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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김정은을 초청한 연유와 미중의 요구

입력
2019.01.26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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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기고문(“개탄스러운 김정은 신년사”)에서 김정은의 ‘새로운 길’의 의미를 분석했다. 결론은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였다. 그리고 3일 뒤 필자의 결론이 현실로 드러났다. 7일 저녁 김정은의 전용열차가 북경을 향한다는 소식이 중국에서 타전되었다. 소름 돋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김정은이 새해 벽두부터 북경을 왜 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궁금하던 찰나에 중국공산당 기관지가 그의 방문 배경을 소개했다.

그 기관지에 따르면 이야기는 작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12월 1일 아르헨티나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만찬을 열어줬다. 그 자리에서 트럼프는 시진핑에게 난관에 봉착한 2차 북미 정상회담 준비회담의 해결(중재)을 요청했다. 시진핑은 귀국 후 김정은을 초청했다. 즉, 이번 김정은의 방중은 미국의 요청에 중국이 초청한 것이었다. 이런 결과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김정은-시진핑 회담 결과 보도에서도 드러났다. 그의 방문을 북미중의 ‘합작물’의 결과로 평가했다.

그럼 시진핑이 김정은에게 전한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김정은의 용단이었다. 중국은 작년 김정은의 세 차례 방문에서 두 번째였던 5월 회담 이후 그에게 한반도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역설했다. 그 후 중국의 한반도문제 해결 입장이 기존의 대화와 협상에서 정치적 해결로 전환됐다.

5월 회담에서 시진핑은 북미 정상회담이 임박한 상황에서 정치적 해결을 추동할 수 있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었다는 견해를 밝혔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시진핑은 상황 보고를 하러 온 김정은에게 북미 간에 한반도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해 첫 단추를 꿰는 의미 있는 첫발을 내딛었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지난 8일 시진핑은 한반도문제의 정치적 해결이 역사적으로 얻기 쉽지 않은 기회여서 이를 놓치지 말 것을 당부하는 의미의 말을 전했다.

미국과 중국은 공을 북한에 넘겼다. 김정은의 용단이 필요한 시각이다. 이제 김정은은 ‘한반도문제의 정치적 해결’, 즉 비핵화 방식을 놓고 깊은 고민에 빠져 있을 것이다. 트럼프와 시진핑은 이미 방식을 여러 번 소개했다. 트럼프의 방식은 베트남 모델이다. 북한이 비핵화하면 베트남과 같은 경제발전이 가능하다 했다. 시진핑과 선임자들은 북한에 중국식 개혁개방 모델을 예전부터 추천했다.

그럼 이 모델들이 북한 비핵화와 어떤 연관성이 있고 무엇을 의미하나. 결국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위한 선제조건에 대한 선조치를 취할 것인지 후조치를 취할 것인지의 문제로 귀결된다. 다시 말해 북한 핵문제의 최종적인 목표를 비핵화, 경제발전과 북미수교라고 하면 이의 실행 순서를 정하는 것이다.

베트남모델은 북한의 비핵화, 개혁개방을 전제조건으로, 그리고 북미수교를 최후의 목표로 설정한 것이다. 그리고 비핵화와 개혁개방을 취한 후 북미수교를 논의하는 것이다. 중국식 모델은 비핵화와 경제발전 문제를 미국과 먼저 협의하고 이의 해결을 북미수교와 동시에 선언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비핵화, 개혁개방과 북미수교가 동시에 이뤄지는 것이다.

두 모델의 공통점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단점이다. 베트남은 1986년 ‘도이 모이(Doi Moi, 개혁개방)’를 선언한 후 1995년 미국과 수교하는데 약 10년이 걸렸다. 미국과 중국 역시 1969년 관계 정상화 의사를 피력한 10년 후인 1979년에 수교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닉슨의 하야, 베트남과 대만에서의 미군 철수 등의 문제로 수교 협상이 적지 않은 난항을 겪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우리 정부도 미중과 함께 이제 북한의 용단을 압박해야한다. 이제 현실을 직시하고 더 이상의 보여 주기 식의 쇼는 금지돼야 한다. 주변국과 협력할 수 있고 외교적 고립을 피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ㆍ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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