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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선심성 나눠 주기’로 변질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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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선심성 나눠 주기’로 변질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입력
2019.01.26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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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 대전에서 도시철도 2호선 트램과 세종-청주 간 고속도로 등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를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17일엔 울산 외곽순환고속도로를 지목했고, 신년 기자회견에선 “광역별로 1건 정도의 공공 인프라 사업은 선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각 지역 숙원 사업의 예타 면제 가능성을 잇따라 시사하고 있다.

국가 재정이 300억원 이상 투입되는 사업의 경제성을 미리 따져보는 예타는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다. 정부가 이 단계를 건너뛰겠다는 것은 사실상 경제성이 없어도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얘기다. 17개 지자체가 신청한 예타 면제 사업은 이미 33건, 총 61조원에 이른다. 지역별로 주민 서명운동이 벌어지는 등 과열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예산 낭비를 우려한 시민단체들이 “결국 국민들이 막대한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는 성명을 내는 이유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예타 면제가 불가피하다는 정부의 주장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수도권이 아닌 경우 인구가 적어 예타의 경제성 평가를 통과하기 힘들다는 맹점이 있는 게 사실이다. 실업자가 100만명을 넘는 고용 참사와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야당 시절 이명박ㆍ박근혜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줄기차게 ‘토건 국가’라고 비판했다. 권력을 쥐자 언제 그랬냐는 듯 SOC로 경기를 살리겠다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내로남불’의 극치란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더구나 예타 면제의 폐해로 언급되는 가장 대표적 사업이 문 대통령이 그토록 반대한 4대강 사업이고 보면 예타 면제 남발은 정권의 정체성을 부인하는 셈이다.

정부는 이르면 29일 예타 면제 사업을 선정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멀게 보면 내년 4월 총선, 가깝게는 설 연휴 민심을 겨냥한 정치적인 선심성 정책이란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광역별 1건씩’은 나눠 먹기나 마찬가지다. 예타 면제 사업은 객관적인 검증을 거쳐 신중하고 엄격하게 선정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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