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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 총학… 서울 4년제 대학 4곳 중 1곳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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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 총학… 서울 4년제 대학 4곳 중 1곳 없어

입력
2019.03.09 09:00
수정
2019.03.09 10:4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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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 대학 총학의 현주소] 

학생들의 무관심으로 지난해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된 대학들은 이르면 이달 말 재보궐 선거를 치른다. 과연 학생들은 이번에는 새로운 총학을 가질 수 있을까. 여러 종류의 게시물이 붙은 서울시내 모 대학 캠퍼스 안내판 앞을 한 학생이 지나가고 있다. 고영권 기자
학생들의 무관심으로 지난해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된 대학들은 이르면 이달 말 재보궐 선거를 치른다. 과연 학생들은 이번에는 새로운 총학을 가질 수 있을까. 여러 종류의 게시물이 붙은 서울시내 모 대학 캠퍼스 안내판 앞을 한 학생이 지나가고 있다. 고영권 기자

“솔직히 총학생회가 없다고 해서 뭐가 불편한지 잘 모르겠어요. 대학 생활 내내 총학이 있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연세대학교 17학번 조인희(21)씨는 ‘총학생회(총학)’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조차 생경하다. 그가 입학한 2017년 이후 연세대 학생들은 3년째 총학 없는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에 의지하고 있다. 매해 총학 선거가 무산될 때마다 “학생 사회가 위기에 처했다”라는 해묵은 비난이 이곳저곳에서 들려오지만, 조씨는 총학이 필요한 이유가 크게 와 닿지도 않는다. 학생회비를 내본 기억도 없다. 1학기에 한번, 등록금을 낼 때 1만원의 학생회비 납입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지만 “어떤 혜택이 주어지는지도 잘 몰라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고 조씨가 말했다.

대학에 ‘총학이 있어야 하는가’라는 근원적 질문은 누구도 쉽게 답할 수 없지만, 적어도 ‘총학 없는 학생 사회’의 폐해는 캠퍼스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연세대 문과대학 학생회장이자 조씨와 같은 학번인 최승혜(21)씨는 “파편화된 학생 사회가 크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난 한 해 ‘원주캠퍼스 통합 이슈’, ‘총여학생회 폐지’ 등 캠퍼스를 할퀴고 지나간 상처들을 돌아보면서다. 최씨는 “총학이 있는 학교는 어떻게 다른지 모르겠지만, 지난해 학내 다양한 문제와 갈등이 해결되는 과정과 절차에 문제가 많아 학생들이 큰 상처를 입었다”고 말했다.

2000년대 들어 심화한 대학의 탈정치화로 근본적인 존재 가치가 흔들려온 대학 총학생회. 학생 사회를 짓누르는 냉혹한 취업 현실에 밀려 사실상 대의기구의 기능을 상실해 버린 총학생회의 내일은 더 이상 필요 없게 된 걸까.

35개교 가운데 8개교(22.85%). 서울시 내 4년제 대학 네 곳 중 한 곳은 새로운 총학생회 없이 새 학기를 맞이했다. 2019년 대학 총학생회의 현주소이다. 총학 선거 무산의 이유는 두 가지로 축약된다. 선거 후보 등록자가 없거나 투표율이 50%에 미달하는 경우. 어느 쪽이 되었든 ‘무관심’의 표식이다.

대학 총학의 빈자리가 커지면서 동시에 학교 본부의 학생 자치 개입은 현실화했다. 총학 부재 2년 차인 한양대의 일부 단과대는 개강 전 신입생을 대상으로 하는 ‘새내기새로배움터(새터)’를 진행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다. 약 30년 동안 이어져 온 학생자치 활동이었으나, 학교본부가 교비 집행을 볼모로 삼아 행사 주체와 시기를 바꾸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터다. 학생들이 새터를 강행하자, 학교 측은 단과대학장 명의로 일부 신입생들에게 ‘새터 참가를 재고하라’는 메시지의 우편물을 발송하기도 했다. 지난한 투쟁 끝에 올해는 행사를 치렀지만, 학생들은 내년에도 새터가 무사히 열릴 수 있을지 벌써부터 초조해하고 있다.

