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시에 있는 천호엔케어의 생산 본부 전경. 이곳에서 200여종의 건강기능식품을 생산하고 있다. 천호엔케어 제공

“남자한테 참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직접 말하기도 그렇고.”

이 광고를 기억하는 사람은 여전히 많을 것이다. 천호식품(현 천호엔케어)의 창업주인 김영식 전 회장은 2010년 자사의 건강기능식품 ‘산수유 100 프리미엄’ 광고에 직접 출연해 경상도 사투리로 푸념하듯 말해 ‘대박’을 쳤다. 엄청난 패러디물이 쏟아졌고 김 전 회장도 유명인사가 됐다. 산수유 100 프리미엄의 판매량은 두 배 가까이 뛰며 다른 제품의 매출 상승을 이끌었다. 2009년 100억원이 채 안 됐던 회사 매출은 2010년 500억원, 2011년 600억원에서 2014년 800억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천호식품의 몰락은 순식간에 찾아왔다. 김 전 회장은 2016년 11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촛불집회 참가자를 폭도에 비유하는 듯한 글을 올려 큰 비난을 받았고, 천호식품 불매운동이 일었다. 이듬해 초 공급업체로부터 물엿과 색소가 섞인 원료를 납품 받아 만든 홍삼 농축액을 판매하다 적발된 이른바 ‘홍삼 파동’까지 터져 회사는 직격탄을 맞았다. 천호식품의 매출은 2016년 718억원에서 2017년 341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

결국 김 전 회장은 2017년 1월 회장직에서 물러나 경영권을 최대주주인 카무르파트너스에게 넘겼다. 아들 김지안 전 대표이사도 사임하며 오너 일가가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그 해 7월, 아워홈 대표이사 출신의 이승우(59) 대표가 전문경영인으로 영입됐다. 이 대표는 아워홈을 단체 급식과 식자재 유통 부문에서 업계 1위로 정착시켰다는 평을 듣는 유통업계의 베테랑이다.

이 대표는 땅에 떨어진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소비자들에게 ‘밉상 기업’으로 낙인 찍힌 회사 이미지를 바꿔야 했다.

2018년 3월 회사명을 ‘천호엔케어’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천호’라는 이름을 아예 없애자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30년 넘은(1984년 창업) 브랜드 이름을 살리면서 뜻을 새로이 바꾸기로 했다. 기존에는 천호라는 이름이 한자로 샘 천(泉), 호수 호(湖)였으나 지금은 하늘 천(天), 좋을 호(好)다. 엔(N)은 기업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 3가지인 ‘자연(Nature)’ ‘영양(Nutrition)’ ‘내일(Next)’의 공통 영문 이니셜이다. 조규철 천호엔케어 대외협력팀장은 “하늘 아래 가장 좋은 것만 담아 고객의 삶을 돌보겠다는 의미”라며 “단순한 건강식품 제조 판매 기업을 넘어 건강 토탈 솔루션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한국소비자포럼 주관 '2019 대한민국 퍼스트브랜드 대상' 건강즙 부문 1위에 선정돼 시상식에 참석한 이승우(앞줄 오른쪽) 천호엔케어 대표. 천호엔케어 제공

천호엔케어는 유통 채널도 확대했다. 2017년까지는 전화 상담 위주였으나, 온라인 쇼핑몰은 물론 마트와 편의점, TV홈쇼핑, 헬스앤뷰티(H&B) 스토어에도 진출했다. 공격적인 영업 전개를 통해 지난해 회사 매출이 전년 대비 20% 이상 성장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천호엔케어는 지난달 말 한국소비자포럼 주관 '2019 대한민국 퍼스트브랜드 대상' 조사 결과 건강즙 부문 1위에 선정됐다. 원료 선정부터 생산, 품질 관리에 이르기까지 생산 과정을 꼼꼼하게 관리해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제품을 선보였고, 품질 정보가 담긴 안내장을 동봉해 발송하는 ‘전 제품 이력 공개 시스템’을 도입한 점이 소비자들로부터 큰 점수를 받았다.

탄력을 받은 천호엔케어는 다각적인 사업을 통해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천호엔케어는 원래 5060세대가 선호하는 전통 원료를 활용한 건강즙이 주력 제품이었다. 앞으로는 ‘집토끼(5060)’는 지키고 ‘산토끼(2030)’도 잡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지난해 젊은 층을 겨냥한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하루활력’을 내놓았고, 간편 건강 드링크 ‘웰스’ 4종을 출시하며 음료 시장에도 진출했다. 얼마 전에는 어린이 키 성장 건강기능식품인 ‘아이키쑤욱’을 선보였다.

천호엔케어 관계자는 “2018년 판매 데이터 분석 결과 2030세대의 구매 비중이 전년 대비 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기존 구매층 외에 젊은 고객층의 유입이 본격화한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