝힌 것을 보면 북한으로선 예상치 못한 일격을 맞은 셈이다. 이는 ‘톱다운’ 방식의 협상이 갖고 있는 구조적 위험성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또한 그런 점을 활용해 적당히 핵을 내주고 제재 완화를 받으려던 김 위원장에겐 전체 비핵화 협상 전략을 다시 짜야 할 만큼 뼈아픈 일격이 됐다.
김 위원장이 협상판 자체를 깰지 여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미국이 차기 회담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은 다행한 일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협상에 진전이 있었으며, 앞으로 몇 주 내 합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 수위의 요구를 통한 ‘벼랑끝 전술’로 상대를 압박한 만큼 북미 상호간 부담 증가로 3차 북미 정상회담까진 먼 길을 갈 수밖에 없다. 웬만한 ‘스몰딜’로는 북미 협상이 진전을 이룰 수 없으며 ‘빅딜’이 아니고선 합의에 도달할 수 없는 새로운 국면이 열렸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북한과 미국은 대화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청와대 논평대로 “상대방 처지에 대해 이해의 폭과 깊이를 확대한 것”은 성과다. 1986년 12월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 간 전략핵무기 감축 협상이 결렬된 뒤 후속 협상을 통해 1년 뒤 중거리핵전력(INF)조약을 체결한 역사를 떠올려보면 이번 2차 회담 결렬이 향후 ‘빅딜’의 밑거름이 될 수도 있다. 북미가 지금까지의 만남을 통해 파악한 상대 입장과 요구를 토대로 북한 비핵화를 위한 새로운 협상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 정부의 중재 역할도 더 중요해졌다. 향후 북미 협상, 또는 협상 재개를 위한 대화에서 인내와 지혜를 발휘해 적극적인 중재자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앞당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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