 ◇총학, 학생 이익부터 챙겨야 하죠 

지난달 8일, 서울대 시설노동자들이 중앙도서관 난방을 끊으며 파업하자 ‘노조의 정당한 파업권을 존중하지만, 노조에 도서관을 파업 대상 시설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청한 서울대 총학의 입장문이 파문을 일으켰다. 입장문에는 “학생의 이익만 따질 것이면 ‘이익단체’를 해야지, 왜 총학을 하느냐”는 반박 댓글이 여럿 달렸다. 한 네티즌은 “투쟁의 주체가 되어야 할 총학이 투쟁의 대상이 되었다”고 냉소했다. 하지만 노조가 공부하는 학생들의 ‘난방권’을 수호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노조가 노동자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총학은 학내 학우들의 권리와 복지를 대변하는 단체이며, 힘없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주는 것이 총학의 본질적 역할’이라는 의견도 팽팽하게 맞섰다.

서울대 시설노동자 파업 사태는 오늘날 총학을 바라보는 대학생들의 복잡미묘한 시각을 그대로 보여줬다. 한국일보는 대학생들이 생각하는 대학 총학생회에 대한 인식을 분석하기 위해 2월 13일부터 18일까지 엿새 동안 대학생 51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이에 따르면 낮은 학생 사회 참여율과 무관심과는 대조적으로, 학생들은 여전히 총학이 필요하다(470명ㆍ90.74%)고 생각하고 있다. 총학 활동이 '나'의 학교 생활과 일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응답한 이도 과반(303명ㆍ58.50%)을 넘겼다. 현재의 학생들도 여전히 총학의 존재를 원하고 있어 지레짐작으로 무용론을 펼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지금의 총학이 시대 변화에 뒤처졌다(214명ㆍ41.31%)’라고 응답한 이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 응답자 수(193명ㆍ37.26%)를 웃돌았다.

‘중요한 건 알지만, 지금 이대로는 싫다’라는 총학에 대한 대학생들의 이중적 태도는 학생들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총학의 상(像)'이 바뀐 까닭이 크다. 민주화라는 큰 의제가 사라진 캠퍼스에서 총학의 역할은, 학생들의 편익과 권리를 수호하는 민원 창구 수준으로 역할이 쪼그라들었다.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총학의 가장 중요한 기능(5점 만점)’으로 ‘학교 당국의 독단적인 의사 결정을 막고 학생의 의사 참여 기회를 확대하려는 대의기구(4.71)’, ‘반값 등록금, 학내 노동자 파업, 제3캠퍼스 건립 등 학내 이슈에 대한 투쟁 조직(4.40)’, ‘독자성과 자율성을 갖고 학생들의 일은 스스로 해결하는 학생 자치 기구(4.35)’ 순으로 꼽았다. ‘부조리에 맞서 사회 구조 개혁, 정의 등을 외치는 사회 운동 단위(3.86)’는 후순위였다.

경제 불황 속 ‘먹고사니즘(먹고 사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은 단연 대학생의 탈정치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설문 조사에서 오늘날 학생 사회의 퇴조 원인(5점 만점)으로 응답자들은 ‘스펙 쌓기, 취업 준비 등 먹고사니즘이 바빠서(4.03)’를 1순위로 꼽았다. ‘유사 이래 처음으로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라는 오명을 얻은 20대가 스펙 쌓기, 전공 학점 따기에 골몰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힘든 상황 속에서 ‘가치를 가지고 운동에 투신하라’는 말은 설득력을 갖기 힘들다.

“정치 의식이 없다”고 단언할 순 없다. ‘각자도생(各自圖生)’이 주된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서도, 교육 서비스로 전락한 학교 본부의 독선에 대한 문제의식은 여전히 살아 있다. 응답자들은 ‘(총학이) 구조상 학교의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없어 유명무실한 존재로 전락(3.78)’한 것을 두 번째 퇴조 원인으로 보기도 했다. 한 마디로 총학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정치적 효능감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학생들은 학교 본부의 독선적 의사결정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강한 총학’을 원하는 경향도 드러났다. 응답자들은 총학과 학생사회의 발전을 위해 요구되는 점(5점 만점)으로 △총학생회의 투명한 회계 처리와 운영(4.61)에 못지않게 △총학생회의 학생 대의 기능 강화(4.47) △학교 당국의 대화 파트너로서의 총학 입지 확보(4.41) 등 ‘총학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점에도 크게 공감했다. 총학생회를 폐지하거나 기능을 축소해야 한다(1.96)’에 동의한 응답자는 가장 적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요즘 학생들이 원하는 총학의 역할은 거시적이고 이념적인 사회 개혁 구호를 외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의 복지와 권리를 찾는 데에 있다”라며 “시대가 흐르면서 구성원의 인식은 변했는데 학생회 조직 모델이 과거에 머물러 있는 양상”이라 풀이했다. 덧붙여 “학생들의 관심사 역시 거시에서 미시로 옮겨가는 경향이 있는데, 총학 같은 큰 조직에서 소속감을 느끼기보다는 동아리나 학과 학생회 등 친밀한 소규모 조직에서 효능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고 해석했다.

