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16조8200억원 역대 최대
삼성전자가 지난해 벌어들인 영업이익의 약 30%를 세금으로 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슈퍼 호황기’에 접어들면서 삼성전자가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한 데다 2017년 법인세율을 올리는 세법 개정이 단행되면서 납부액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삼성전자의 경쟁 업체인 인텔 등 미국 기업들은 미 정부의 법인세 인하 조치로 세금 부담율이 크게 낮아져 대조를 이뤘다.
11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전사 손익분석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법인세 비용은 16조 8,200억원으로, 2017년(14조 100억원)보다 20.1% 늘어나며 창사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내야 할 법인세는 작년 매출액의 6.9%, 영업이익의 28.6%에 해당하는 수치다. 기업의 세금 부담을 나타내는 법인세 부담률도 2017년 24.9%에서 지난해 27.5%로 높아졌다.
삼성전자의 법인세 부담률이 높아진 것은 세법 개정에 따라 지난해부터 과세표준 구간 3,000억원 이상에 대해서는 최고세율이 22%에서 25%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 반도체 호황기를 맞아 삼성전자가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영업이익을 높인 것도 세금 납부액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지난해 인텔과 애플 등 삼성전자의 글로벌 경쟁사들은 미국의 법인세 인하 조치로 세금 부담률이 크게 낮아졌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기업의 투자 활동을 장려한다는 취지로 법인세율을 기존 35%에서 21%로 대폭 낮췄다. 이 때문에 미국의 반도체 기업 인텔의 법인세차감전 순이익은 14% 가량 늘었지만, 법인세 부담률은 52%에서 9.7%로 대폭 낮아진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 관계자는 “법인세율은 그 나라의 시장 환경과 국민 여론 등을 종합해 결정되기 때문에 세율을 일률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다만 삼성전자의 글로벌 반도체 경쟁사인 인텔 등은 법인세 인하로 투자 여력이 생긴 반면 삼성은 법인세 증가로 그만큼의 투자 여력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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