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광주형 일자리를 적용할 현대자동차 위탁조립공장(합작법인) 설립을 위해 현대차와 투자협약을 체결했지만 실제 공장이 세워지기까지는 풀어야 할 난제들이 적지 않다. 당장 시가 우회투자를 통한 공장 설립에 나서기로 하면서 혈세 퍼주기 논란을 낳고 있다. 시는 현대차그룹이 전담지원 기업으로 지정된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광주혁신센터)에 출연금 590억원을 줘서 공장 설립 지분으로 투자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시가 광주공장에 직접 출자가 불가능하자 ‘자치단체가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운영 및 사업 수행에 필요한 비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출연할 수 있다’는 과학기술기본법을 근거로 추진하는 것이다.
문제는 아무런 반대급부나 대가 없이 지급하는 이 출연금이 출자금과 달리 배당 수익과 지분 매각 등의 형태로 투자 원금을 회수할 수 없는데다, 검증된 투자 방식도 아니어서 혈세 낭비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대의를 위해 광주형 일자리 공장 설립에 찬성한 지역사회가 이 사업에 590억원이라는 세금을 쏟아 부어야 한다면, ‘사회적 합의’에 대한 생각을 달리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시가 법인 설립 투자금 명목으로 광주혁신센터에 출연금을 지급하려면 광주시의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이를 두고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일각에선 시가 사업 타당성 검토도 없이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한 비판이 겹치면서 비영리법인인 광주혁신센터가 공장 운영을 통한 영리행위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다.
광주공장의 운영에 따른 ‘적자 보전’ 문제도 시가 매듭지어야 할 사안이다. 이미 자동차 공급능력이 과잉된 데다 수요 예측도 어려운 상황에서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생산과 적정 임금만으로는 사업 지속을 장담할 수 없어 시로선 적자 운영 위험성을 안고 갈 수밖에 없다. 더구나 현대차는 합작법인의 경영엔 참여하지 않기로 한 터여서, 사실상 1대 주주인 광주시가 구멍 난 적자분을 또다시 시민 혈세로 메워야 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시의 재정 부담이 그만큼 커지는 셈이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들 사이에선 “도대체 시가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우려와 함께 관련 공무원들을 상대로 혈세 낭비에 따른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이런 점에서 합작법인이 현대차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현대차 외에 다른 완성차업체의 위탁생산물량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여러 완성차업체의 다양한 차량을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만드는 혼류(混流)생산시스템을 구축해 생산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런데도 시는 향후 부품공장 추가 유치와 고용창출 효과 등 공장 설립에 따른 기대효과를 알리는데 급급해 장기 적자 가능성에 대비한 생존 전략을 고민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시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신설 법인 출범을 위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 투자자 모집에 나설 예정”이라며 “출연금 지급과 관련한 안전장치 등 필요한 사항들을 꼼꼼히 따져가며 법인 설립, 부지 매입, 공장 착공 및 준공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