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사법 농단 사태의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11일 재판에 넘겼다. 구속영장이 기각된 박병대ㆍ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도 불구속 상태로 기소했다. ‘양승태 사법부’ 수뇌부가 기소됨에 따라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검찰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정치 권력과의 결탁으로 실추된 국민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지에 대한 사법부 전체의 깊은 고뇌와 반성이 뒤따라야 할 시점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공소장에 적시된 47개 범죄 혐의가 말해주듯 모든 의혹은 그로부터 비롯됐다. 2011년부터 대법원장으로 재직한 6년 동안 법원을 자신의 사유물처럼 여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서 구속기소 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박ㆍ고 전 대법관 등에게 ‘재판 거래’ 등 반헌법적 구상을 보고받고 승인하거나 직접 지시를 내렸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상고법원 관철을 위해 정권과 관련된 재판에 개입하고, 비판적인 판사들을 사찰해 불이익을 줬으며, 심지어 헌법재판소 내부 비밀을 보고받은 혐의까지 받고 있다. 대법원장 이전에 법관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양심과 정의감조차 저버린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더 안타까운 것은 사법 농단 의혹의 시발점이 된 이탄희 판사의 폭로 전에는 법원 내 누구도 민주주의 최후 보루로서의 사법부 존재 의미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듯이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에 직ㆍ간접으로 관련된 법관만 100여 명에 이른다니 참담할 따름이다. 게다가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후 여러 차례에 걸친 자체 조사 결과는 실망만 안겨줬다. 결국 검찰 수사에 의해 내부 비리의 실체가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법원 스스로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는 방증인 셈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다. 그 동안의 조직적 진상 은폐 등으로 향후 진행될 재판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시각이 여전히 많다. 재판부 배당부터 증거 채택 등 남은 절차에서 끝까지 공정한 잣대가 적용돼야 한다. 사법 농단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법관들에 대한 추가 징계도 신속하고 엄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1차로 실시한 8명의 의혹 연루 판사들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가 재연된다면 더 큰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사법 농단 수사가 마무리된 시점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부를 ‘정권의 사법부’가 아닌 ‘국민의 사법부’로 되돌려놓을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지난해 12월 국회에 제출한 함량 미달의 법원행정처 개편안으로는 국민 신뢰를 얻기 어렵다. 사법 농단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철저한 제도 개혁이 필수적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무엇보다 사법부 구성원 모두가 강력한 개혁 의지를 갖고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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