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재산 침해” 토지 소유자들 소송 걸 수도 
 “이동 자유 보장” 원주민들 인권 문제도 걸려 
 환경주의자들도 “생태계 파괴” 문제삼을 가능성 
지난 14일 애리조나주 나코의 장벽 건설 현장. 낡은 장벽이 새로운 시설로 바뀌고 있다. 나코=UPI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국경장벽 건설을 위해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민주당과 시민단체들은 소송전을 예고했다.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은 이미 소송을 위한 준비에 착수했으며 시민단체들도 법무부 등에 “비상사태의 근거를 제시하라”며 고발하고 나섰다. 뉴욕타임즈(NYT)는 15일 야당과 시민단체를 제외한 다른 단체들도 트럼프 행정부를 제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선 문제가 되는 것은 ‘사유재산에 대한 침해’다. 국경 일대에 토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사유재산을 연방정부가 장벽 건설을 이유로 침범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미 지난 2006년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텍사스주 리오그란데 협곡 일대에 국경 펜스를 건설하고자 했던 움직임은 지금까지 수백여건의 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다. 몇몇 토지 소유자들은 “연방 정부의 보상금이 너무 적다”고 주장하며 정부의 토지 수용 시도에 대해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큰 엘파소 지역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확장되고 있다. 비록 트럼프 대통령이 “장벽 건설로 범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지만 80여만명이 트럼프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행동에 반발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판례에 따르면 토지주들이 소송을 건다고 해도 이길 수 있을지에 대해선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지난 재판들에서 토지주들은 보상금을 조금 더 받는 선에서 소송을 종료했거나, 정부 측에 패소한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미국 원주민들도 소송에 가세할 가능성이 있다. 애리조나주 국경 인근에 자리잡은 토호노족은 이미 국경장벽에 대해 저항할 것을 발표한 바 있다. 베를론 호세 토호노족 부의장은 “국경 양 쪽에 우리 종족이 자리잡고 있다”며 “이동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텍사스주의 키카푸족과 멜리포니아의 쿠메야이족, 애리조나의 코코파족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에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권리 남용’이란 지적을 받아들이는 것을 꺼리는 모양새다. 결국 원주민들 역시 장벽에 대한 의견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소송 전선에 합류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환경주의자들 역시 법적 다툼에 뛰어 들 것으로 보인다. 국경장벽 건설이 환경을 파괴하며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승산이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이미 지난해 12월 환경보호론자들이 캘리포니아 지역의 장벽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자 대법원은 기각한 바 있다. 소송이 다시 법원에 제기된다고 해도 장벽 건설을 몇 달 정도 미루는 효과 정도가 기대된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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