이 같은 변화는 한국 사회에서 달라진 대학생의 위상과도 무관하지 않다. 박권일 사회비평가는 “과거 대학 진학률이 낮았을 때 대학 학력은 우월성의 지표였기에 사회에서 대학생에게 요구하는 기대치나, 대학생들의 책임감이 컸다”라며 “30~40년 오랜 시간에 거쳐 이제는 대학 진학이 평균성의 지표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대는 여전히 엘리트들이 될 가능성이 높은 학생들의 집단이지만, 그곳조차 과거와 같은 위상을 갖지 못하고 생존 경쟁에 시달리면서 학생 사회가 퇴조한 것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 한국일보가 2월 13일부터 18일까지 엿새 동안 대학생 51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134명이 ‘총학생회 활동을 하고 싶다’고 응답한 반면, 실제로 하고 있는 학생은 42명에 그쳤다. 오늘날 대학생들은 경쟁만으로도 충분히 바빠서인지, 현재 참여하고 있는 활동이 ‘없다’라고 응답한 답변이 2위에 오른 것이 눈에 띈다. 강준구 기자
. 한국일보가 2월 13일부터 18일까지 엿새 동안 대학생 51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134명이 ‘총학생회 활동을 하고 싶다’고 응답한 반면, 실제로 하고 있는 학생은 42명에 그쳤다. 오늘날 대학생들은 경쟁만으로도 충분히 바빠서인지, 현재 참여하고 있는 활동이 ‘없다’라고 응답한 답변이 2위에 오른 것이 눈에 띈다. 강준구 기자

 ◇ ‘내 권리는 내가 지킨다’ 학내 투쟁 불씨 여전 

지난해 12월 14일, 영하권 날씨에도 불구하고 부산대 교정의 ‘넉넉한터’에 두꺼운 외투와 무릎담요로 중무장한 학생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한겨울이었지만, 기말고사를 사흘 앞둔 학생들은 도서관에서 나와 잠시 펜을 놓고 불빛이 반짝이는 휴대폰을 높이 들어 올렸다. 동문회는 핫팩 7,000개를 준비해 후배들을 응원했다. 총회 1시간여 만에 4,200여명이 모였고, 재학생 총원 2만명 중 6분의 1인 의결 정족수(3,331명)를 넘겨 최고 학생 의결기구인 학생총회가 2011년 이후 7년 만에 성사됐다.

이 자리에서는 △비민주적 학칙개정 반대 △총장 임용 후보자 선거 학생선거권 보장 △학생 의견수렴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대학 자율성 및 학생 학습권 보장 등 네 가지 결의안이 가결됐다. 학생들의 단결된 모습은 대학을 압박하기 충분했다. 그해 마지막 날, 총학은 학생들의 의사를 받아들여 ‘학생 의견수렴 없이 학사과정과 제도를 바꾸지 않는다’는 상호협약을 대학본부와 맺는 쾌거도 이뤘다.

고준우 대학연구네트워크 대표는 “지금 청년들은 공정성에 가장 민감한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라며 “자신의 권익이 침해당할 때 저항하는 수준의 정치성은 여전히 학생사회에 남아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산대의 학생 총회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정부가 추진 중인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로 인해 자교 이름의 공동ㆍ복수학위가 남발될 수 있다는 일종의 공정성 논란이 도화선이 됐다.

