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명 경기지사가 14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열린 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의 ‘친형 강제입원’(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에 대한 법원의 첫 심리가 14일 오후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열렸다.

이날 심리는 당초 세간의 관심이 높은 만큼 검찰과 변호인 간 공방도 치열했다. 이날 법원의 심리는 앞선 다른 사건들과 달리 10분의 휴정을 포함해 4시간 넘게 진행됐다.

포문은 이 지사 측 변호인이 열었다.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장 내용을 문제 삼으며 “공소기각 사유인지 판단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이 공소장일본주의를 위배했다는 것이다.

공소장일본주의는 형사소송법상 개념으로 공소를 제기함에는 공소장을 관할법원에 제출해야 하는데 공소장에 사건에 관해 법원이 예단할 수 있는 내용이나 관련 서류 등을 첨부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 제도다.

변호인은 “검찰 측 공소장에는 검찰의 일방적인 법률적 견해를 참고인의 진술인 것처럼 기재하는 등의 증거서류를 포함하고 있다”며 “이는 재판부가 피고인에 대한 부정적 판결이나 예단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과 무관한 피고인 가족사를 상세히 기록해 피고인이 나쁜 사람이라는 것을 예단하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검찰은 “동생이 친형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형제가 왜 사이가 나빠졌는지 그 계기를 담은 것”이라며 “또 친형의 당시 상태가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를 가할 정도인지 아닌지 파악하기 위한 내용들”이라고 맞섰다.

◇검찰 측 주장

검찰은 24장 짜리 공소장을 통해 이 지사의 친형 강제입원이 구체적이고, 치밀하게 이뤄졌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故) 이재선씨는 2013년 초 교통사고로 인한 후유증으로 정신병을 앓기 전까지 정신질환 진단이나 치료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했다.

검찰은 공소장을 통해 “2012년 이 지사가 성남시장이던 당시 분당구 보건소장과 성남정신건강센터 등에 전문의의 대면 진단 없이 형의 강제입원을 지시한 것”이라며 “피고는 입원시킬 수 없다는 보건소장을 인사조치하면서까지 형을 강제입원 시키려 했다”고 말했다.

이어 “2012년 친형인 이재선씨가 이 지사의 성남시장 당선 후 지속적으로 비판의 글을 게시하고 시청에 민원을 제기하자 정치적으로 곤란해지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공무원들에 의무에 없는 일을 하도록 지시했다”며 “2010년 당시 성남정신건강센터를 위탁 운영하던 용인정신병원 이사장에게 ‘형님 강제입원 시키면 안되느냐’고 묻는 등 직접 나서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용인정신병원 측이 입원 거부 의사를 밝히자 위탁 운영자를 분당서울대병원으로 바꾸기도 했다. 이 지사는 당시 바뀐 병원은 물론 분당지역의 다른 대형 병원에도 문의하는 등 형님의 강제입원을 시도했다는 게 검찰 측 주장이다.

공직선거법 상 허위사실유포에 대해서도 “방송토론회 등에서 ‘강제입원을 지시하지 않았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변호인 측 주장

이 지사 측 변호인은 검찰보다 많은 54장짜리 자료를 들고 나와 검찰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검찰이 제시한 옛 정신보건법 25조 1~3항은 ‘강제입원’이 아닌 ‘진단을 시키기 위한 절차’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관련법을 보면 ‘의심되는 자’를 전문가에게 진단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시장·군수의 권한”이라며 “입원은 전문가의 진단 또는 대면 진료가 있은 후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강제입원을 시킬 수 있는 권한은 시장에게 없다”고 말했다.

의심되는 자를 전문의에게 진단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며, 진단을 위한 입원도 2주 정도로 제한돼 있기 때문에 이 지사의 지시는 ‘강제입원’이 아닌 ‘진단입원’을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친형의 조울증 증상은 2013년 교통사고의 후유증이 아닌 이전부터 진행돼 왔다”며 “이재선씨의 부인이 2014년 남편을 부곡정신병원에 입원시킬 당시 ‘2007년 우울증과 조증이 반복적으로 이뤄졌다’고 직접 진술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씨는 2012년 3월 16일 자살시도 사흘 전에 이미 ‘우울증 진단’을 받았고, 이후 급격하게 조증 증상이 심해졌다는 게 변호인 측 설명이다.

변호인은 “만약 당시에 강제진단, 진단입원이 이뤄졌다면 이재선씨의 자살시도도 없었고, 조증을 치료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피고가 힘들어 하는 이유”라고 했다.

공직선거법 위반과 관련해서는 “방송 토론 당시 질문자의 ‘강제입원 시키려 한 것 아니냐’는 질문은 멀쩡한 친형을 강제로 입원 시키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며 “피고인은 ‘강제입원’이 아닌 ‘진단입원’이기 때문에 강제입원 시키지 않았다고 한 것”이라고 맞섰다.

다음 공판은 21일 오후 2시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이날은 2002년 이재선씨에게 조울증 약을 준 것으로 알려진 용인의 한 병원 의사 등 6명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이 지사는 친형 강제입원 외에도 ‘대장동 개발업적 과장’과 ‘검사사칭’ 등과 관련해 공직선거법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두 사건의 심리는 지난달 10일부터 2주 동안 네차례 걸쳐 실시됐다.

한편 검찰은 이 지사의 지시를 받고 분당보건소장 등에게 친형 강제입원을 지시한 당시 비서실장 윤모씨를 직권남용 혐의로 지난 8일 기소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역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