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y, Army! Lost This?(안녕 ‘아미’! 이걸 잃어버렸니?)’
아이돌 방탄소년단(BTS)의 팬클럽 ‘아미’가 때 아닌 숨바꼭질 놀이에 빠졌다. 서울을 비롯해 미국 뉴욕, 일본 도쿄 등 세계 7개 도시에 흩어져 있는 방탄소년단 QR코드 찾기에 나섰다. QR코드의 정체는 ‘아미피디아’. ‘아미’와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의 합성어다. 아미피디아는 방탄소년단 팬이 방탄소년단의 데뷔일인 2013년 6월 13일부터 올해 2월 21일까지 2,080일의 기록을 채워 넣는 웹사이트다. 팬이 웹사이트에 접속해 방탄소년단의 매일매일의 기록을 직접 작성하기 위해선 7개 도시에 숨겨진 2,080개의 QR코드를 찾아야만 한다.
이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아미피디아가 개설된 지난 22일부터 보물찾기 경쟁에 들어갔다. 서울 이태원동의 공중전화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건물 전광판, 심지어 유제품 배송차량에서 QR코드를 발견했다는 목격담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첫 발견만으로 아미피디아 최초 기록의 영광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QR코드에 접속하면 바로 나오는 퀴즈를 풀어야 기록의 권한을 가지게 된다. ‘데뷔 하루 전 쇼케이스에서 멤버 진이 눈물을 보였던 이유는’과 같이 열성 팬이 아니면 풀기 어려운 문제다. 아미피디아 공개 5일째인 26일 오후 현재 팬들이 찾은 QR코드는 160여개에 불과할 정도다.
아미피디아는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스타덤의 풍경을 보여준다. 가수 서태지는 2008년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에 12m 크기의 UFO 모형을 설치했다. 신작 발매를 앞두고 벌인 컴백 이벤트였다. 당시 가수와 팬덤은 철저히 아티스트의 신비주의 전략 중심으로 만났다. 10년이 흘러 방탄소년단은 교류의 풍경을 바꿨다. 아미피디아의 화두는 ‘쌍방향’이다. 방탄소년단과 아미는 온ㆍ오프라인에서 함께 그룹의 역사를 쌓는다. 아티스트가 벌인 깜짝 이벤트에 팬들이 놀라는 걸 넘어 함께 놀이에 참여하며 연대를 강화한다. 김성윤 사회문화연구소 연구원은 “방탄소년단의 아미피디아는 팬덤이 이젠 연예 산업 밖이 아닌 안으로 들어왔다는 걸 보여준다”며 “앞으론 아티스트와 팬덤의 상호작용이 K팝 산업의 중요 변수로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방탄소년단의 컴백을 앞두고 아미피디아 이벤트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아미피디아는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과 연관이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방탄소년단의 멤버인 RM은 지난 1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제61회 그래미어워즈에 참석해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새 앨범은 ‘보답’이 콘셉트”라고 말한 바 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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