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향’을 내려고 장작을 지피는 것이 아니다. ‘전통방식 그대로’의 맛을 내기 위해서는 더욱 아니다. 빵을 구울 가스조차 없어 화덕으로 회귀한 것이다. 수년간 이어진 내전이 지난해 12월 휴전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예멘의 시민들은 깊게 파인 갈등의 골만큼이나 심각한 물자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예멘 내전은 이슬람 내 계파인 시아파와 수니파의 갈등으로부터 시작됐다. 2015년 시아파 무장세력 ‘후티’는 수니파 대통령 ‘압드라보 만수르 하디’를 축출하고 수도 ‘사나’를 점령했다. 하디 정권의 정부군과 후티 반군 사이의 내전에 수니파 이슬람이 국교인 사우디 아라비아가 참전하며 국제전 양상으로 번졌다.
예멘에서 아시아ㆍ아프리카 대륙으로 가기 위한 길목에 위치한 사우디 아라비아는 참전 직후부터 예멘에 대한 자원 봉쇄 작전을 펼쳤다. 국내 생산 자원은 전쟁물자로 쓰이고, 해외 자원을 수입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예멘의 시민들이 쓸 수 있는 자원은 극히 희소해졌다. 2017년에는 후티 반군이 사우디 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 미사일을 발사해 사우디 아라비아는 국경 봉쇄를 한층 강화했다. 사우디 정부는 국제 사회의 규탄에 떠밀려 인도적 물자 반입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예멘 내부로 물자 반입이 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예멘 시민들은 현재도 극심한 자원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시민들은 기초 연료로 쓸 가스가 없어 장작을 지피고, 시민들에게 연료를 전달할 차량 역시 연료 부족으로 운행하지 못하고 있다. 무너진 사회기반을 재건할 물자와 인도적 구호품 역시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다.
정부군과 반군은 휴전을 했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생존을 위한 ‘전쟁 중’이다.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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