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전대 첫 TV토론회서도 “떳떳하면 공개”
법원, 지난해 “사생활 침해라 불가” 이미 결론

14일 오후 대전 한밭운동장 다목적체육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3차 전당대회 충청ㆍ호남권 합동연설회에서 당 대표 후보로 나선 김진태 의원이 당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5ㆍ18 민주화운동 폄하 논란을 초래한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5ㆍ18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라’는 억지 주장을 계속 펴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떳떳하면 공개하라”는 논리를 앞세워 5ㆍ18 유공자 선정에 켕기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는 음모론을 제기하면서다. 5ㆍ18 논란에 사과하기는커녕 극렬 지지세력인 태극기부대의 표를 의식해 5ㆍ18 흠집내기를 이어가고 있다는 비판이 비등하다.

김진태 의원은 15일 당 전당대회 첫 TV토론회에서 “진정한 피해를 당한 분들을 위해서라도 옥석을 가리는 것이 좋다”며 “세금 들어가는 문제이기 때문에 알 권리 차원에서도 밝히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전날에는 “(정부가) 이런 저런 이유로 공개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국가에 공을 세운 분들이라면 당연히 떳떳하게 공개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가짜 유공자가 있을 수 있고 세금이 투입되고 있으니 전체 명단을 공개하라는 논리다. 앞서 김순례 한국당 의원의 “종북좌파들이 판을 치며 ‘5ㆍ18 유공자’라는 이상한 괴물집단을 만들어 내 우리 세금을 축내고 있다”는 주장, 한국당에서 제명된 이종명 의원의 “의구심이 제기되는 유공자 명단 공개가 즉각 이뤄지면 의원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이들이 집요하게 명단 공개를 요구하는 것은 유공자 가운데 광주가 아닌 타 지역 사람이 포함돼 있을 경우 이를 ‘불순세력에 의한 폭동’의 근거로 몰고 가기 위해서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12월 일부 시민들이 국가보훈처를 상대로 낸 ‘5ㆍ18 유공자 명단 및 공적 내용 공개 행정소송’에서 이미 “명단 공개는 사생활 침해”라고 판결했다. 5ㆍ18 유공자들의 사망ㆍ행방불명 경위, 부상, 치료내역, 죄명과 복역기간 등을 공개하는 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함께 5ㆍ18 유공자뿐 아니라 4ㆍ19 유공자, 보훈대상자, 베트남고엽제 유공자 명단도 비공개 대상이어서 형평성 차원에서도 공개하기 어렵다.

재판부는 또 유공자 선정 과정에 대해 “보상심의위원회 사실 확인, 보훈심사위 심의ㆍ의결, 국가보훈처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 감사원 직무 감찰, 보훈처 자체 감사 등 유공자 등록 절차의 객관성과 투명성이 확보돼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사법부 판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명단 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유공자 명단의 부분적 오류를 침소봉대해 유공자 선정 과정의 정당성에 흠집을 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독립운동가 우당(友堂) 이회영 선생의 후손인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5ㆍ18 북한군 주도설이 집중 공격을 받자 얼버무리는 동시에 논점을 틀면서 제명ㆍ사퇴 요구에 맞불을 놓는 것”이라며 “김 의원은 법률가로서 명단 공개는 위법이라는 사실을 잘 알 것이기에 교활하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또 “전라도라는 사실만으로 편견을 가지고, 극우폭력적인 집단이 사방에 창궐하는 상황에서 5ㆍ18 유공자 명단이 블랙리스트로, 증오와 린치의 자료가 될 수 있음을 우려하는 건 기우일까”라며  “5ㆍ18 유공자 명단도 부분적으로 오류가 있을 수 있지만 그게 정당성을 부인하거나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당 내부에서도 김 의원의 명단 공개 발언을 두고 회의적 반응이 나온다. 한국당 한 의원은 “유공자 신상정보를 공개하면 보상금 등을 노리고 악의적으로 접근해 올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광주 서구 518공원 내 추모공간 벽면에 5.18 관련자 4,312명의 명단이 적혀 있다. 광주=김종구 기자

정지용 기자 cdragon25@hna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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