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가 결국 불발됐다. 20년 만의 사회적 대화 참여를 결정하기 위해 28일 열린 대의원대회에서 집행부가 발의한 원안(경사노위 참여)은 토론조차 되지 못했고 찬반 각 의견을 담은 수정안 3건 모두 부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표결로도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민주노총 내부 갈등은 더 심각해지는 한편 반쪽짜리 경사노위 체제가 이어질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5일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과 만나는 등 사회적 대화 복원에 노력했으나 민주노총은 리더십 부재만 노출한 셈이다. 김명환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가 확인되면서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는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2월 국회 처리를 예고한 최저임금위원회 개편, 탄력적 근로시간제(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 현안을 두고 경색된 노정 관계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28일 오후 서울 강서구 KBS아레나에서 열린 민주노총 제67차 대의원대회 본회의에서 경사노위의 찬반 의견을 담은 수정안이 표결에 부쳐졌으나 모두 부결됐다. 집행부가 상정한 조건 없는 경사노위 참여가 골자인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경사노위) 참여 방침(안)’은 표결에 부쳐지지 못했다. 수정안이 모두 부결된 오후 10시30분 이후에도 집행부 원안의 상정 여부를 놓고 2시간 가까이 찬반 측의 발언이 반복되는 등 밤 늦게까지 진통이 계속됐다. 김명환 위원장은 “경사노위 참여 여부 결정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에 이와 관련 교섭, 파업, 투쟁 등 계획을 새롭게 담은 사업계획과 예산안을 만들어, 이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결정할 수 있도록 대의원들이 권한을 위임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반발에 부딪혔고 결국 임시 대의원대회를 다시 소집하겠다고 선언만한 채 대회는 29일 오전 0시 10분께 산회됐다.
이번 대의원대회의 개운하지 못한 마무리로 민주노총은 안팎으로 갈등을 겪게 될 전망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민주노총의 불참으로 사회적 대화의 추진력이 약화되는 것은 물론이고 민주노총 안으로는 집행부가 지도력을 잃고 리더십 공백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부 갈등으로 당장 2, 3월에 예고된 탄력적 근로시간제(탄력근로제), 최저임금 결정체계 등 개편에 민주노총이 외부에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노동계를 대표해 경사노위에 참여해 온 한국노총마저 이날 정부가 노동법 개악을 시도하려 한다며 잠정적으로 사회적 대화 참여중단을 선언해 경사노위는 지난해 11월 22일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한국노총은 이달 31일 열리는 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노사관계개선위)와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노동시간개선위) 회의에 모두 불참키로 했다. 한국노총은 경사노위에 잠정적으로 불참하는 대신 정부에 노조법 전면개정, 노동시간제도와 관련한 전향적인 개선안을 요구하는 노정협의를 추진하기로 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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