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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 반한 연주 파트너… 한국에 오는 핑크빛 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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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 반한 연주 파트너… 한국에 오는 핑크빛 화음

입력
2019.02.14 04:40
수정
2019.02.14 13:1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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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왼쪽)와 피아니스트 라파우 블레하츠. 2005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스타 피아니스트 블레하츠는 김봄소리의 연주에 반해 함께 연주를 하자는 제안을 직접 이메일로 보냈다. 유니버설뮤직 제공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왼쪽)와 피아니스트 라파우 블레하츠. 2005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스타 피아니스트 블레하츠는 김봄소리의 연주에 반해 함께 연주를 하자는 제안을 직접 이메일로 보냈다. 유니버설뮤직 제공

“정말 기억에 남고 저에게 음악적으로 깊이를 느끼게 해 준 피아니스트는 한 손에 꼽힙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71)의 말이다. 연주자가 마음 맞는 연주자를 만나는 건 그렇게 어렵다. 무대에서 호흡을 맞추는 건 더 어렵다. 자신만 뽐내려 하지 않으면서 대등한 연주를 펼치는 건 난이도 최고 수준의 균형 잡기다. 그런데도 왜 연주자들은 무대에 함께 오를 연주 파트너 찾는 걸 포기하지 않을까. 멋들어진 파트너십이란 무엇일까. 파트너십이란 무엇인지를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는 연주가 잇달아 열린다.

‘첫눈에 반한’ 블레하츠와 김봄소리

“훌륭한 역량을 갖춘 두 연주자라도 음악에 대한 이해가 완전 반대라면 좋은 연주가 나오기 어려워요. 김봄소리의 연주를 듣자마자 함께하면 흥미로운 결과물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2005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폴란드 연주자 라파우 블레하츠(34)의 말이다. 그는 한국의 바이올린 연주자 김봄소리(30)를 ‘운명처럼’ 파트너로 맞았다.

이 달 네 차례(16일 광주ㆍ21일 울주ㆍ22일 대구ㆍ23일 서울) 연주회를 앞둔 두 사람을 12일 서울 종로구 문호아트홀에서 만났다. 둘이 들려준 사연은 그야말로 극적이다. 블레하츠는 안식년 중인 2016년 폴란드에서 열리는 헨리크 비에니아프스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중계 방송을 봤다. 김봄소리가 참가한 콩쿠르였다. 블레하츠는 그날을 또렷하게 기억했다. “김봄소리가 쇼스타코비치와 비에니아프스키를 연주할 때 이미 제 마음속 1위로 꼽았어요.” 김봄소리는 2위를 차지했다. 블레하츠는 우승자가 아닌 김봄소리의 매니저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다음 시즌에 함께 연주를 하고, 자신이 전속 계약을 맺고 있는 도이치 그라모폰(DG)에서 음반을 내자고 정식으로 요청했다.

피아니스트를 기다리고 있었던 김봄소리의 바람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특징이 잘 살아 있는 곡을 연주하기 위해 좋은 피아니스트를 찾고 있었어요. 블레하츠는 당시 저에게 ‘쇼팽의 화신’ 같은 존재였거든요. 그의 이메일이 스팸 메일인 줄 알았어요(웃음).”

두 사람의 리허설은 처음부터 물 흐르는 듯 자연스러웠다고 한다. 블레하츠는 “연주 속도나 음색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갖기도 했지만, 다양한 시도를 해 보면서 어떤 연주가 최고의 버전인지 찾아 왔다”고 했다. 지난달 DG에서 발매된 둘의 앨범에는 폴란드의 쇼팽과 시마노프스키, 프랑스의 포레와 드뷔시의 곡이 담겼다. “앨범에 포레를 꼭 담고 싶었다”는 김봄소리의 마음과 블레하츠의 폴란드 색채가 녹아있는 선곡이다. 앨범은 꼭 30년 전인 1989년 DG에서 슈트라우스와 레스피기의 바이올린 소나타 앨범을 함께 낸 정경화와 ‘피아니스트의 피아니스트’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63)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하다.

블레하츠와 김봄소리의 연주는 정경화와 지메르만 같은 전설로 남게 될까. 둘은 한국 순회 연주를 마치고 유럽, 미국에서도 연주를 이어간다. “그 이후의 구체적 계획은 아직 없어요. (우리 둘 모두) 듀오 연주를 계속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블레하츠)

실내악 축제에서 처음 만난 비올리스트 로런스 파워(오른쪽)와 피아니스트 사이먼 크로퍼드필립스의 음악 우정은 27년째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실내악 축제에서 처음 만난 비올리스트 로런스 파워(오른쪽)와 피아니스트 사이먼 크로퍼드필립스의 음악 우정은 27년째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오랜 시간 쌓아 올린 파워와 크로퍼드필립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꼽는 연주 합이 잘 맞는 순간은 ‘인간적으로 서로를 이해할 때’다. 듀오 연주도 마찬가지다. 14일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첫 내한 연주회를 여는 비올리스트 로런스 파워(42)와 그의 단짝 피아니스트 사이먼 크로퍼드필립스(43)도 서로를 속속들이 이해하는 연주자다. 파워는 ‘비올라계의 개척자’로 통한다. 오케스트라 음악을 비올라로 편곡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현대 작곡가들에게 비올라곡을 위촉하는 시도를 했다. 13일 금호아트홀에서 만난 그는 크로퍼드필립스라는 피아니스트를 만난 걸 “행운”이라 부른다.

영국인인 두 사람은 10대 때 처음 만났다. 1992년 영국 프러시아코브에서 열린 실내악 축제에서다. 둘은 자연스럽게 ‘음악 우정’을 쌓았다. “27년 후인 우리가 지금 이렇게 서울에 같이 앉아있게 됐네요(웃음).”(파워) 이름 난 솔리스트들은 종종 듀오, 트리오 활동을 하지만,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는 경우는 드물다. 파워와 크로퍼드필립스는 2002년부터 무려 7장의 듀오 음반을 냈다. 3중주, 4중주 등으로 범위를 넓히면 함께한 음반은 더 늘어난다.

두 사람은 영국 작곡가들을 발굴해 연주하는 걸 즐긴다. 20세기 초 영국의 라흐마니노프라 불리며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 작곡가 요크 보웬을 이들이 재발굴했다. 현재도 활발히 활동 중인 마크 앤서니 터니지, 토마스 아데스 등과도 작업했다. “비올라가 평범하지 않은 악기이기도 하지만, 파워 덕분에 유난히 특별한 기회를 많이 만나게 돼요. 그다지 많이 연주되지 않은 곡을 우리가 처음 연주하는 순간은 매우 특별합니다.”(크로퍼드필립스) 이번 연주회 2부는 영국의 보물로 불리는 ‘셰익스피어’로 꾸민다. 베를리오즈의 ‘오펠리아의 죽음’, 프로코피예프의 ‘로미오와 줄리엣 모음곡’을 연주한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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