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의 향취와 햇살 머금은 내추럴와인이 미래의 와인 될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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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양의 향취와 햇살 머금은 내추럴와인이 미래의 와인 될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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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5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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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권위 '마스터 오브 와인' 불 이자벨 르주롱

내추럴 와인 전문가 이자벨 르쥬롱이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카드 쿠킹라이브러리에서 내추럴 와인을 설명하고 있다. 선명한 꽃무늬 셔츠를 입은 그는 “환경까지 고려한 살아있는 와인이 내추럴 와인”이라고 했다. 홍인기 기자

프랑스인 이자벨 르쥬롱(47). 2009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와인 전문가 인증인 ‘마스터 오브 와인(MW)’을 딴 권위자다. 그는 내추럴 와인 전문가로도 불린다. 내추럴 와인은 보존제 등 화학첨가물을 일절 넣지 않고, 유기농법 재배 포도로 소량 생산하는 와인이다. 유럽에서 시작한 내추럴 와인 바람이 국내에 상륙한지 꽤 됐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르쥬롱을 13일 서울 압구정동 현대카드 쿠킹라이브러리에서 만났다.

내추럴 와인의 전세계 시장 점유율은 3%에 불과하다. 내추럴 와인 전문가인 그가 MW를 획득하면서 와 인업계 판도를 뒤흔들었다. 내추럴 와인이 미래의 와인이 될 것임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됐다.

르쥬롱은 15년 전 헝가리에서 내추럴 와인에 눈 떴다. 50여 종의 와인을 놓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는데, 그가 고른 두 와인 두 병이 같은 생산자가 만든 내추럴 와인이었다. 생산자는 산기슭의 작은 동굴에서 원시적으로 와인을 만들었다. 그 이후로 르쥬롱은 내추럴 와인만 마신다. “그 때 깨달았죠. 좋은 와인은 대량 생산 시설이나 첨단 기기가 만드는 게 아니라는 걸요. 좋은 포도와 적합한 환경이면 충분합니다.”

르쥬롱은 내추럴 와인의 인기 요인을 닭고기에 비유해 설명했다. “좁은 장소에 몰아 넣고각종 화학비료를 먹여 2개월 만에 키운 닭과 자연에 방사해 좋은 사료를 주고 키운 닭이 있어요. 요즘 소비자들은 후자의 닭을 선호하지요. 와인도 마찬가지예요. 맛뿐 아니라 제조 환경까지 따져서 고르는 게 트렌드입니다. 그렇게 고른 와인이 맛있기도 하고요.”

이자벨 르쥬롱이 추천하는 내추럴 스파클링 와인(왼쪽 사진)과 오렌지 와인. 스파클링 와인은 마시는 즐거움이 크고, 오렌지 와인은 타닌의 강도에 따라 노란색부터 주황색, 짙은 호박색까지 다양한 빛깔이 난다. 한스미디어 제공

르쥬롱이 꼽은 내추럴 와인의 장점은 세 가지. 맛이 좋고, 건강에 유익하며,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내추럴 와인의 맛이 보통 와인보다 탁월한가에 대해선 이론이 있다. “내추럴 와인을 모두의 입맛에 맞는다고 할 순 없을 거예요. 하지만 와인 맛을 따질 때 ‘좋은 환경에서 양조된 와인인가’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좋은 와인의 정의’를 물었다. “생산지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아낸 와인이 좋은 와인이에요. 내추럴 와인이 그래요. 포도가 생산된 토양의 향취, 햇살을 한껏 머금은 포도의 맛 등이 조화롭게 느껴져요.” 그는 그래서 ‘가장 좋아하는 와인을 꼽아 달라’는 요청을 받을 때마다 와인 이름이 아닌 와인 산지를 기준으로 답한다고 했다. “프랑스 남부와 그리스 일대의 햇볕을 충분히 쬔 토양에서 재배한 포도로 만든 화이트 와인을 가장 좋아합니다.”

르쥬롱은 이를 테면 ‘와인 금수저’다. 프랑스 동북부 코냑지방에서 7대째 와인 양조장을 운영하는 집안에서 나고 자랐다. 처음부터 와인에 관심을 둔 건 아니었다. “익숙한 것보다 새로운 것을 좋아했으니까요. 제대로 된 와인을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이 들어 와인을 연구하기 시작했어요. 와인 제조는 미래의 꿈으로 남겨 뒀고요.” 그는 내추럴 와인의 교과서 격인 ‘내추럴 와인’을 썼고, 지난해 국내 출간됐다.

한국 와인 문화에 대한 르쥬롱의 평가는 후하지 않았다. “발효 음식이 발달한 한국에서 와인의 맛을 좁게 평가하는 것은 의문입니다. 와인도 하나의 음식이니, 좀 더 다양하게 평가해야 해요. 새로운 음식을 맛보는 것처럼 아무 편견 없이 와인을 마셔 보세요.”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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