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실비율 둘러싼 분쟁 갈수록 증가세
설과 같은 명절 연휴에는 많은 차량이 오랜 시간 도로 위를 달린다. 자연히 교통사고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교통사고를 겪지 않는 게 최선이지만, 사고가 발생할 경우 후속 처리 과정도 중요하다.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사고의 책임 정도를 따져 과실비율을 나누고 이에 따라 손해액을 분담하는 것이 원칙인데, 이 과실비율을 따지는 과정에서 불만을 품어 긴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일 손해보험협회와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교통사고 이후 과실비율 산정에 불만을 품고 손보협회 산하 보험사 간 분쟁 조정기구인 ‘구상금분쟁심의위원회’에 분쟁 심의를 청구하거나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는 사례가 갈수록 늘고 있다.
2017년의 경우 심의 청구는 6만1,405건, 금감원 민원 건수는 3,159건으로 전년에 비해 각각 17%, 37% 증가했다. 2013년부터 5년간의 추세로 따지면 심의건수는 연평균 23%, 금감원 민원건수는 연평균 6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상금분쟁심의위원회 청구건의 경우 93%가 심의 결과를 수용하고 있지만, 결과에 불복해 법원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법원 판결로 심의에 따른 과실비율이 변경되는 경우는 12.7% 정도다. 위원회 심의에는 평균 80일이 소요되며, 법원의 민사재판이나 조정은 1심만이라도 약 140일간 진행될 수 있다.
◇과실 분쟁 잦은 사고는 끼어들기ㆍ후면추돌
가장 분쟁이 잦은 사고 유형은 ‘끼어들기’다. 2017년 구상금분쟁심의위원회에 청구된 사고 건을 분석한 결과 총 1만6,328건으로 전체 청구건의 26.6%를 차지했다.
끼어들기 사고가 발생하면 기본 과실비율은 앞으로 끼어드는 차량이 70, 뒤에서 진행하던 차량이 30이다. 끼어드는 차량이 방향지시등을 사용하지 않는 등의 경우는 가해차량의 과실 비율이 더 커지지만, 뒤에서 주행하는 차량의 속도 위반이나 주의 위반 등도 비율에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앞 차량이 갑작스럽게 끼어들어 사고를 피할 수 없었다”는 식으로 불만을 제기하게 된다.
측면이나 후미에서 정지한 차량을 들이받는 추돌사고(1만1,665건ㆍ19%)도 청구 건이 많았다. 보통 추돌을 일으킨 차량이 100% 책임을 지지만, 앞차가 급정지를 했거나 불법 주ㆍ정차를 한 것이 증명되면 비율이 달리 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폭이 같은 두 도로의 신호등 없는 교차로에서 다른 방향으로 직진하던 두 차량의 충돌사고(4,643건ㆍ7.6%), 도로 밖에서 도로로 진입하다 직진 주행차와 충돌하는 사고(4,522건ㆍ7.4%) 역시 청구가 잦았다.
운전자들은 사고가 나면 과실비율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과실비율이 커지면 보험사로부터 보상받는 금액이 줄어들고 갱신할 때 보험료 인상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손보협회는 현행 과실비율 인정기준상 교통사고의 가해자뿐 아니라 피해자라도 일부 책임을 질 수 있는 만큼 평소 안전 운전에 유의하고, 사고 발생시에는 지난해부터 운영하기 시작한 ‘과실비율 인터넷 상담소’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과실비율 인정기준을 확인한 후 후속 처리에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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