오늘날의 학내 운동은 ‘당사자 권리 투쟁’의 문법을 충실히 따른다. 2016년 박근혜ㆍ최순실 국정농단의 시발점이 된 이대 미래라이프대학(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 반대 시위가 성공하면서 더욱 유효한 운동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당시 이대 학생들은 타 대학과의 연대 집회도 거절했고, 투쟁 현장에는 ‘정치색을 띤 어떠한 외부세력과도 무관하다’고 쓰인 현수막이 나부꼈다. 운동권으로 분류된 학생들을 농성장 밖으로 쫓아냈다. 그리고 성공했다. 하지만 성공의 경험은 더 이상 사회적 확장성을 갖지 못하고 캠퍼스 안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학내 권리 투쟁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대학과 총학의 ‘소비자’로 규정하는 데에 주목한다. 박권일 비평가는 “소비자-피해자 정체성은 20대 청년뿐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에서 발견되는 마인드셋(mindsetㆍ사고방식)”이라며 “피해자로서 피해를 호소하고, 소비자로서 낸 돈에 대한 서비스를 요구하는 투쟁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거액의 등록금을 내고 학교에 다니는데, 학교가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을 때 총학이 나서 ‘나’의 권익을 보호해줘야 한다는 식의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최태섭 사회학자도 “내가 준 표로 당선된 학생들의 일꾼이라는 소비자 입장에서 총학을 바라보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라며 “학생 자치가 가졌던 특수성과 상징성이 더 이상 명맥을 유지하지 못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새학기가 시작된 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 학생회관 3층 총학생회실은 불이 꺼진 채 문이 잠겨 있다. 고영권 기자
새학기가 시작된 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 학생회관 3층 총학생회실은 불이 꺼진 채 문이 잠겨 있다. 고영권 기자

 ◇각개전투 넘어 연대해야 

‘내가 손해 봤다’는 정서는 강력한 분노를 일으킨다. 때로는 집단으로 거리에 나설 만큼 파급력이 있다. 하지만 문제가 해결되고 손해를 보상받고 나면, 모인 이들은 모래알처럼 흩어진다. ‘각개전투’로 세상을 흔든 경험은 축적되지 않고, 다른 이의 삶은 변화가 없다. 지금 청년인 ‘나’의 삶이 너무나 척박하고 힘들다면, 그래서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이제는 ‘연대’를 떠올려야 할 때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박권일 비평가는 “최근 학생 사회의 움직임을 보면 한국의 노동운동이 퇴조한 역사를 보는 듯한 기시감이 느껴진다”며 “노조조직률이 10%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노동운동이 힘을 잃은 것은 노총이나 산별노조 등 연대 행동에 관심을 갖지 않고 ‘내가 다니는 회사의 월급과 복지’ 등에만 관심을 쏟는 노동자가 너무 많았던 것이 큰 원인이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오늘날 학생 사회의 양상도 이와 유사하다”며 “총학이 학생들의 대의를 반영하며 학교에 맞서는 제도화된 협상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는 개별 학내 투쟁으로는 이뤄낼 수 없는 고도의 정치 연대 의식이 필요하다”고 일갈했다.

이재묵 교수는 “과거 총학은 학내 노동자와 연대하거나 외부 기구와 연대하면서 조직력ㆍ정치력이 있었지만, 현재 학생 사회는 외부와 단절하고 학내 이슈에 묶여 개별 학교 단위로 움직이다 보니 협상력이 떨어졌다”며 “약자들이 힘을 발휘하려면 결국 연대를 해야 하는데, 개인이 부상하는 사회 분위기 탓에 졸업하고 취업하는 게 중요해지고 사회 구조나 체제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까지 이어지지 않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운동권’이라는 낡은 프레임에서 벗어나 ‘학생’이라는 공통분모로 연대를 모색하는 첫 걸음도 시작됐다. 전국 주요 대학 총학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전국대학 학생회 네트워크(전대넷)은 올 4월 초 출범을 앞두고 있다. 과거에도 NL(민족해방), PD(민중민주) 등 운동권 노선을 중심으로 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등 학생 연대체가 있었지만, 전대넷이 외치는 구호는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한다. △청년일자리 확충 △주거ㆍ생활비 문제 해결 △사학비리 및 대학적폐 청산 등 청년 의제를 제도권 정치에 반영하고 △대학 인권센터 설립 의무화 △대학 내 성폭력 문제 등 학생 인권을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고준우 대학연구네트워크 대표는 “등록금 투쟁만 봐도 단순히 총학이 학교 당국과 협상을 해서 이뤄낼 수 있는 의제가 아니다”라며 “결국 학교는 등록금 인상을 막는 법적 근거와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을 따르게 되어 있는 만큼, 제도권 정치에 학생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학생 개개인의 정치적 실천과 다른 이들과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학생들의 권리 투쟁 욕구와 이해 관계를 상상력을 발휘해 새로운 문법으로 설득하는 게 총학에 주어진 숙제”라고 말했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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