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중국 베이징에서 한 여성이 쇼핑백을 들고 애플스토어 앞을 지나가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거대 정보기술(IT) 기업 애플이 금융업에 뛰어들면서 세계 금융의 중심지 월스트리트가 떨고 있다. 애플이 지금까지 소비자금융 경험이 전혀 없는 세계 최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손을 잡으면서 기존 상업은행 입장에선 ‘새로운 경쟁자면서 가장 큰 경쟁자’를 맞이하게 됐다. 애플을 포함한 IT기업들의 ‘금융업 러시’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거대 상업은행들이 경쟁에서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애플과 골드만삭스의 협업에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애플은 이전부터 전자지갑, 모바일 현금 전송 등 IT기술을 바탕으로 한 금융업 진출을 모색했으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씨티은행이나 JP모건 등 기존 거대 상업은행들과 제휴 관련 대화가 오갔지만 주도권 상실 우려 등을 이유로 성사되지 않았다.

결국 애플의 선택은 2017년 골드만삭스였다. 골드만삭스는 150년 역사 동안 거대 기업, 억만장자들만을 상대해 왔기 때문에 소비자금융에서는 ‘신입’이었다. 그러다 보니 애플이 마음대로 새로운 기능을 구축한다고 해서 불만을 표시할 만한 기존 고객이 없었다. 지점이 따로 없는 골드만삭스 입장에서도 IT기업과의 협업은 새로운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었다.

애플과 골드만삭스가 내놓을 협업 결과물은 미국 소비자 금융업계를 뒤흔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두 기업이 수주 내에 출시할 신용카드는 애플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애플 페이(Apple Pay) 브랜드로, 아이폰 이용자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았다. 고객들은 신용카드와 애플페이 애플리케이션을 연동해 △소비한도 설정 △한도 초과 시 경고 메시지 발신 등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받게 된다.

기존 은행들은 갑작스레 거대 경쟁사를 맞이하게 됐다. 특히 애플은 충성도가 높은 고객이 많은 만큼, 기존 은행에서 수많은 고객이 한꺼번에 이탈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투자은행 ‘메릴린치’에서 근무했던 말 더키는 WSJ에 “완전히 새로운 경쟁자를 상대하게 됐는데, 그 경쟁자가 업계에서 가장 거대한 꼴”이라고 분석했다.

IT기업들의 금융서비스 도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미 확보하고 있는 충성스런 고객과 엄청난 양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법적인 이유로 직접 금융산업에 직접 뛰어드는 것은 불가능해, 기존 은행들에 손을 내밀고 있다.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아마존도 지난해 자신만의 예금계좌 제품을 만들기 위해 몇몇 은행과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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