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한국일보] 양승태 영장심사 종료.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해 온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사법농단 수뇌부 4명을 재판에 넘겼다. 양 전 대법원장은 사법부 71년 역사상 처음으로 형사재판을 받는 전직 사법부 수장으로 기록됐다. 수뇌부 사법처리가 마무리되면서, 이제 사법농단 의혹의 유무죄를 가리고 단죄를 내리는 일은 양 전 대법원장이 42년간 재직한 친정인 사법부의 몫으로 남겨졌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 검사)는 11일 양 전 대법원장, 박병대ㆍ고영한 전 대법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앞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도 세 명의 대법원장ㆍ대법관 관련 혐의로 추가기소됐다.

공소장에 기재된 양 전 대법원장의 범죄사실은 총 47개에 달한다. 그는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에서 청와대로부터 이익을 얻기 위해 일선 재판에 개입한 혐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화 사건에서 박근혜 정부의 협조를 이끌어 재기 위해 재판 개입을 시도한 혐의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상고심 재판에 개입한 혐의 △통합진보당 의원직 상실 관련 행정소송 재판에 개입한 혐의 △사법부 방침을 비판하는 판사들을 사찰하고 인사상 불이익을 준 혐의 △부산고법 판사 비리ㆍ정운호 게이트 등 법관 관련 비위를 은폐하고 축소한 혐의 △공보관실 운영비를 불법으로 편성ㆍ집행한 혐의 등을 받는다. 박ㆍ고 전 대법관과 임 전 차장은 혐의별로 양 전 대법원장과 공범관계가 적용됐다.

검찰 수사 결과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 사법행정을 비판한 판사들을 문책하도록 일선 법원장에게 지시하고, 내부 전산망에 비판적 글을 올린 판사의 다음 임지에 불이익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정권과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판결을 내린 판사를 문책성 인사조치한 사실도 밝혀졌다.

2017년 2월 이탄희 당시 판사가 법원 내 블랙리스트 존재를 알리며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시작된 사법농단 파동은 시작 2년만에 사법권의 정점인 양 전 대법원장의 기소로 마무리됐다. 검찰은 이번에 사법처리하는 수뇌부의 지시를 받아 사법농단 실무에 가담했던 부장판사ㆍ평판사급 법관들의 사법처리 범위와 수위를 조만간 결정해, 2차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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